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너제이(미국)=이재운 기자> AMD가 이기종간 컴퓨팅 기술 'HSA(Heterogeneous System Architecture)'를 내세워 프로세서 시장에 새 출사표를 던졌다. 적자 행진으로 ‘다 죽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AMD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진행 중인 AMD 개발자회의 'APU13'에서 HSA 기술과 전략을 공개했다. 서버전력 소비량을 확 줄인다는 부분이 관전 포인트다.
■HSA가 뭐길래
이기종간 컴퓨팅 기술은 말 그대로 ‘다른 종류의 기기들 간에 이뤄지는 컴퓨팅 기술’이다. 과거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PC 위주로 이뤄지는 컴퓨팅 환경에서는 CPU가 모든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필요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다.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의 시대가 도래하며 양상이 달라졌다. 다른 종류의 기종 간 데이터 교환이 늘어나자 전력 소모량이 급증했다.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에게는 전력소모량을 줄이는 문제가 모바일 시대 최대 숙제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인텔의 경우 해즈웰 프로세서 기술을 통해 대기전력을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대신 CPU코어 작동 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성능은 올리면서도 전체 에너지 소모량을 줄인다.
이에 비해 AMD의 HSA 기술은 연산 방식 자체에 변화를 줬다. AMD는 CPU와 GPU 두 분야에서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강점을 가진 업체다. 이를 동시에 활용한 타개책이 바로 두 프로세서를 통합한 APU라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다.
CPU가 모든 연산을 처리하던 기존 방식과 APU는 전혀 다르다. 그래픽 연산은 GPU, 나머지 연산만 CPU가 처리하게 된다. CPU에 걸리는 과부하를 줄여 전력소모량을 낮추면서도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개념이 바로 hQ(Heterogeneous Queuing)다. 그래픽에 관한 연산을 곧바로 GPU로 보내주는 이른바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최대 32GB까지 지원 가능한 가상 메모리 hUMA(Heterogeneous Uniform Memory Access)를 활용, CPU와 GPU의 유기적 연계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HSA 주목 이유는?
AMD와 HSA협회는 지난해 12억대 정도였던 상호 연결 기기 수가 오는 2016년 21억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HSA협회 관계자는 “이제 시장에 출시되는 전자기기 3대 중 2대가 연결되는(Connected) 상황”이라며 “이기종 기기 간 연결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루투스와 지그비, 와이파이와 LTE의 보급 증대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데이터 교류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 동의하는 대세다. 이런 배경을 고려해 ‘저전력-고성능’을 달성하는 대안이 바로 HSA기술이라는 것이 AMD 경영진의 구상이다.
리사 수 AMD 수석부사장은 HSA가 ‘개발자 중심적(Developer-centric)’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1일 열린 개막 기조연설에서 그는 “HSA를 개발자들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를 통한 에코시스템을 통해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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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로저스 AMD 선임연구원 겸 HSA협회 대표는 “HSAIL(HSA Intermediate Layout)에 대한 개선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미디어허브 등 여러 티어에서 이를 가능하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들이 보다 쉽게 HSA가 적용된 APU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AMD는 내년 1월 CES2014에서 공개할 카베리 APU에서 GPU가 기존 제품 대비 47%의 전력소모량을 감소시켜 경쟁사인 인텔 4세대 해즈웰 프로세서 환경에서의 GPU 전력소모량 감소(31%)보다 저전력 구현이 더 우수하다고 설명했다.현재 HSA협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퀄컴, 미디어텍, ARM 등 총 44개 업체 및 연구기관이 참여 중이다. 12일 AMD와 함께 프로젝트 수마트라 등 자바 개발자키트(JDK)를 공동 개발하고 있는 오라클이 HSA협회 가입한다고 밝히며 힘을 실어준 가운데, HSA가 AMD의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