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게임 이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사실 게임 때문에 삶의 의미를 되찾고 희망을 얻는 경우도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온라인 골프 게임 ‘샷온라인’이 대표적인 경우다. 샷온라인이 존재해 가능했던 기적과도 같은 사연이 이 게임을 10년 간 존재할 수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
샷온라인 10년 역사에서 김경만 온네트 대표가 기억하는 에피소드는 ‘그린맨’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 이용자의 얘기다.
수년 전 온네트USA 대표직에 있던 김 대표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골프를 좋아하던 동생이 루게릭병에 걸려 발가락만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우울증에 빠졌지만 샷온라인을 통해 삶의 희망을 갖게 됐다는 친형이 적은 사연이었다. 그리고 게임을 즐기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해줘 고맙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세상을 떠난 샷온라인 이용자가 바로 그린맨이다.
사실 이 편지가 더 감동을 주는 이유는 과거 그린맨의 형이 몇 차례나 가상 키보드 업데이트를 요구해왔던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온몸이 마비 돼 게임 내 채팅을 하고 싶어 하던 동생 그린맨을 위해 친형이 가상 키보드 업데이트를 요구해왔던 것이다.
이를 모르고 무시했던 미안함에 온네트는 그 후부터 그린맨의 이름을 딴 샷온라인 토너먼트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또 온네트는 해당 토너먼트 참가자 수에 따라 일정 기금을 책정, 루게릭 재단에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그린맨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대신하고 있다.
“얼마 전 샷온라인 10주년 사내 행사 때 직원들에게 그린맨 사연을 얘기해주고,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해줬어요.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죠.”
샷온라인 10년 역사 중 가장 큰 이슈는 개발사인 온네트가 2011년 말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식구가 된 일을 꼽을 수 있다. 이를 가리켜 김경만 대표는 ‘결혼’에 비유했다. 그 만큼 원래부터 보이지 않는 끈에 이어져 있던 인연을 만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결혼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이미 관계가 맺어질 파트너가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위닝펏 퍼블리셔를 찾던 과정에서 샷온라인 채널링 서비스 제휴 차 다음에 연락했던 게 예상 못한 결과를 만들었죠. 샷온라인 채널링 얘기가 위닝펏 서비스와 회사 투자 논의로 번지더니 결국에는 인수까지 이뤄지는 인연이 맺어진 거예요.”
현재 두 회사의 만남은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게임 사업에 진출한 다음에게 있어 온네트는 믿음직한 개발사이자 캐시카우고, 온네트에게 있어 다음은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만들어준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샷온라인이 8개 언어로 번역돼 국내·외 이용자들에게 사랑 받으면서, 또 10년간 누적 매출 1천억원을 올려줄 만큼 회사 성장을 이끌어준 비결은 무엇일까. 김경만 대표는 스포츠 장르에 집중했던 게 주효했다는 생각이다.
“같은 게 나오지 않는 게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매 경기마다 다른 과정과 결과가 만들어지는 게 바로 스포츠라는 거죠. 스포츠 게임의 정의를 충실히 따르고자 했던 게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그 때 그 때마다 달라지는 재미, 여기에 공을 쳤을 때 500야드, 600야드까지 날아가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적절히 섞었던 게 10년 동안 샷온라인이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가 아닐까요.”
온네트는 샷온라인에 이어 두 번째 온라인 골프 게임인 ‘위닝펏’을 통해 또 한 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크라이 엔진으로 그래픽 품질을 실사 수준으로 높였으며, 샷온라인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위닝펏에 담아냈다. 조만간 2차 테스트도 준비 중이다.
물론 시장의 우려대로 같은 장르와 소재의 게임이 겹치면서 서로 제 살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걱정을 김경만 대표도 갖고 있다. “그래도 둘 다 잘 될 거야”거란 무조건적인 낙관론만을 갖고 있지도 않다. 어쩔 수 없는 카니벌라이제이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가 우리를 깎아 먹는 게임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얘기가 분명 있었죠. 그런데 회의에서 그럼 남이 뺏어갈 텐데 라는 얘기가 나왔고, 결국 우리가 우리의 경쟁작을 만들자는 판단을 내리게 됐어요. 일단 이용 층으로 구분이 될 거에요. 위닝펏은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샷온라인은 그 윗세대가 이용하기 좋은 게임이 될 겁니다.”
온네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10여 명으로 개발팀을 꾸리고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모바일 골프 게임도 개발 중이다. 온네트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내놓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플랫폼 다변화 측면에서 실사풍 모바일 골프 게임을 만들고 있어요. 샷온라인 일부 리소스나 코스를 활용하고 있는데 모바일에서 골프로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에요.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개발 중이고, 밴드 플랫폼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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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대표의 인생은 샷온라인 전과 후로 나뉜다. 골프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골프 연습장부터 끊고 거의 매일 골프 연습에 매진했던 그는 이제 프로골퍼 부럽지 않은 실력을 자랑한다. 골프 게임 때문에 사업적인 성공도 이뤘고, 골프라는 취미생활까지 갖게 됐다. 골프 게임 샷온라인과 함께 10년을 걸어온 길, 앞으로의 5년과 10년은 또 어떻게 계획하고 있을까.
“2002년 골프 프로젝트를 한다고 2년 간 거의 매일 연습장을 다녔던 기억이 나요. 술 마시고 다음 날도 갔을 정도였죠. 샷온라인은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10년을 할 줄 몰랐어요. 더 만들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만들게 무궁무진하고요. 앞으로의 5년, 10년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한 달, 반기, 1년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하다보면 샷온라인 15주년, 20주년이 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