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mm 윈도8 태블릿 “키보드는 그저…”

일반입력 :2013/11/20 14:11    수정: 2013/11/20 14:44

봉성창

요즘 나오는 노트북을 보면 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여실히 나타난다. 불과 3~4년 까지만 하더라도 얇고 가벼우면서도 성능도 좋고 배터리도 오래가는 그런 노트북은 없을까 바랬지만 이는 이미 현실이 되버렸다.

문제는 이런 ‘꿈의 노트북’이 나왔음에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치여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업무를 하거나 학교 과제를 하기 위해서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쓸 수 있는 노트북이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인터넷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굳이 노트북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노트북은 태블릿을 닮아가려고 안간힘이다. 방식에 따라 ‘컨버터블(convertable)’, ‘디테처블(detechable)’ 이라고도 불리는데 쉽게 설명하면 노트북 뿐만 아니라 태블릿 처럼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나의 기기로 노트북도 쓰고 태블릿도 쓸 수 있으니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아무리 가벼운 노트북도 1kg 내외인데, 10인치 태블릿도 이렇게 무거운 제품은 찾기 힘들다. 두께나 크기 역시 마찬가지다. 태블릿 처럼 써보려 해도 팔만 아프다.

노트북 제조사들의 여러 전문가들도 이 사실을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제품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이제 평범한 노트북으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쉽게 열 수 없어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소니가 태블릿에 가장 근접한 노트북을 내놨다. ‘디테처블 PC’ 바이오탭 11을 살펴봤다.

디자인

이름처럼 화면 크기가 11.6인치인 ‘바이오탭 11’은 태블릿 형태로 사용시 무게는 약 780g, 두께는 9.9mm이다. 9.7인치 화면의 아이패드 1세대의 무게가 680g, 두께가 13.4mm 였던 것과 비교하면, 바이오탭 11은 태블릿 반열에 충분히 이름을 걸 만 하다.

노트북 형태로 사용하면 무게는 1.1kg으로 늘어난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하는 이 무게 변화는 바이오탭이 화면 부분과 키보드 부분을 서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동에 필요한 모든 부품은 화면이 있는 상판에 다 몰아넣고, 키보드가 있는 하판은 키보드와 키보드를 무선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별도의 충전배터리만 있다.

이러한 형태는 마치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서피스 프로보다 얇고 가벼울 뿐 아니라 여러면에서 성능이 더 낫다. 물론 가격도 더 비싸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소니가 얼마나 제품을 얇게 잘 만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에도 소니는 바이오Z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기술력이 그대로 녹아들어 일반 태블릿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없는 슬림함을 보여준다.

마감 상태도 매우 훌륭하다. 뒷면은 지문이 잘 묻지 않도록 마그네슘 소재를 사용했으며 각종 단자도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고무 마개로 처리했다.

‘바이오탭 11’은 키보드가 화면을 잡아주는 형태가 아닌 별도의 지지대를 가지고 있다. 안정감이 뛰어나며 완전히 직각만 아니라면 적당한 화면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키보드와 화면을 굳이 노트북 처럼 배치해 놓고 쓸 필요는 없다. 적당히 잘 보이는 곳에 화면을 거치해 두고 키보드는 아무 곳에 놓고 쓸 수 있다. 이는 대학 강의실 책상과 같은 협소한 공간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그 모습이 마치 ‘노트북 토막 살인사건’ 마냥 생소해 타인의 눈길을 끌기 좋다. 키보드가 워낙 얇고 가벼워 평평한 곳이 아니면 제대로 타이핑하기 불편하다.

키보드는 마치 태블릿 덮개와 같은 느낌이다. 상판과 하판이 물리적으로 결합되는 것이 아니라 자석으로 고정되는 형태다. 자석의 힘이 그리 세지 않아서 완전히 착 달라붙는 느낌이 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전용 파우치 없이 가방에 넣어 놓으면 곧잘 떨어질 정도로 약하다.

함께 들어있는 스타일러스 펜도 쓸만하다. 일반 펜과 같은 두께로 인해 뛰어난 파지감을 제공한다. 전원 공급은 시중에서 흔히 구하기 어려운 AAAA 규격 배터리를 사용한다. 펜이 본체보다 두꺼워 수납은 불가능하며 대신 분실하지 않도록 전용 클립을 준다.

