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여성, 힐링, 키즈, 체험이 새로운 소비 성향으로 꼽혔다. 불황의 장기화, 인구구조·사회문화 변화에 따라 달라진 소비지형도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소비패턴 변화와 기업의 대응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를 소개하며 기업들이 이같은 소비 신조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상의가 제시한 소비 키워드는 'S·E·N·S·E'다. ▲불필요한 지출통제(Save & control) ▲여성의 감성소비(Emotional female power) ▲치유 받고픈 마음(Need to heal) ▲아이(키즈)에 아낌없는 투자(Spare no money on kids) ▲힘든만큼 강해지는 체험 갈망(Enjoy experience)의 앞글자를 땄다.
불필요한 지출통제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제난으로 가계부채 불안, 노후불안, 고용불안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나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이후 다른 소비자의 평판 중시, 유행이나 스타일은 우선순위에서 제외, 술자리를 줄이고 가족중심 소비는 늘리는 등 일본인의 소비가치관이 변했다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여성의 감성소비다. 대한상의는 2014년 전세계 여성의 가처분소득은 중국과 인도 두나라 GDP의 2배를 능가하는 18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며 최근 패션, 생활뿐 아니라 남성영역이었던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의 구매결정까지 여성이 주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테크파탈(Tech Fatale: Technology+Femme Fatale)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테크파탈은 주로 1980년생 이후 여성소비자로서 첨단제품을 적극 구매하고 구매후기를 남겨 제품평판까지 좌우하는 이들을 말한다.
색상과 모양이 유려하고 크기가 작고 가볍지 않으면 아예 배제한다. 톡톡 튀는 색상의 스마트폰, 초경량 디지털카메라, 크리스털 장식 USB 등이 테크파탈을 겨냥한 제품들이다.
보고서는 가구의 94%, 여행상품의 92%, 전자제품의 61%, 자동차의 80%, 주택의 91% 가량이 여성소비자에 의해 구매가 결정된다는 학계보고도 있다라며 첨단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과 색상, 브랜드스토리, 접객서비스 등 여성을 위한 감성적 요소의 보강작업이 필수라고 말했다.
치유 받고픈 마음도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쳤다. 상의는 힐링상품이 명상, 요가, 스파 등에서 벗어나 식품, 화장품, 가구, 패션, 의료, 문화, 관광 등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출시되고 있다고 봤다. 힐링 관련 상표출원이 2008년 26건에서 2011년 72건, 지난해 1~7월 86건으로 급증했는가 하면 유명백화점을 중심으로 힐링푸드관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핵가족화와 사회적 경쟁심화 등으로 고독과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위로형 소비'도 늘고 있다. 국내 애완동물 관련시장의 경우 매년 두자리수 이상 성장률을 구가해 지난해 약 9천억원에 이르렀고 2020년까지 현재의 5배 이상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의는 힐링마케팅에 소비자 불신과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개인별로 다른 소비자 내면문제의 원인과 양상을 세분화해 실질적 힐링에 도움되는 상품을 기획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9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X세대들도 키즈에 아낌 없는 소비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기성세대와 달리 X세대는 돈과 사회적 명예 못지않게 건강하고 여유있는 삶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지출을 투자로 인식한다라며 키즈만의 독특한 요구를 찾아내고 맞춤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키즈는 컴퓨터가 TV보다 익숙한 세대로 스마트폰, PC, 카메라, 게임기 등 IT분야 키즈시장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실제로 미국에서도 애플 아이팟이 10대가 원하는 최고 아이템에 등극하고 5개 버튼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레고카메라가 10세미만 생일선물로 큰 인기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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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만큼 강해지는 체험 갈망 역시 기업들이 주목해야할 트렌드다. 보고서는 일과 삶의 균형 추구, 불황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금융위기 이후 여가관련지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색다른 체험활동을 통해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교육관광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품질, 스토리, 이미지뿐 아니라 소비맥락과 고객이 처한 상황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고객관계관리(CRM)에서 벗어나 고객이 주도하는 관계형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