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을까”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재전송 분쟁에 시청자 피해를 막기 위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연간 재전송 수수료 계약을 앞두고 관련 업계가 학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예를 들어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인기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과 같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볼 때 지상파 방송국의 저작권을 존중할 것인지, 시청자 권리를 우선시 할 것인지에 대한 학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방송통신위워회 주최,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주관한 ‘2013 방송통신 분쟁조정포럼’에 지상파 재전송 분쟁 사례와 해결 방법을 두고 지난 13일 포럼이 열렸다.
발제를 맡은 전범수 한양대 교수는 재전송 분쟁 발생 이유로 민영과 공영 방송 구분과 지상파의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개념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었다.
서로 다른 규정 해석에 방송 사업자 별로 이권을 다투다보니 정상적인 TV 화면이 아니라 검은 화면으로 도배되버리는 ‘블랙아웃’ 현상까지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에 “의무 재전송 채널을 현행대로 KBS1과 EBS로 유지하면서 블랙아웃을 금지하는 행정적 조치가 정부 차원에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시청자 피해를 최소로 줄이자는 설명이다.
■지상파 콘텐츠 저작권 인정해야 하나
전범수 교수는 이어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방송법을 넘어 저작권, 저작 인접권 등이 적용되야 한다”고 말했다.
재전송 대상인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가치를 저작권 개념에서 인정하고, 방송사가 사적 계약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콘텐츠 자체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반기를 들만한 내용이다.
이에 많은 이견도 오갔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공공성 공익성을 바탕으로 한 지상파 콘텐츠는 일반 상품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저작권을 인정해 사적 계약이 이뤄지면 정부 차원에서 규제가 어려워지고, 결론적으로 시청자 보호도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도 “정부 개입과 시장 자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부분이 모순적이다”고 말했다.
■블랙아웃, 시청자 입장 고려해야
주정민 교수는 “(이전까지 블랙아웃은)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 사업자와 사업자의 입장으로만 봤다”며 “이는 B2B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가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저작권법 적용에 앞서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개념 규정, 즉 어디까지 지원해야 보편적 서비스냐는 문제가 선결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장준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시청자의 입장이 우선되야 한다는 의견을 꺼냈다. 그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의 시청권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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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헌법이나 헌법재판소, 실무 차원에서도 SBS나 MBC 등 의무재전송 채널이 아닌 방송을 볼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해석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국민들은 유료방송에 가입해야 볼 수 있는데 (시청자들이) 공짜로 보는 것도 아닌데 의무 재전송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