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시장이 확산될 또 하나의 계기가 마련됐다. 그래픽 프로세서(GPU) 가상화 기술과 VDI 솔루션의 화학적 결합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대체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VDI가 준비태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자동차, 건설, 중공업 등 세계 수준의 제조기업이 다수 포진한 한국에서 엔지니어링 VDI가 시장개화를 기다리고 있다.
VDI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가상의 데스크톱을 생성해 최종 사용자에게 PC 환경을 서비스로 쏴주는 기술이다. 모든 컴퓨터 연산과 데이터 저장이 사용자의 단말기 대신 중앙의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진다. 2011년부터 국내외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내외 VDI 구축은 주로 사무용 PC환경에서 일어났다. 원격에서 언제 어디서나 회사 인프라에 접속해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지만, 기밀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를 없앨 수 있다는 보안성이 확산을 더 촉진했다.
보안을 최고 이점으로 본다면 VDI는 설계, 도면 자료를 다수 활용하는 제조업계의 엔지니어링 작업과 좋은 궁합을 갖는다. CAD 도면 유출은 회사 전체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VDI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더불어 PC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서버용 CPU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비용부담이 적지 않다. CAD를 활용한 도면, 설계 자료나 3D 시뮬레이션 등 그래픽 집약적인 작업을 VDI로 수행하기엔 비용부담이 크고, 워크스테이션에 비해 성능 한계도 뚜렷했다.
VDI 솔루션과 엔지니어링의 만남을 위한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트릭스와 VM웨어 같은 회사들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이언트 사이에 오가는 데이터양을 줄여 네트워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프로토콜 개선 작업에 공을 들였다. 가상화 솔루션의 연산성능을 높여 고성능 그래픽 작업을 워크스테이션 수준으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기울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엔비디아 GPU 그리드 기술이 진화하면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엔비디아 그리드 vGPU란 기술의 등장이다. 엔비디아 그리드 vGPU는 GPU 가상화 기술로 하나의 GPU 클러스터에 다수 사용자가 접속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VDI를 PLM, 비디오 편집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HP가 GPU 기반 고성능컴퓨팅(HPC) 하드웨어를 출시하면서, GPU 가상화에 특화된 전용 장비도 준비됐다. VDI 솔루션과 칩셋, 장비 생태계가 비로소 마련된 것이다.
제조기업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재규어 랜드로버는 VM웨어 호라이즌뷰 기반에서 다쏘시스템 솔루션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재규머랜드로버는 iPLM이란 비즈니스혁신프로젝트를 통해 다쏘의 에노비아, 카티아, 델미아, 시뮬리아, 3DVIA 등을 14개 핵심 업무영역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VDI에 카티아를 구현하는 방식은 3종류가 있다.
기본적인 방식은 하나의 VM이 하나의 GPU를 할당받는 패스스루 방식이다. 그리고 여러 VM이 하나 혹은 GPU 클러스터를 공유하는 소프트웨어가상화GPU 방식이 있다. 이 경우 하이퍼바이저가 GPU를 제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상머신(VM)이 하나의 GPU 카드를 공유하되, GPU와 VM이 전용채널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세번째 방식이 엔비디아 그리드 vGPU 기술을 활용한다.
VM웨어, 시트릭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그래픽 연산 성능을 높이기 위한 랜더링 가속 기능과 GPU 셰어링 기능을 제공해 전체 성능을 높여준다.
다쏘시스템은 “GPU 가상화와 VDI 기술의 발달로 다쏘의 3D 경험을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있게 됐다”라며 “다만 아직 시장 초기 단계로서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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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가 시장 확산을 위한 기본적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아직까지 국내 제조업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관심은 많지만, 개념검증 수준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VM웨어코리아 측은 “엔지니어링 VDI는 그래픽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때 발생하기 쉬운 끊김 현상과 속도 저하 문제, 병목 현상 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라며 “고사양 그래픽 작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조성이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