200만원 태블릿 서피스프로3, 과연 팔릴까

일반입력 :2014/05/22 07:39    수정: 2014/05/22 14:15

송주영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1천949달러(한화 199만원) 태블릿 서피스프로3를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관련업계는 태블릿 시장에 “지나치게 비싼 제품이 나왔다”는 반응이다. 윈도 태블릿 진영의 업체들마저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피스프로3는 그동안 태블릿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512GB 내장 메모리 등 고사양 제품이다. 사양을 높여 기업용 시장에 안착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다.

서피스프로3는 노트북 시장을 겨냥하고 나섰다고 밝힐 만큼 인텔 i코어7, 512GB 내장 메모리 등 최고 사양으로 무장했다. 기존 대용량 태블릿이 128GB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높은 가격 시장 확대 도움될까?

고사양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의 서피스프로3에 대해서는 시장 확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태블릿이 노트북 대체 제품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만원에 근접한 가격으로 MS가 고사양 태블릿 시장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블릿 시장에서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해 말, 연초 나온 고사양 제품인 아이패드에어(128GB)는 우리나라 출고가 112만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프로 90만8천원이다.

윈도 태블릿은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 추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이드, iOS 태블릿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윈도 태블릿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5% 수준.

후발업체라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구글도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 초기 낮은 가격, 고사양의 넥서스로 시장 확대에 나선 바 있다.

그동안 윈도태블릿 업체는 시장 확대의 어려운 점으로 높은 가격을 지적해 왔다. 태블릿 분야에서 윈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업체들은 그동안 주로 저가형 넷북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온 중국, 대만 업체다. 가격 경쟁력을 주로 내세우는 이들 업체들은 윈도 태블릿의 높은 가격 정책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에는 9만9천원짜리도 있다며 윈도 태블릿이 PC 환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경쟁에서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MS가 8인치 이하 제품에 대해서는 라이선스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등 라이선스 정책을 바꿨지만 인텔 코어를 쓰는 이들 업체의 가격 수준은 아직 높다. 200만원대 서피스프로3에 이들 업체들이 회의적인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MS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부터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계층까지 세분화해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팔려고 내놓은 제품 아니다?

MS는 높은 가격대로 노트북 시장을 겨냥했다고 하지만 태블릿이 대체하기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태블릿이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블릿이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이른 측면이 있다”며 “분야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인터넷 등 단순 기능으로 태블릿을 사용하는 이용층이 많다”고 설명했다.

고가 태블릿에 대해서는 MS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진 한국IDC 연구원은 “MS가 고가의 가격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두가지 측면을 봐야 한다”며 “먼저 윈도 생태계 내에 있는 태블릿 업체들과는 경쟁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취약한 부품 생태계”라고 설명했다.

MS는 태블릿 시장에서 기존 PC업계인 우군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태블릿 시장에서는 애플처럼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도, 안드로이드처럼 탄탄한 생태계도 갖추지 못한 탓이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윈도 태블릿 진영의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시험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생태계 기반이 약한 MS는 구글, 인텔처럼 업체들에게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MS가 높은 가격의 제품을 내놓은 것은 윈도 태블릿에서 이 정도의 가격이 적당하다는 선을 제시하지 못한 탓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MS 역시 서피스프로3로 일정 수준의 가격을 유도하기 보다는 아예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가이드라인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가령 구글은 넥서스 제품군에 대해서는 가격정책에 강하게 관여한다. 빠른 업그레이드, 고사양을 내세우면서도 확산을 위해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한다.

인텔도 과거 울트라북 시장에서 CPU 생태계 내에 있는 업체들에게 600달러 수준에서 출시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인텔의 울트라북 가격은 PC 시장이 침체되면서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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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애플처럼 부품을 직접 조달하거나 협력업체를 통해 생태계가 마련되지 못한 측면도 서피스프로3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서피스프로3는 총 5종으로 나온다. 코어i3, 64GB 799달러, 코어i5, 128GB 999달러, i5, 256GB 1천299달러, i7 256GB 1천549달러다. 최고 사양 i7, 512GB 제품은 1천949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