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말이었다. 중소 기업인 이노그리드란 회사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KT, SK텔레콤 같은 대형 회사들이 한국의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표방하며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던 때다. 무모해 보였던 이노그리드는 4년 뒤인 지금 다시 클라우드를 외치고 있다.
지난 3월 이노그리드는 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창업자인 성춘호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기술개발 총괄이었던 조호견 부사장이 새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조호견 CEO는 취임 후 ‘클라우드 올인’ 비전을 밝혔다. 회사를 먹여 살려 온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사업 참여 중단까지 선언했다. 시스템통합(SI)보다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였다.
최근 만난 조호견 대표는 “클라우드란 비전은 있었지만, 여러 사업 중 하나였기 때문에 정체성을 갖자는 의미로 한 것”이라며 “진짜 클라우드 기업으로 자리를 잡아서 얼마나 먹고 살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노그리드는 2011년 클라우드잇이란 서비스형 인프라(IaaS) 출시한 이후 사업분야를 넓혀왔다. 그러다 지난해 클라우드 사업만 남기고 게임을 비롯한 나머지 사업을 모두 기업분할로 떼어냈다. 클라우드에 집중한다는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이다.
조 대표는 “클라우드는 주저하면 힘만 빠지는 시장이다”며 “직원들에게 클라우드의 가치가 명확하므로 분명히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 확신을 갖고 가보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키워드는 언제나 바뀔 수 있지만, 어차피 그 뒷단은 클라우드를 쓰게 된다”며 “이노그리드는 옷의 브랜드에 상관없이 그 형태를 만들고 재료를 만드는, 원재료를 만드는 회사가 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노그리드의 원래 목표는 한국의 AWS로 성장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벤처였다. 자체 IaaS를 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IaaS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갖지 못하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개의 거물만 살아남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조 대표는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게 유리한지, 솔루션을 제공하는게 유리한지 판단할 때 당시엔 서비스 제공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이는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에 성공하면 솔루션을 만드는 것보다 더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인데, 중소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인수할 계획까지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IPO에 좌절하고, 시장도 안 열리는 상황에서 일단 서비스는 유지하고, 솔루션에 더 집중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게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받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노그리드는 하반기 클라우드잇 3.0을 발표할 계획이다. 가상화 인프라로 젠뿐 아니라 리눅스 커널기반가상화(KVM)도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모듈화 작업이 이뤄진다. 오픈스택 같은 엔터프라이즈를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이 개발 목표다.
그는 “현재 클라우드잇 코드를 다른 회사들도 볼 수 있도록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며 “확장성을 위한 모듈화 작업을 하고 있고, 안정성과 호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과 호환성, 플랫폼 이전의 안정성을 위한 브로커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클라우드 발전법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법이 어떤 모양으로든 생긴다는 것은 클라우드를 의미있는 도메인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할 만하다”며 “스포츠 종목이 올림픽에서 시범이든 정식이든 채택되는 것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과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언제까지고 자체 플랫폼만 개발할 수는 없다.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오픈스택도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노그리드가 우리 플랫폼에 대한 SI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우리 목적은 클라우드잇이 아니라 클라우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뒤 오픈스택 같은 다른 오픈소스를 채택하든, 우리 것을 오픈소스로 전환하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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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노그리드가 처음부터 맨땅에서 시작한 게 아니다”며 “국가차원의 지원도 많이 받았고, 여러 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 어떻게 공개하느냐가 문제인데, 지금 공개하면 버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관리주체가 어디가 됐든 클라우드잇을 쭉 끌고 갈 수 있는 무언가 생겼을 때 그들에게 넘기고 도네이션 하면서 사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