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태 ‘제일모직’ 60년만에 역사속으로

삼성그룹의 모태 중의 하나인 제일모직이 설립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해 삼성에버랜드에 패션 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남은 소재사업부문이 오는 7월 삼성SDI에 합병된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지난 1954년 9월 설립했으며, 60년이 흐른 지금까지 설립 당시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1954년 설립 이후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에 패션사업, 1990년대에 케미칼 사업, 2000년대에는 전자재료 사업에 차례로 진출해왔다.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만드는 전자재료 사업부문과 전자제품·자동차에 들어가는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케미칼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1960년대까지 원사와 모직물 생산에 전념해 온 제일모직은 1970년대부터 화섬산업과 의류업에 진출했다. 197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1980년대에는 패션사업에 진출해 캐쥬얼 ‘빈폴’과 남성복 ‘갤럭시’ 등의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1990년대는 의류사업을 넘어 화학소재와 전자소재 사업에도 적극 진출했다. 화학소재 분야 매출 비중이 늘어나자 2000년에는 주업종을 섬유·의복에서 화학으로 변경했다.

2000년대 제일모직은 화학부분을 주력사업으로, 전자재료 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해왔다. 2011년에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을 합병하고, 지난해 9월에는 독일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업체 노발레드(Novaled)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소재 사업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패션 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하고 전자·화학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SDI로 제일모직은 소멸된다. 양사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제일모직이라는 상호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에서 사용을 검토하고 있어 이후에도 제일모직이라는 사명이 존속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양수도 계약 체결 당시 제일모직이 상호를 더 이상 쓰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사용권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다는 조항을 포함했다”면서 “에버랜드가 상호변경을 추진하면서 제일모직을 사명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하나의 안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