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태블릿이 기대 만큼 대중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책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영향이 적잖다.
해외에서 태블릿은 기본적으로 책을 읽기 위한 기기다. 그만큼 전자책 콘텐츠도 방대하다. 여기에 동영상도 볼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주를 갖췄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즉, 어떤 기기든지 반드시 그것을 사지 않으면 안되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가령 스마트폰은 전화통화, 모바일 메신저, 인터넷 웹브라우저 등이 그것이다. 이외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하더라도 그것들은 단지 부가 기능일 뿐이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PMP는 인터넷 강의라는 킬러 콘텐츠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나라 태블릿 시장은 아직 작다. 태블릿을 살 바에는 차라리 큰 화면의 스마트폰이 더 낫게 느껴진다. 태블릿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거기에 수십만원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숙제나 업무를 할 수 있는 노트북이 더 매력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값 비싼 태블릿은 더욱 승산이 없다. 원조 태블릿 격인 아이패드나 뛰어난 가격대 성능비와 레퍼런스 제품이라는 강점을 가진 넥서스7와 경쟁하려면 어설픈 제품보다는 차라리 싸구려 10만원대 중국산 묻지마 브랜드 태블릿이 더 낫다.
한국 레노버가 요가 태블릿 2종을 1천대 한정으로 국내 출시했다. 지마켓을 통해 오는 18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한정 물량이라고는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이 팔리면 더 들여올 공산이 크다. 원래 사업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보다는 가격이 미묘하다. 아직 구체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해외 출시가격을 감안할 때 30만원대 초반이 유력하다. 해외에서 249달러에 팔리는 넥서스7 2세대 16GB 모델이 우리나라에서 32만9천원에 팔린다. 요가 태블릿 역시 8인치는 249달러, 10인치는 299달러다. 같은 가격이다.
이런 점에서 요가 태블릿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넥서스7 2세대가 될 공산이 크다. 언제나 최신 OS를 사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 제품과 같은 가격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그것이 확실치 않다면 10~20만원대 저가 태블릿에 치여도 할 말이 없다. 8인치 화면 크기를 가진 ‘요가 태블릿 8’을 살펴봤다.
디자인
요가 태블릿은 디자인 부터 다른 제품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제품 좌측을 두텁게 원통형으로 설계해 잡는 느낌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었다. 다만 가로 폭은 경쟁제품보다 더 넓어 8인치 제품임에도 손을 펼쳐서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애당초 잡는 방식을 다르게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잡는 부위를 제외하면 두께도 상당히 얇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아이패드 미니 처럼 알루미늄을 사용해 견고하고 매끈하다. 대신 8인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무게감은 느껴지는 편이다. 실제 무게는 약 401g이다. 아이패드 미니가 308g, 넥서스7 2세대가 290g인 것과 비교하면 25% 가량 더 무겁다.
거치형 스탠드 부분은 요가 태블릿이 다른 태블릿과는 완벽하게 차별화되는 요소다. 제품 뒷면의 거치 부위를 펴면 제품을 모니터처럼 단단하게 세울 수 있다. 또한 바닥에 눕히면 가상 키보드로 타이핑하기 딱 적당한 각도를 선사한다. 요가라는 이름도 이래서 붙었다. 과거 레노버가 출시한 컨버터블 노트북 요가 시리즈와 형제격 제품이다.
실제로도 제품을 가로로 높게 세우는 스탠드모드는 대단히 편리했다. 책상 위에 올려 놓은 PC 모니터 만큼이나 안정감이 뛰어나다. 손으로 세게 밀어도 잘 넘어지지 않는다. 눕혀서 사용하는 기울기 모드도 쓸만하다. 기본적으로 터치 방식의 가상 키보드라는 것이 어지간히 연습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불편하지만, 그래도 간단한 이메일이나 문자, 메모 등을 작성하기에는 쓸만하다.
