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서점' 개봉박두, 전자책 기폭제 되나

출판사가 직접 유통...전자책 연재 후 종이책 출간도

일반입력 :2014/02/20 15:49

남혜현 기자

문학동네가 3월 디지털 서점을 연다. 최인호, 황석영, 김훈, 은희경, 신경숙, 성석제, 김영하, 김연수, 박민규 등 동인 작품을 초기작부터 신간까지 전자책으로 만들어 자체 서점 앱에서 판다. 읽을 만한 전자책이 없다는 문제제기에 출판사가 내놓은 나름의 해법이다.

18일 오후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홍대 카페 콤마에서 이 회사 최종수㊿ e북 사업부 실장을 만났다. 최 실장은 지난 2012년부터 '문학동네 서점 앱' 기획과 개발을 주도해왔다. 2년에 걸친 노작이 곧 결실을 본다. 3월에 1차로 인기 소설 200여권을 전자 출판한다. 유명 작가들의 신간 연재도 서점 앱을 통해 연내 시작한다.

최 실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쇄효과를 누차 강조했다. 베스트셀러 한 권을 잘 팔기보다는 인기 전자책이 다른 도서의 판매를 이끌어내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동네가 출판한 작품을 모두 전자책으로 펴내 디지털 아카이브로 만드는 것은 연쇄효과를 위한 첫 걸음이기도 하다.

■문학동네 서점, 어떤 책들 파나

문학동네 서점을 열고, 그 안에 주요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콜렉션으로 묶어서 선보입니다. 데뷔작부터 최근작까지 전부 전자책으로 만들었어요. 문학동네 20년을 대표하는 도서 40권, 젊은 작가 콜렉션 20권 등을 모두 합치면 200권이 넘어요. 문학동네가 펴낸 모든 소설을 이 서점에서 전자책으로 살 수 있게 한거죠.

3월 문학동네가 선보이는 전자책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대표 작가 콜렉션'이다. 최인호, 황석영, 김훈, 은희경, 조경란, 성석제, 박민규, 김영하, 김연수, 윤대녕, 김소진, 이재하, 신경숙 등 그간 문학동네에서 출판해온 작가들의 모든 작품이 전자책으로 나온다.

문학동네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콜렉션도 있다. 지난 1994년부터 2003년까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을 주기로 나눠 해마다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 두 종씩 총 40권을 전자책으로 선보인다. '문학동네 20년 콜렉션'인데, 앞서 언급한 대표작가 작품과 겹치지 않게 도서를 선정했다.

이 외에 젊은 작가 콜렉션도 있다.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여기에 들어간다. 천명관, 김애란 등 아직까지 출간작은 적지만 대중에 사랑받는 작가 스무명의 도서도 전자책으로 볼 수 있게 했다. 한 마디로 문학동네 서점은 일반 유통사와 달리 자신들이 펴낸 도서를 모아놓은 도서관처럼 구성했다.

회비 3만원을 내면 문학동네 서점에서 정가 대비 50% 싼 값에 전자책을 살 수 있다. 인터넷 서점에 지불했던 판매 수수료를 줄인만큼 할인폭을 늘렸다. 물론, 이 도서들은 일반 인터넷 서점에서도 판매한다. 문학동네 서점은, 그러니까 출판사가 독자와 소통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또 다른 판매 채널인 셈이다.

출판의 미래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직까지는 전자책을 대안으로 꿈도 못 꾸는 상황이고요. 디지털 변환 흐름에 맞춰 출판사가 변신을 해야 해요. 전체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바라보자는 거죠. 문학동네 디지털 출판이란 개념을 새로 잡았습니다. SNS 부서를 만들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운영했고, 그때부터 서점 앱을 기획하면서 2년간 준비했어요. 앱은 독자와 직접 만나는 장이잖아요?

