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 미래부 SW인력 육성 정책 질타

OKJSP, 최문기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 공개

일반입력 :2013/10/28 15:47    수정: 2013/10/28 18:08

“정부지원이 없어서 고급 인력이 없는 게 아니다. 기술력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없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을 오판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 계획에 대해 국내 한 개발자 커뮤니티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향해 공개 질의를 던져 주목된다. SW인력 양성에 대한 정부계획이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 골자다.

IT개발자 커뮤니티 OKJSP는 28일 ‘소프트웨어 인력 22만 대군 양병계획'에 대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질의서’란 제목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최문기 장관이 대외적으로 밝힌 SW 22만 대군 양병 계획에 대한 반박이 주 내용이다. OKJSP측은 “지금도 수많은 정부지원 IT 취업과정을 통해 인력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를 지경으로 많은 신규 개발자들이 양산되고 있다”라며 “정말로 부족한 것은 절대적인 개발자의 수가 아니라 국제 수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행복경제 구현에 도움을 줄 핵심역량을 지닌 우수 개발 인력”이라고 밝혔다.

최문기 장관을 비롯한 미래창조과학부는최근 SW를 창조경제의 핵심이라 밝히면서, 대규모 인력 양성계획을 정리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수한 개발자 부족, 기업 수익 악화, 재투자 부족 등을 원인으로 파악해, 우수인력을 정부 주도로 배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OKJSP는 “우수한 SW인재가 많지 않은 건 우수 인력이 개발자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자로 일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우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스템통합(SI) 외주용역 개발 중심으로 형성된 기형적 SW산업 행태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SI 산업은 정해진 예산에 사람수와 투입노동시간을 계산해, 인건비를 줄이고 차익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같은 구조에선 개발자 개인 역량은 무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OKJSP는 “단기차익을 거두기 좋은 개발자를 대량으로 싸게 공급하는 일이 이제까지 'SW 인력 육성'이라는 명목하에 정부에서 맡아오던 역할이었다”라며 “학력과 경력만 비슷하면 능력과 무관하게 같은 등급으로 평가받는 환경에서 기술 재교육이나 수능 선택 과목 채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개발자가 전세계 개발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력을 갖추기 힘든 것은 정부 지원 부족 때문이 아니라 시장 구조가 기술력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만한 SW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경쟁하는 외국 제품이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보다 영업력을 보유한 인력 중개업체들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OKJSP 측은 “암울한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버린 고급 인력의 빈자리를 지금도 과포화 상태인 초급 개발자를 대량 양산해서 대신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라며 “장관님의 고급 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책은 인력 중개업체들에게 지금의 개발자들이 지쳐서 쓰러져도 더 싼 값으로 더 많은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최근 페이스북 클라우드컴퓨팅구현기술그룹 페이지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빅데이터 인력양성 지원 및 활성화 방안 수립’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인사의 문의글도 올라왔다. 빅데이터 기술인력 양성과 자격증 및 검증제도 마련에 대한 관련업계의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이에 대해 많은 회원들이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한 회원은 “빅데이터는 새로 나온 협소한 분야가 아니라 전산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합쳐진 거대한 플랜트라고 할 수 있는데, 자격제도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자격제도 추진은 없던 걸로 하고. 교육 쪽으로 유용한 코스워크를 만들어 제공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