거치대를 펴기 위해서는 엄지손가락 전체로 원통형 부위를 잡고 힘을 주어서 열어야 되는 점이 다소 까다롭다. 만일 틈새에 손톱을 넣어서 열면 자칫 손톱이 불러질 염려가 있다. 행여 누가 손톱으로 힘줘서 열까봐 투명 스티커에 여는 방법을 그려 붙였다. 큰 흠은 아니지만 후속작에서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밖에 제품 전면에 스테레오 스피커를 장착한 것과 원통 모서리에 큼지막한 전원 버튼을 배치한 부분이 쓸만해 보인다. 쓰면서 손으로 스피커를 가리는 일이 별로 없고 전원 버튼 역시 처음에는 위치가 생소하지만 적응되면 상당히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성능
요가 태블릿에는 1.2Ghz 미디어텍 쿼드코어 프로세서(MT8125)와 1GB 램 메모리가 탑재됐다. 게다가 화면 해상도도 1280x800으로 최신 제품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편이다. 정확히 중국산 저가형 태블릿 사양이다.
때문에 화질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화면이 전반적으로 약간 노란 빛이 감돈다. 가격을 감안할 때 화면 해상도 만큼은 여러모로 아쉽다. 넥서스7 2세대와 이 제품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면에 탑재된 500만화소 카메라도 화질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3~4년 전 산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기분이다. 그저 화상통화가 가능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전면과 후면에 카메라가 탑재됐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반면 전체적인 성능은 당초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다. 특별히 반응이 느리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올해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몬스터 길들이기’를 실행해봤다. 빠른 속도로 화면이 전환되는 3D 그래픽임에도 별다른 끊김 없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실제 성능을 알아보는 벤치마크 테스트 점수를 보면 경쟁제품 대비 확실히 떨어진다.
전체적인 성능이나 사양은 넥서스7 2세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강력한 장점도 존재한다. 바로 외장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지원이다. 인터넷에서 5~6만원 정도에 팔리는 64GB 마이크로SD 카드만 사면 내장 용량을 단숨에 80GB(기본 16GB 포함)까지 늘릴 수 있다. 드라마 시리즈 전편을 한꺼번에 전부 넣고 다녀야 안심이 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조건이다.
강력한 배터리 성능도 빼놓을 수 없다. 무려 6천mAh 배터리가 탑재됐다. 여기에 낮은 성능까지 더해져 사용시간이 매우 길다. 레노버 측은 밝기 50%에 와이파이 사용 환경에서 무려 11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10인치 제품의 경우 18시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정도면 보통 2~3일에 한번 정도만 충전해주면 될 정도다. 체감적으로도 배터리가 상당히 오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애플리케이션
요가 태블릿 8은 안드로이드OS 4.2.2 젤리빈이 탑재됐다. 현재 4.4 킷캣까지 나온 것과 감안하면 두 단계 뒷처진 버전이지만 넥서스 시리즈를 빼면 대부분 이제 막 4.3 업데이트에 들어갔으니까 크게 늦은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화면 배치나 구성은 안드로이드 보다 iOS 처럼 디자인됐다. 마치 유명한 중국 안드로이드 UX MIUI를 떠올리게 한다. 첫 화면은 위젯 구성이 가능하고 그 다음 장 부터는 iOS 처럼 앱 들로 채워져 있다. 안드로이드OS를 오래써 온 사람이라면 다소 어색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적응되면 상당히 편하다. iOS를 써온 사람이라면 더욱 말할것도 없다.
기본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마저도 우리나라에서 쓸만한 건 별로 없다. 지도 서비스는 맵 데이터를 별도로 다운로드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해외 업체에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때문에 아예 빠져있다. 전자책 리더 앱 역시 한국 마켓은 열려있지 않다.
상당히 독특한 기능도 눈길을 끈다. 별도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 아닌 웹 브라우저와 연결된 동영상 프로그램으로 실행되는 동영상의 경우 스트리밍 뿐만 아니라 선택 시 알아서 저장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모바일 P2P의 스트리밍 영상을 별도의 앱 없이 간편하게 저장해서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밖에 요가 태블릿은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지원해 다양한 음장효과와 이퀄라이저를 지원한다. 이는 음악감상시 음질을 취향에 맞고 좀 더 맛깔나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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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태블릿 8은 같은 가격의 구글 넥서스7 2세대에 비해 확실히 사양이 떨어진다. 이는 성능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 성향을 감안할 때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성이 이를 상쇄해준다. 가격 역시 브랜드 제품 중에서는 저렴한 편에 속한다.
무엇보다 전 세계 노트북 1, 2위를 다투는 레노버가 만든 기업 답게 하드웨어적인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나다. 견고할 뿐 아니라 배터리도 오래간다. 비록 풀HD 해상도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가 HD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동영상 감상이나 책을 보는 용도로 구매하기에는 추천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