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 지원 종료…5개국 대처 사례 비교

일본 이치노미야市는 인터넷 선 뽑는 것으로 대응

일반입력 :2014/02/20 16:52    수정: 2014/02/20 16:52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는 4월8일부터 윈도XP에 대한 지원을 중단키로 함에 따라 세계 각국 정부들의 행보도 분주해졌다. 보안 대란을 막기 위해서다.

나온지 12년이 넘은 윈도XP는 지원 중단과 함께 해커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OS에서 아무리 심각한 취약점이 발견되어도 수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각국 정부는 그동안 저마다 처한 사정에 맞게 윈도XP 시대의 마감을 준비해왔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부 차원에서 MS에 윈도XP의 지원기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비중이 줄고 있다지만 PC 2대중 1대꼴로 윈도XP가 깔려 있는 상황 자체가 큰 문제였다.

MS는 중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저작권청(NCAC)이 MS에 지원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주요 공공부문에서도 윈도XP를 많이 쓴다는 것이 이유였다.

MS는 중국에 윈도8 업그레이드판을 팔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나와 인기를 끌던 윈도7 '스타터(베이직)' 버전 공급을 끊으면서 신규OS 확대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중국은 아직 불법복제율이 높은 국가라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율이 낮다.

영국 정부도 MS와 윈도XP 기술지원 기간을 놓고 협상 중이다.

영국 국가건강서비스(NHS)가 가입자 의료정보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보안 위협에 노출시킬 가능성을 우려, 최소 1년 이상의 기술지원 연장을 요청했다.

현재 영국NHS 의료정보시스템이 윈도XP 기반으로 구동되고 있다.

지난 12일 이를 단독 보도한 영국 IT미디어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MS는 영국 정부로부터 일정비용을 받고 지원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약을 맺으면 MS가 해당 기간 기술지원을 위한 전속 엔지니어를 두게 된다.

논의된 비용은 데스크톱 1대당 첫해 200달러, 2년차 400달러, 3년차 800달러다. NHS가 지원을 요하는 윈도XP PC 규모는 109만대 정도다.

기술지원 연장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나마 영국 정부의 요구는 'NHS을 위한 지원'으로 한정된다. 중국 요구를 단칼에 물리친 MS가 영국과는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듯하다.

독일 정부는 MS에 지원 연장을 요청하기 보다 윈도XP 지원 중단을 앞두고 리눅스로 전환을 시도한 사례다. 각국 정부가 참고할만 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독일 뮌헨시에서는 시립도서관을 통해 윈도XP를 사용중인 시민들에게 '우분투' 배포판을 담은 CD 2천장을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리눅스 배포판을 다운로드로 설치하기 어려운 시민을 배려한 조치다.

당시 독일에선 뮌헨시가 3번째로 많은 윈도XP 사용자를 보유한 도시였다. MS가 윈도XP 기술지원 중단을 적극적으로 알리자 이를 시 정부가 이전부터 지지해 온 우분투 리눅스의 보급 기회로 삼은 것이다.

뮌헨시는 지난 2007년부터 MS 윈도, 오피스를 쓰는 51개 지역 PC를 리눅스 환경으로 바꿔왔고 지난해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3년부터 논의됐다. MS에겐 공공기관용 표준 문서형식을 놓고 오픈소스 진영과 주도권을 다툰 민감한 시기였다. 뮌헨씨는 투표를 통해 MS란 단일 기업에 의존하는 걸 그만두고 오픈소스 환경으로 전산망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미처 독일 뮌헨시처럼 하지 못한 경우 아예 발상을 전환한 사례도 있다. 일본의 한 지방자치단체는 지원 종료 이후 윈도XP를 돌리던 PC의 인터넷 접속을 끊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5월초 일본 주니치신문은 이치노미야시가 윈도XP PC 1천100대중 교체하지 않는 360대를 폐기하지 않고 인터넷선을 뽑은 상태로 쓸 것이라 전했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어쨌든 보안위협에 대응은 하는 셈이다.

일본 전국이 모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건 아니다. 아이치현은 윈도XP PC 8천대중 800대를 계속 쓰는데 백신소프트웨어를 최신상태로 작동시켜 쓸 방침이다. 그래도 OS 자체의 빈틈을 노리는 악성코드에 대한 위협은 남는다.

지난달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도 상황이 심각한 편이다. 현지 기업용PC중 윈도XP 기반이 723만대 가량이며 윈도8.1로 업그레이드하는 추세는 그리 빠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특히 지방정부가 과세 및 주거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행정용PC에 윈도XP를 여전히 쓰고 있어 문제다. 당장 전환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몇달이 걸릴 일이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9월까지 국내 윈도XP기반 PC는 990만대에 달했다. 한국MS가 지난해 4월 기술지원 중단 1년을 앞두고 주의를 당부할 때, 점유율 32.9%에 달했던 1천490만대에서 500만대가 줄었다.

이후 국내 OS 시장 점유율의 윈도XP 지분이 세계 평균보다 낮아졌다. MS는 국내 윈도XP 점유율이 감소 중이며 지원중단 100일 전인 지난해 12월19일 점유율이 18%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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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공공기관 행정업무용 프로그램과 대국민 전자정부 서비스 일부가 윈도XP 시절 만들어졌고 별다른 업데이트 없이 사용돼 왔다. 윈도XP에 대한 의존성은 다른 나라에 못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MS 측에 문의한 결과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중국, 영국처럼 윈도XP 지원을 연장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 등에선 여전히 윈도XP 기반 업무용 PC를 사용 중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