지금 문학동네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다. 출판사 입장에서 전자책은 새로운 매출이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못된다. 이정도로는 전자책에서 출판의 미래를 보기는 어렵다. 출판사가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할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치열한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 서점 앱이다. 출판사가 판매와 유통을 같이 하는 것, 못할 이유는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문학동네 서점 앱은 연내 꾸준히 달라질 계획이다. 우선 신간 연재다. 기성작가는 물론 신인작가도 이 곳에서 작품을 연재한다. 연재물들을 묶어 일주일에 한 번 짧은 분량의 잡지로 만든다. 완결되면 나중에 종이책으로 펴낸다. 작가는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출판사는 작품의 출간 계획을 세우기 쉽다. 신인작가를 발굴, 육성해왔던 문학동네가 작품 발표 지면을 디지털로 확장한 것이다.

계간 <문학동네> 역시 디지털로 나온다. 앱 회원들은 과월호 <문학동네>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요새 젊은 사람들에 맞춘 변화다. <문학동네>라는 다소 두꺼운 잡지를 사서 들고다니는 부담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디지털에 맞춘 문학동네의 또 다른 변화다. 아직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출판사들이 직접 차린 서점이 전체 도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만 팔리는 것은 전자책도 마찬가지

2011년에 미국 2위 서점인 보더스가 파산했죠. 미국에서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더 팔린다는, 그런 기록이 나오던 때에요. 한국에선 왜 출판사들이 콘텐츠를 많이 안내놓느냐는 불만이 있었어요. 그래서 확인하고 싶었어요. 인기 작품을 전자책으로 내놓으면 얼마나 팔릴 수 있는지요.

최 실장은 편집자들을 설득했다. 시도는 한 번 해보자는 의도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문학동네가 전자책으로 펴낸 파울로 코엘료 <브리다>, 은희경 <소년을 위로해줘> 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등은 모두 1만권 이상 전자책으로 팔렸다. 당시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엄청난 기록이었다.

이 전자책들이 당시 붐을 일으키긴 했어요. 그때 인터넷 서점들도 마케팅을 세게 했고요. 그런데 이게 한 번 하고나면 그 뿐이더라고요. 그 책만 잘 나가고 다른 전자책은 안 팔려요.

문학동네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이유다. 히트친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나중에 파는 것으로는 변화하는 디지털 흐름을 쫓을 수 없다. 기대했던 연쇄효과가 없었다.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 전자책 판매량이 늘어난다지만 아직까지 장르문학에 국한된 이야기다. 인터넷서점에서 선보인 '대여모델'은 낙전 수입을 바라는 것으로 한계가 있다고 봤다.

문학동네 서점 의미는 포털이나 커다란 유통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출판사가 자체 브랜드로 힘을 키운다는 거예요. 외부에 휘둘리지 않을 기반을 마련한다는 뜻에서 굉장히 신경을 써서 하는 거죠. 그래야 계속 갈 수 있다고 보니까요. 10년, 20년 후에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르는데, 스스로 우뚝서기 위한 밑바탕이라고 봐주세요.

문학동네 서점 앱에 꾸준한 투자도 했다. 앱 기획과 개발에 2년이 걸렸다. 앱 개발에는 '북잼'과 협력했고, 안팎으로 10명이 달라붙었다. 인건비만 들어갔다고 해도 최소 수억원이 개발비에 소요된 것이다.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전자책 수익이 고스란히 서점 앱 개발과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은 팟캐스트만 하지만 나중에는 문학동네 TV도 해보고 싶다 말했다. 모든 미디어가 출판 플랫폼인데 TV를 빼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출판은 자원이 풍부한 미래 산업인데 정부 지원도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TV만 해도 그렇다. 출판사들이 새 미디어 환경에 맞게 움직이려면 장비가 필요한데 그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출판사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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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보는 것은 독서 문화 확대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죠. 지금은 TV나 만화, 동영상 같은데 독자들을 많이 빼앗겼는데 이들을 다시 책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의도가 있어요. 멀티미디어가 득세한 스마트폰 시대, 출판사 나름의 반격이다.

아직도 국내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이다. 아마존을 중심으로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미국 출판계 소식은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다. 국내서도 간간히 전자책 베스트셀러가 나왔으나 시장 자체를 키울 기폭제는 되지 못했다. 출판사가 미래를 논하기에 전자책의 성장은 너무 더뎠다. 문학동네의 시도를 주목해볼만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