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늦게까지 지속된 SK텔레콤 통신장애에 대한 소비자 비난이 거세다. SK텔레콤은 통신 서비스 불통이 5시간 가까이 지속된 후에야 공식입장을 내놓아 늑장 대응 논란을 빚었다.
특히 장애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오류가 난 장비의 복구가 완료됐다고 안내를 하는 바람에 이용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단순히 장애 장비만 고쳤다고 서비스가 복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SK텔레콤이 충분히 인지 가능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1등 통신사’, ‘명품 LTE’ 등의 문구를 내세워 이용자를 모집했던 SK텔레콤으로서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해 발생한 LG유플러스의 통신망 장애, 최근 KT 개인정보 유출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빈축을 사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전날인 20일 오후 6시경부터 가입자 위치정보 확인모듈(HLR)에 장애가 발생해 일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이용자가 음성 송수신이 불가능했으며 일부는 데이터 통신까지 장애를 겪었다.
SK텔레콤은 장애가 발생한지 약 5시간 후인 밤 11시경에서야 입장자료를 내놓고 공식 사과했다. 통화 피크타임 중 하나인 퇴근시간 대 수많은 고객이 불편을 겪었던 점, 트래픽 과부하로 인한 2차 피해로 밤늦게까지 통화 장애가 계속된 점을 감안하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SK텔레콤은 “통화 장애 발생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 중으로 현장에 전담 인력을 투입해 빠른 시간 내 서비스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불통 중 ‘복구완료’ 안내…혼란 가중
더 큰 문제는 장애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오후 6시 50분경 언론에 ‘복구완료’라고 안내하면서 큰 혼선을 빚었다는 점이다.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은 SK텔레콤이 순간적인 비난을 모면하기 급급해 고객을 우롱했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피해보상 규모를 줄이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당시 SK텔레콤은 “장애 발생 24분만인 오후 6시 24분에 장비 복구를 완료했다”며 “복구 완료 이후 통화가 되지 않은 이용자들이 계속 통화를 시도해 트래픽이 과부화 된 것으로, 순차적으로 소통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HLR 장비 복구만으로는 서비스가 정상화되기는 어렵고 호 폭주 외에도 다른 장비와의 데이터 업데이트, 신호 교류 등이 필요한 만큼 SK텔레콤이 사전에 충분히 장애 장기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이용자들에게 ‘현재 장애에 따른 트래픽 폭주로 통화가 어려우니 잠시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식의 사전 공지를 할 여유가 충분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HLR 모듈 복구 후 쌓여있는 트래픽 해소가 시간문제인 상황에서 장비 복구완료 안내를 했던 것”이라며 “이후 막혔던 트래픽은 해소됐지만 이용자들이 서비스 확인차 계속 통화를 시도하고, 단말기 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시도호를 보낸 것이 쌓여 예상치 못하게 트래픽이 과부하가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통신장애, 단순 장비 복구만으로는 정상화 어려워
장애가 발생한 HLR은 가입자의 위치 정보를 확인하는 장비다. 여기에 장애가 발생하면 이용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통화권 이탈, 번호 사라짐, 전화걸기 불가(없는 번호) 등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HLR은 한 서버에 최대 100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국번별로 정렬이 돼있다. 동일 지역에 있는 SK텔레콤 이용자라도 장애 경험 여부는 다를 수 있는 이유다.
HLR이 복구됐더라도 장애시간 동안 이용자가 이동해버리면 방문자 위치정보 확인 모듈(VLR)이 갱신한 가입자 위치 정보를 HLR에 업데이트해야 한다. 통화 트래픽 폭주 외에도 장비 단에서도 다소 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신재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B4G이동통신연구부 이동단말연구실장은 “장비가 파손, 오작동했을 때의 복구 시간을 연구소에서 정확하게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가입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HLR 장비는 교환기, VLR 등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것만 고쳤다고 해서 정상 동작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HLR 장비를 복구했더라도 연결된 장비들까지 모두 제대로 동작하는 지까지 다 확인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통신서비스 제공사가 더욱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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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남 충북대학교 전자정보대학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역시 “단순히 고장 난 장비만 고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장비는 다 연결돼있기 때문에 쌓여있던 호와 신호 등을 풀어주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24분 내에 장비를 고치거나 교체했다 할지라도 밤 12시 가까이 장애를 겪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화 트래픽이 과부하 됐다는 것이나 HLR과 VLR 사이의 위치정보 업데이트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의 이야기”라며 “사실 장비 장애 문제는 SK텔레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통사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장애시간을 단축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