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실적 명암 뚜렷…LTE 승부 ‘희비’

SKT-LGU+ 선방…KT 성적 처참

일반입력 :2014/01/29 13:24    수정: 2014/01/30 09:02

정윤희 기자

이동통신3사가 극명하게 갈린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호실적으로 선전한 반면, KT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LTE 시장 경쟁 양상이 그대로 실적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특히 KT는 경영진 교체에 앞서 부진을 털고 가는 ‘빅 배스(Big Bath)’ 효과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을 내놨다. 반대로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 규모에서는 KT를 넘어섰고, LTE 가입자수와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에서 각각 KT와 SK텔레콤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파죽지세다.

2, 3위 사업자간 격차가 점차 줄어들면서 올해 LTE 시장 주도권을 놓고 이통3사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모두 마무리된 이통3사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SK텔레콤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2조111억원, KT는 67.5% 감소한 3천446억원, LG유플러스는 327.7% 늘어난 5천42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LTE 승부처…LGU+ 승승장구-KT 유통망 붕괴 고전

승부는 LTE에서 갈렸다.

지난해 이통시장에서는 LTE-A, 광대역 LTE 등 ‘두 배 빠른 LTE’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가입자 뺏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LTE 가입자 비중 증대가 ARPU 상승을 이끌면서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LTE 가입자는 SK텔레콤 1천348만7천명, KT 787만4천명, LG유플러스 708만9천명이다.

시장 경쟁 양상은 번호이동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LG유플러스는 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선전한 반면, SK텔레콤과 KT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LG유플러스가 54만4천979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동안 SK텔레콤과 KT는 각각 52만415명, 57만3천34명을 빼앗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KT는 일선 유통망이 붕괴되며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KT는 중대형 대리점들이 경쟁사로 넘어가면서 영업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광대역 LTE를 가장 먼저 상용화하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당장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KT의 부진은 마케팅 비용을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KT는 지난해 연간 마케팅비용으로 전년 대비 4.7% 늘어난 2조6천811억원을 쏟아 부었다. 즉, 보조금을 투입하고도 가입자를 빼앗겼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 역시 1조8천362억원으로 마케팅 비용이 전년 대비 4.7% 증가했지만, 가입자 증가 수치를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셈이다. SK텔레콤은 3조4천280억원을 지출, 3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ARPU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LG유플러스는 가파른 ARPU 상승세를 보이며 SK텔레콤을 바짝 추격 중이다.

3사의 연평균 ARPU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의 경우 전년 대비 4.6% 늘어난 3만4천551원, KT는 6.1% 증가한 3만1천556원, LG유플러스는 13.5% 상승한 3만4천106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ARPU는 SK텔레콤 3만5천650원, KT 3만2천160원, LG유플러스 3만5천388원이다.

■LTE 시장점유율 ‘요동’…불꽃 경쟁 예고

LTE 경쟁은 그동안 경직됐던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 50.02%, KT 30.09%, LG유플러스 19.88%을 기록했다.

지난 2002년 이후 50% 선을 사수해왔던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50.17%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19.75% 이후 슬금슬금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LG유플러스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 SK텔레콤과 KT는 점유율 방어를, LG유플러스는 확대를 공언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점유율 50% 이상 유지 정책은 변함없고 앞으로도 절대 50%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KT 역시 “점유율 30% 수준은 최소한의 경쟁력, 성장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점유율 20% 돌파를 목표로 “올해 무선 가입자 5% 성장할 것”이라는 목표 및 전망을 내놨다.

KT 신임 회장 선임도 변수다.

현재 황창규 회장은 KT의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을 통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일궈낼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황 회장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 28일 비상경영을 선포, 통신 경쟁력 회복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임원 수 27% 축소, 조직 슬림화, CEO 기준급 30% 반납, 장기성과급 보류, 임원 기준급 10% 등의 승부수를 던졌다.

황 회장은 “현재 KT는 핵심인 통신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 데다 비통신 분야의 가시적 성과 부재,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KT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막중한 소명을 받은 만큼 사활을 걸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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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2002년 이후 최저 점유율까지 하락하면서 50%를 무조건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도 LG유플러스는 2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번호이동 규모 증가 및 보조금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KT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네트워크 경쟁력에 마케팅 경쟁력이 회복된다면 부진했던 무선 가입자 증가 및 시장점유율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무선 가입자 회복을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