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신 덕분입니다.”
신제품 판매량 호조 소식에 이준우 팬택 대표는 기자에게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모처럼 들어온 낭보다. 이준우호 팬택 초기에 ‘합격점’, ‘첫 목표 달성’ 등의 말이 붙었다.
지난 15일 팬택은 꽤 의미 있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15일 출시한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노트’ 판매량이 20만대를 돌파했다는 것.
월 20만대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당한 선전을 뜻한다. 하루 평균 5천대 이상 팔려야 하는데, 이 정도면 베스트셀러다. 국내 최대 휴대폰 거래 사이트 세티즌에서 ‘베가 시크릿노트’는 최근 2주(10/28~11/10)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이 성적은 삼성전자 하반기 주력제품 ‘갤럭시노트3’에 맞서 나왔다. 팬택이 시장에 날린 묵직한 한 방이다.
‘베가 시크릿노트’ 출시 전 10% 정도에 머물렀던 팬택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로 뛰었다. LG전자와 2위 싸움을 벌였던 지난해 수준이다.
팬택 수뇌부는 “점유율 15% 차지가 1차 목표”라고 누차 말해왔는데 예상보다 일찍 달성하면서 모처럼 웃을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부활 신호는 들어왔다.
김주성 팬택 마케팅전략실 전무는 “베가 시크릿노트가 소비자들에게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한 판매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가 시크릿노트’는 팬택, 그리고 이준우 대표에게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될 제품이었다.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회사 사운을 한 제품에 걸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창업자 박병엽 전 부회장은 공동 대표였던 이준우 대표에게 전권을 넘기고 지난 9월 물러났다.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진 가운데 단행한 인사였다.
또, 전체 2천400명의 직원 중 800명을 6개월 무급휴직 형태로 구조 조정했다. 박 전 부회장과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베가 시크릿노트’는 이렇게 비장한 분위기에서 나왔다.
이준우 대표는 팬택 연구소장 출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상대로 피처폰 시절부터 경쟁해왔다. 450㎒ 주파수 휴대폰(CDMA450)을 처음 만들어 해외에 수출한 장본인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부터 연구 뿐 아니라 사업총괄을 맡아 경쟁사들과 경영, 마케팅 경쟁을 이끌어왔다. 포스트 박병엽 시대 리더로 불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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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베가 시크릿노트’가 선전 못했다면 상황이 훨씬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이준우 대표 체제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팬택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애플 아이폰 신제품이 국내에 상륙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반격이 이어질 다음 경쟁을 힘겹게 준비 중이다. 팬택이 다음에 꺼내들 카드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