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버 삼킨 라쿠텐…한·중·일 메신저삼국지

바이버 베트남 영향력 커…라인·카카오 강적 만나

일반입력 :2014/02/17 13:51    수정: 2014/02/17 14:25

남혜현 기자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이 '바이버'를 인수했다. 바이버는 2억 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앱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라쿠텐의 참전으로 동남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앱 시장이 한·중·일 삼국 경쟁구도로 짜일 전망이다.

지난 14일 외신들은 라쿠텐의 바이버 인수를 일제히 보도했다. 인수가는 9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1조 원에 조금 못 미친다. 라쿠텐은 바이버의 가입자 수에 힘입어 동남아시아를 필두로 한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격전지는 아시아다. 왓츠앱, 아이폰 무료 문자가 장악한 미국 시장 진출에 앞서 패권자가 없는 동남아에서 탄탄한 가입자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네이버 라인, 카카오톡 등이 베트남 등지에서 수천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바이버 아시아 영향력 '주목'

일본 라쿠텐이 이스라엘 미디어 업체 바이버를 인수한 것에 우리 기업들이 신경 쓰는 이유는 '같은 공략지역'과 '유사한 사업 모델' 때문이다. 바이버는 무료 음성 통화(m-voIP)로 먼저 이름을 알렸는데 최근에는 라인이나 카톡과 유사한 '스티콘' 등 문자 메시지 특화 기능을 덧붙이며 동남아 가입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바이버가 가장 인기 있는 지역 중 한 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 바이버 가입자 수는 300만명을 넘어서 이 지역 1위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3월 현지에서 인기 있는 한국 아이돌 빅뱅을 모델로 베트남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나 바이버의 벽에 부딪혀 가입자 수를 크게 확보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카카오는 최근 베트남 현지 이동통신사인 비에텔과 업무 제휴를 타진 중이다. 앞서 국영 방송국인 VTC와도 합작 법인을 검토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이 한 단계 비상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데, 지역 내 1위 업체인 바이버가 라쿠텐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등에 업은 것이다.

상황은 네이버 라인도 마찬가지다. 바이버는 일본에서 라인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은 네이버가 100% 출자한 회사이지만, 일본 법인이라 현지인들에게 자국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1억2천만 일본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5천만명이 라인을 사용한다. 라인 세계 가입자 수가 3억5천만명이라지만, 기반은 여전히 일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라인 매출에서 일본 비중이 80%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일본에서 라쿠텐의 영향력이다. 라쿠텐은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면서 영향력 있는 포털, 미디어, 통신 업체이기도 하다. 자체적인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도 갖췄으며 최근 모바일, 콘텐츠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라쿠텐의 경우 글로벌 기업을 인수, 현지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활용한다. 캐나다 전자책 업체 코보를 2011년 인수한 후 라쿠텐은 일본에서 전자책 단말기를 50% 할인하고, 콘텐츠 가격도 매월 절반씩 할인해 주는 등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아마존과 경쟁해왔다. 2012년에는 핀터레스트에도 지분 투자를 하는 등 SNS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라쿠텐은 시가총액에서도 네이버를 앞선다. 지난 1월 기준 라쿠텐의 시총은 229억달러로, 세계 인터넷 기업 10위 안에 들었다. 당시 네이버 시총은 222억 달러로 라쿠텐에 못 미쳤다. 라쿠텐이 현지 포털, 미디어, 통신, 하드웨어, SNS 등 다방면의 서비스에 마케팅을 집중해 지원할 경우 라인 역시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라쿠텐이 왜 메신저 앱?

라쿠텐이 다수 디지털콘텐츠를 확보한 전자상거래 업체라는 점도 다른 모바일 메신저 앱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라쿠텐은 이미 코보를 인수, 다수의 디지털 콘텐츠를 확보했다. 보수적인 일본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페이지, 카카오 뮤직 등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 판매를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매출은 내지 못하는 상태다.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카카오스타일 역시 회원사는 늘었지만 구체적 매출을 공개하지는 않늗나.

네이버도 라인의 차세대 매출을 모바일 쇼핑에서 보고 있고 '라인몰'을 지난해 연말 일본에서 열었다. 그러나 모바일 쇼핑과 라인을 본격 접목하는 것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때문에 라쿠텐이 먼저 이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및 상품 판매에 성공할 경우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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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 앱이 기술적으로 다른 경쟁 앱과 차별화 하기 어렵다는 점, 한 업체가 특정 부문에서 매출을 낼 경우 다른 회사들도 쉽게 이를 따라할 수 있다는 점도 선발 주자인 국내 기업들에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라쿠텐은 이미 게임 플랫폼을 바이버에 붙이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상태다.

현재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4억명 가입자의 미국 왓츠앱을 제외하고는 중국 위챗이 6억, 네이버 라인 3억5천만, 카카오톡이 1억3천만, 바이버가 2억2천500만명을 확보했다. 왓츠앱, 위챗 등과 겨루기 위해선 최소 4~5억명의 가입자가 기반 돼야 한다. 라쿠텐의 바이버 인수로 향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아시아권 나라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