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엔 취약했다. '오만하다'는 비난엔 사적인 이메일을 공개, 자신의 예의바름을 증명했고 해킹 사건에 대해선 사과 대신 정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페이스북이 탐을 낸 미국 소셜네트워크업체 스냅챗 최고경영자(CEO) 에반 슈피겔의 이야기다. 올해 나이로 스물넷, 그가 공동 창업한 스냅챗은 현재 수조원의 평가를 받는 최고 유망주다.
스냅챗과 에반 슈피겔은 미국 언론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거리다. 6일(현지시각) 미국 씨넷은 스냅챗과 슈피겔에 대한 두 가지 기사를 동시에 보도했다. 하나는 그가 마크 저커버그와 나눈 이메일을 공개한 사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치 로비스트 업체 고용이다.
■ 페이스북 CEO와 이메일 공개...실리 챙겨
먼저 슈피겔은 지난 2012년 11월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서너차례 주고 받은 이메일을 화면 캡처(스크린샷)해 트위터로 공개했다. 사적인 메시지를 공개한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포브스 등에서 그를 오만한 청년 사업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스냅챗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송수신한 메시지가 사라져 버리는 모바일 메신저 앱이다. 사생활 보호 이슈가 두드러진 미국 SNS 시장에서 10대들을 중심으로 획기적 인기를 얻었다. 저커버그 CEO는 이 아이디어에 반했고, 곧 스냅챗을 인수하려 했으나 거절 당했다. 무려 우리 돈으로 3조원에 달하는 인수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말이다.
이같은 사실은 곧 언론 보도를 탔다. 스냅챗은 더 유명해졌고 몸값도 뛰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창업가 슈피겔에 대한 온갖 보도가 나왔으며, 주로 오만한 젊은이로 묘사됐다. 슈피겔은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선택은 이메일 공개였다.
공개된 이메일을 보면 저커버그가 그에게 꽤나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걸 알 수 있다. 첫 메일은 저커버그가 보냈는데 난 스냅챗과 당신의 엄청난 팬이야, 만나서 당신의 비전과 생각을 듣고 싶은데 페이스북 본사에 들려서 나와 같이 얘길 나누지 않겠어?라고 만남을 요청한다.
물론, 슈피겔은 정중했다. 단, 만남을 서두르지 않았을 뿐. 그는 (연락줘서) 고마워, 만나면 기쁠거야. 베이(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를 말함)에 가면 연락할게 라고 답을 한다.
애가 탄 쪽은 저커버그다. 그는 곧 올해 안에 이쪽에 올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고 슈피겔은 올해는 없어, 내년에 계획할게라고 답한다. 저커버그는 당신, LA에 있지? 몇주간 거기 방문할 예정인데 근처에 있다면 만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슈피겔은 다정하게 회신했다. 우린 여기에 있어, 올때 말해줘. 당신이 이곳의 좋은 날씨를 즐길 수 있게 되길이라는 말로.
씨넷은 해당 이메일에 슈피겔은 자신이 저커버그와 만났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면서도, 페이스북 CEO를 자신의 앞에 불러들였다는 사실은 알리고 싶어하진 않는다라고 촌평했다. 실리는 취하면서도, 명예는 회복하고 싶어했다는 분석이다.
■ 해킹 대책 대신 정치 로비스트 업체와 계약 '비난'
두 번째 소식은 정치 로비스트 업체와 계약한 일이다. 슈피겔이 스냅챗을 만들고 로비스트를 고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킹 사건이 터지고 난 직후인 올해 1월 1일자로 계약을 했는데 460만 이용자 정보가 해킹 당하고 난 직후, 사과 대신 선택한 일이 로비스트 업체 고용이라 주목된다.
씨넷에 따르면 스냅챗은 최근 워싱턴DC에 위치한 헤더 포데스타 앤 파트너스와 계약했다. 계약 이유는 스냅챗에 유리한 정책을 국회에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로비스트가 스냅챗과 계약 이후 집중하기로 한 것은 '디지털과 온라인 보호 이슈'이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운영과 작동을 정책 입안자들에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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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슈피겔은 스냅챗이 해킹 당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과 회사의 과실을 사과하기 보다는 해커들을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춰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다. 스냅챗이 당시 내놓은 공식 입장도 우리 서비스를 남용하려는 미래의 시도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해나가겠다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씨넷은 슈피겔이 이용자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침묵하면서도, 그 대신 (온라인 보호 이슈를 담당할) 워싱턴 로비스트 업체를 고용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