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게임과몰입을 예방하고자 정부 각 부처와 업계가 자율 규제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자율규제안이 강력한 정부의 규제로 시름 앓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 숨통을 트이게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청소년 게임과몰입 예방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업무 협약식을 국회 본당 귀빈식당에서 개최했다.
이번 협약식에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K-IDEA 등이 동참했다. 또 업계 대표로는 이동통신사 3사와 CJ E&M 넷마블, 위메이드 등이 자리했다. 단말기 제조사 대표로는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나왔다.
이번 게임과몰입 자율규제안 협약식 내용의 핵심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게임 이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무료 배포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어떤 게임을 하고, 또 얼마나 플레이 하는지 부모가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이 앱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시키거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구입 시 의무적으로 해당 앱을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내용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추진할 예정이다.
각 정부 부처 상임위원회와 업계가 한 날 한 시 모여 스마트폰 게임과몰입 자율규제안에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식의 의미는 크다.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조율해야 할 사안들이 많지만 업계가 앞장서 자율규제안을 만들고 동참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일각에서 “5선 의원인 남경필 협회장의 힘”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참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모바일 셧다운제 시행 시기가 2015년 5월로 유예된 만큼 이번 자율규제안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자율규제가 실효성 있게 시행될 경우 강제규제의 필요성이 그 만큼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날 참석한 김상희 여성가족위원장도 PC 온라인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를 두고 “별 효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힘으로써 이번 자율규제안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상태다.
반면 자율규제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되기까지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우선 얼마나 많은 중소 게임사들이 게임 이용 현황 정보를 확인시켜주는 앱 제작 및 배포에 동참하느냐다. 현재로써는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버거울뿐더러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수익 감소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전통 모바일 게임사인 게임빌과 컴투스도 이번 자율규제안 협약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
또 각 통신사가 뜻을 모아 표준화된 앱을 개발했을 때 단말기 제조사들이 이 앱을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시킬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본 설치된 앱들이 너무 많아 불편하다는 지적에 기존에 있던 앱들도 줄이는 형편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단말기 제조사들의 동참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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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사생활이 노출 문제, 어디까지 의무화 하고 자율로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이 남은 과제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식은 협회장을 중심으로 여러 업계가 뜻을 모아 스마트폰 게임 과몰입 자율규제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안들이 더욱 많아야 하고 또 하루라도 빠르게 시행돼야 게임에 대한 편견과 규제가 더 이상 업계와 이용자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