성능

두께가 얇으니까 성능은 다소 떨어진다는 변명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요즘이다. 바이오탭11은 1.5Ghz로 구동되는 4세대 인텔 i5 코어 Y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여기에 4GB DDR3 SD RAM, 128GB SSD 등 성능은 일반 노트북과 견줘도 크게 부족함이 없다.

특히 디스플레이 성능이 인상적이다. 11.6인치 화면에 풀HD(1920X1080)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도 찾기 힘들 뿐더러 소니 특유의 영상처리 기술이 대거 투입돼 또렷하고 맑은 화질을 구현한다. 터치감도 우수할 뿐 아니라 난반사도 상당히 억제돼 있다. 지문이 잘 묻고 잘 보이는 것인데 터치스크린 제품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단점으로 보기는 힘들다.

좌우 스피커가 대칭으로 배치돼 좀 더 균일한 음질을 내 줄 뿐만 아니라 소니의 각종 사운드 기술이 결합돼 준수한 소리가 난다. 후면 카메라도 800만 화소로 어두운 실내에서도 발군의 화질을 보여준다. 화상, 영상, 소리는 소니의 전공 분야이기도 하다.

스타일러스 펜의 성능도 합격점을 줄만하다. 반응 속도나 필기감이 우수해 일반 볼펜과 유사한 느낌을 제공한다. 끝이 고무가 아닌 플라스틱이어서 좀 더 미끌거리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키보드 감도는 그리 좋지 않다. 일단 키보드 자체가 너무 얇고 가벼워서 약간 울렁거림이 느껴진다.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되기 전까지는 오타가 심심치 않게 난다. 게다가 바닥에 고무팁을 달아 밀리지 않도록 처리를 해놨음에도 꽤 밀리는 편이다. 트랙패드 감도도 평범해 맥북 처럼 마우스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애당초 이렇게 얇은 제품에 긴 배터리 수명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다. 의외로 바이오탭 11은 평균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다. 소니가 밝힌 배터리 사용 시간은 약 8시간. 그러나 이는 마치 자동차 공인 연비처럼 철저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측정된 것이며, 실제로 적당히 밝은 화면과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이런 저런 작업을 했을때 5~6시간 정도의 사용시간을 보였다. 하루 종일 어댑터 없이 쓸 수는 없지만, 적당히만 쓴다면 결코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밖에 장시간 사용시 발열이나 팬 소음 역시 적잖은데 이는 노트북용 CPU를 사용한 이상 함께 따라오는 문제다. 확장 단자는 USB 3.0 1개와 마이크로 HDMI 1개를 지원한다. 따라서 블루투스 마우스를 사는 편이 좋다. 대신 NFC를 지원해 헤드폰, 스피커 등과 같은 NFC 지원 제품과 연결이 용이하다. 얇은 두께 때문인지 SD카드 슬롯 대신 마이크로SD 슬롯이 달렸다.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저장공간을 손쉽게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결론

노트북 측면에서 소니 바이오탭 11은 다소 부족한 키감을 가졌지만 전반적으로 휴대성이 극대화 된 준수한 성능의 제품이다. 반대로 태블릿 측면에서 보면 화질이 뛰어난 대형 디스플레이와 쓸만한 스타일러스 펜이 매력적이다.

요즘 쏟아지는 윈도우8 태블릿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윈도우8이다. 인터페이스도 생소하고 앱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8.1 업데이트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태블릿 운영체제로서는 개선될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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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탭 11은 이름에 ‘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기본적으로 노트북과 같은 활용성을 가진다. 여기에 키보드를 떼어내고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해 각종 필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주를 부린다. 손글씨를 선호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혹은 업무상 펜을 사용해야 할 경우 바이오탭 11은 현재까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윈도8 기기다.

169만9천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보급형 펜티엄 듀얼코어 CPU가 탑재된 129만9천원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다소 비싼 가격과 부족한 키감을 함께 감안할때 스타일러스 펜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최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