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소니가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PC 사업부는 아예 팔아버리기로 했고, TV는 떼어내 독자 생존의 길을 찾게 했다. PC는 중국 레노버에 밀리고 TV는 삼성전자에 밀려 9분기 연속 적자를 낸 끝에 내린 특단의 대책이다. 임직원도 5천명을 더 감원키로 했다. 왕년의 '전자왕국' 소니가 처참하게 뿔뿔히 흩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떼어내고 남은 잔존 법인인 소니 본사의 핵심 사업은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로 확고하게 자리잡은데다 소니 위에 있는 중국계 회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소니로서는 LG전자 및 중국 업체들과 펼쳐야 하는 3위권 경쟁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조조정 이후가 더 문제일 수도 있다.
각고의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본사든 분사한 TV 사업이든 어느 하나 만만치가 않은 상황이다.
우선 PC 사업 매각 결정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2년 연속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소니도 예외는 아니다. 소니 PC 사업은 201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적자다.
분사키로 한 TV 역시 시장 상황이 썩 좋지 않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다. 소니는 9분기 연속 적자였다. 3월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 기준으로도 250억엔 규모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UHD TV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 규모는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UHD TV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해도 LCD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 가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자 다 떼내고 본사가 집중키로 한 것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시장 이익의 100% 이상을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세계 전체 스마트폰 기업이 올린 영업이익보다 이 두 회사가 올린 영업이익이 더 크다. 두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 적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시장은 성장세가 주춤해지며 경쟁 상황이 더 악화하는 국면이다. 중국처럼 큰 자체 시장과 저렴한 생산 비용을 실현하지 못한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소니로서는 가벼운 몸으로 빠르게 움직여 이 시장을 돌파하겠다는 뜻이겠지만 고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 및 애플과 싸워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소니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이유들이다. 무엇보다 속도경영을 선택한 매각 및 분사가 그나마 있던 '브랜드 시너지'를 약화시켜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차입금 규모가 매출의 2배까지 늘어나면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라며 “다만 사업을 자꾸 포기해버리면 브랜드 가치도 줄어들어 악순환 구조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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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니의 행보를 보면서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전자 시장의 상황이 그만큼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는 LG전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세탁기와 에어컨 등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PC, TV, 스마트폰 등은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있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