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가격 인상 승부수…통할까?

[데스크칼럼]美 이통사와 협상중…첫 사례여서 관심 커

일반입력 :2014/04/15 11:45    수정: 2014/04/16 10:48

세계 스마트 시장에서 초특급 이슈가 터져 나왔다. 애플의 아이폰 가격 정책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판매하기 시작한 신작 갤럭시S5의 가격을 종전보다 10만 원 이상 낮추며 ‘가격파괴’ 전략으로 나오자 애플은 그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오히려 가격을 10만 원 가량 올리겠다는 의도가 드러났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쌍벽답게 철저히 정면으로 부닥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이동통신 회사들과 가격 인상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기준으로 이통사에 2년 약정할 경우 소비자가 부담하는 종전 아이폰(메모리가 가장 낮은 제품 기준) 가격은 199 달러다. 약정 없는 공(空)기계 값은 649 달러다. 그 차이만큼 이통사가 보조금으로 보전해준다. 애플은 여기서 100달러를 인상, 이통사와 소비자가 50달러씩 더 부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가격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이통사들은 일단 애플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새 아이폰이 나올 시점에 또렷한 경쟁작이 없어 결국 수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확정된 게 아닌데도 이 소식이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애플 스스로 관행을 깨고 던지는 최대 승부수라는 점과 일반의 예측을 정면으로 비켜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뒤 매년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단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잡스는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새로 채택한 신기능을 특유의 설득력 있는 연설로 설명해 청중을 사로잡은 뒤 변함없는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탄성을 자아내는 전략을 썼다. 엄청난 투자로 제품을 업그레이드 했지만 혜택은 오직 소비자한테 돌린다는 의미였다.

애플은 그러면서도 막대한 이득을 취해왔다. 한때 영업이익률이 40%를 넘었고 최근엔 조금 내렸지만 여전히 30% 이상이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10%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현재 적자를 면키 어려운 처지다. 최근 분기 영업이익만 한국 돈으로 18조원에 달한다. 스마트폰 1위인 삼성도 TV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 등을 다 합쳐봐야 영업이익이 8조원대에 불과하다.

잡스 생전의 애플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막대한 영업이익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었던 건 이익률이 조금 떨어져도 판매대수의 확대 속도가 이를 만회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깜짝 놀랄 신제품이지만 가격은 그대로’라는 잡스의 자존심은 지속적인 제품 혁신과 주기적으로 터져주는 새 카테고리의 상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에서 사라진 것은 바로 이점이다. ‘혁신의 실종’.

애플이 가격을 올리겠다는 건 그래서 ‘자존심 마케팅’으로 보인다. 외국의 한 애널리스트가 평가한 바처럼 애플 팬들은 싼 제품에는 관심이 없고, 최고 중에서도 최고의 제품을 원하며, 이를 위해 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자사 제품을 경쟁사 상품과 차별화하고 떨어지는 영업이익률을 반전시켜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장점유율보다는 영업이익률을 올려 이익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소비자 반응이다. 새 아이폰은 화면이 커지고 해상도도 높아지는 만큼 원가 상승 요인이 있을 것이다. 새 기능들도 상당히 들어갈 것이다. 잡스는 그 이상을 해놓고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쿡은 그걸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 사후 아이폰의 혁신도 한물갔다는 소비자 의견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혁신가치는 줄었는데 돈은 더 내야 하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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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더구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고가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선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조사 사이에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5의 가격을 10만 원 이상 내린 이유도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애플은 이 거대한 시장 물결에 보란 듯이 역주행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살 사람은 사고 말 사람은 말라며 공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배짱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흥미진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