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남긴 차명재산을 놓고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벌인 상속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이건희 회장 측은 이번 판결에 크게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재판부 판결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통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는 6일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의 모든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됐으며 소송 비용도 모두 원고측이 부담하게 했다.
재판부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대해 계약으로서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없었지만 원고를 비롯한 공동상속인들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의 존재에 관한 미필적인 인식하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취지를 밝혔다.
판결 직후 이건희 회장측 소송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나 밝혀진 사실관계에 비춰볼때 합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즉각적으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특히 공판 과정에서 이 회장 측은 이 사건의 본질은 돈이 아닌 경영승계의 정통성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던 만큼 단독 상속의 정통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에 큰 의미를 뒀다.
윤 변호사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계약이기 때문에 형식상 요건은 부족하지만 차명주식 존재와 피고에 귀속한 사실에 대해서는 다른 상속인들이 모두 알고있고 미필적으로 묵인했다고 판단했다면서 1심보다 차명주식 귀속의 정통성이 좀 더 받아들여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반면에 원고인 이맹희씨 측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판결 직후 원고측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저희가 확인한 진실과 다르게 재판부가 판단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상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두 번의 패소로 상당부분 명분을 잃게 된 만큼 사회적 분위기와 소송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쉽게 상고 여부를 결정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특히 이맹희씨의 건강악화와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판과 수술 등에 대한 심적 부담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가족 간 화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이맹희씨 측은 해원상생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고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지막 바램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이날 판결 이후 피고 측 변호인도 판결결과와 상관없이 진정성만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는 가능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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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상속소송은 지난 2012년 2월 이맹희 씨가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7천100억여원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지난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17만7천732주에 대한 인도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도 기각했다. 1심에 참여했던 이숙희씨와 이창희씨 며느리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 전 회장 단독 항소로 시작된 항소심은 그동안 7차례 공판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