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거룩하게 끝난 ‘지스타 2013’

일반입력 :2013/11/18 10:06    수정: 2013/11/18 17:47

지스타 일반 참관객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행사 분위기는 예전보다 고요하고 거룩했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3’이 성황리에 지난 17일 폐막했다. 전 세계 32개국 512개 게임 및 관련업체들이 참가한 이번 지스타에는 행사 기간 4일 간 총 18만8천707명의 일반 관람객들이 부산 벡스코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 1천559명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번 지스타는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으로도 적극 활용됐다. 벡스코 신관전시장 전체가 사용된 이번 B2B 전시장은 해외에서 모여든 바이어들로 큰 성장세를 이뤘다. 유료 입장객 수가 전년보다 66.3% 늘어난 1천397명을 기록한 것.

그럼에도 이번 지스타는 국내 게임사들의 저조한 참여율로 다소 썰렁한 전시가 이뤄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특정 부스에만 관람객들이 모여드는 쏠림 현상이 심했으며, 게임 자체에 대한 관심과 참여보다 특정 게임사가 진행하는 이벤트와 부스걸에 더 많은 시선이 고정됐다. 또 지스타에 참가한 국내 게임사들이 줄면서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예년보다 교통편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최 측 외에도 몇몇 게임사들이 관람객들과 취재진들을 배려한 셔틀버스를 운행했지만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행사 폐장시간 벡스코 옆 센텀시티역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국내 게임사 참가가 줄고 B2C 메인 스폰서가 없어 드러난 문제는 또 있다. 벡스코 안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대형 게임 광고판 자리를 카지노, 대출 광고 등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과 가족들이 주로 찾는 지스타 행사장에 생뚱맞은 광고들이 곳곳에서 발견된 것.

뿐만 아니라 무분별하게 뿌려진 전단지와 브로슈어들이 전시장 안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조각난 쓰레기들을 발로 밟거나 쓸고 다니는 장면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지스타 관련 보도들을 보면 이번 지스타의 이슈는 ‘게임’보다 ‘규제’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졌다. 게임중독법 반대 서명부터, 게임중독법 철회를 요구하는 한국게임학회의 성명서 발표, 그리고 남경필 및 전병헌 의원의 게임산업 관련 발언들이 주요 기사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게임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에 쓴 소리를 낸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 대표, 칼리드 엘류위 빅포인트 대표 등의 인터뷰 내용이 이슈화되기도 했다.

반면 택시 승차 거부와 숙박료 부풀리기 등의 문제는 이번 지스타 때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주최측인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의 노력과 부산시의 협조가 주효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게임쇼인만큼 지스타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갖고 있는 고정팬 층이 두텁다는 것이 이번 행사를 통해 확인됐다”면서도 “높은 방문객 수치와 달리 게임업계와 현장 분위기는 다소 차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국내 게임사들의 참여도가 높아짐으로써 관람객들이 기대하는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편의성까지 높아지는 지스타가 되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