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 될 조짐이다. 조건 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콘텐츠사업자(CP)들과 이에 맞선 이동통신사들의 대치가 팽팽하다.
m-VoIP 관련 갈등은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다음이 m-VoIP 기능을 넣은 마이피플2.0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카카오톡마저 보이스톡을 내놓으면서 이통사와의 설전이 연일 불꽃 튀었다.
최근 가라앉은 듯 보였던 m-VoIP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에 관한 기준안(이하 기준안)’ 논의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토론회를 열고 기준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가장 논란이 된 것은 m-VoIP 제한, 차별이다. 지난해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기준안에서는 m-VoIP 제한 가능 조항이 있었으나 올해 미래부 기준안에서는 빠졌다.
대신 미래부는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ISP)는 서비스 품질, 용량에 비례해 요금 수준을 다르게 하거나 요금 수준에 따른 제공 서비스의 용량을 초과하는 트래픽을 관리하는 경우 이용자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한 상태다.
■m-VoIP, 34-44 요금제서 못써…“망중립성 위반”
업계에서는 이 조항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서 이통사들이 저가 요금제에서 m-VoIP를 제한하는 것을 사실상 승인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혼란이 불거졌다. 현재 SK텔레콤과 KT의 경우 5만원대 요금제 이상에서만 m-VoIP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모든 요금제에서 m-VoIP 사용을 차등 허용한다.
그렇다고 5만원대 요금제 이상에서 m-VoIP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통사는 LTE요금제 뿐만 아니라 음성무제한 요금제에서도 m-VoIP 사용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했다. 기본 제공 m-VoIP 사용량을 모두 소진하면 자동으로 m-VoIP가 차단되는 식이다. (본지 2013.07.15. 음성무제한인데…m-VoIP사용 제한 이유 참조)
CP 및 소비자 단체는 이러한 차단이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되고 소비자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SK텔레콤, KT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키도 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가 요금제라는 이유로 m-VoIP를 제한한 것은 불이익제공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해당 이통사는 m-VoIP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추가로 발생한 금액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 역시 “(저가 요금제에서의 m-VoIP 제한은) 여전히 이용자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m-VoIP는 명백하게 이통사의 음성통화와 경합하는 서비스로, LTE에서 제공하는 VoLTE 역시 m-VoIP임을 감안하면 VoLTE는 되고 OTT사업자의 m-VoIP는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혜승 다음 정책실장은 “마이피플이 지난 2010년, 2011년 당시 m-VoIP를 카카오톡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요금제별 차단, 통화 품질 문제 등으로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며 “이후 지난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까지 m-VoIP 전면 허용이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차단돼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마이피플은) 기회를 놓친 아쉬움과 더불어 인터넷 콘텐츠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망중립성이 왜 중요한가를 살신성인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가이드라인에서 m-VoIP 차단을 불허한 것을 세부 기준안에서 허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태철 SK텔레콤 전무는 “m-VoIP를 허용하는 미국, 네덜란드, 칠레 등 세 나라는 통신 요금에 대한 규제가 없는 나라”라며 “세 나라에서는 m-VoIP를 허용하면서 최저 요금제 등 요금을 상당폭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어떤 나라가 m-VoIP를 허용한다에 그치지 않고 그 나라의 전체적인 정책, 규제 구조가 어떻게 돼있는지 봐야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요금은 요금대로 규제를 받고 m-VoIP는 또 m-VoIP 대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VoIP, 트래픽 부하 아닌 경제적 관점으로 봐야”
m-VoIP 논란이 트래픽 과부하 이슈가 아닌 경제적 트래픽 관리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태철 전무는 “m-VoIP는 트래픽 부하가 일어난다는 기술적 트래픽 관리의 문제가 아닌 경제적 트래픽 관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무는 “통신사의 수익구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m-VoIP를 제한하지 말라는 것은 음성 수익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뜻”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와 음성 요율 리밸런싱이 매우 느린 상황이라 차근차근 요금 구조를 개편해가면서 m-VoIP도 같이 해결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시점이 통신사로서는 가장 네트워크 투자가 많이 일어나야 하는 시기인데 m-VoIP를 전면 개방하라고 하면 투자재원 확보를 막는 문제가 생긴다”며 “올해 초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가 나온 것을 1단계로, 요금구조와 m-VoIP 문제를 보조를 맞춰 병행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응휘 이사 역시 “통신사가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듯 m-VoIP 차단은 기술적 문제나 서비스 품질의 문제는 아니다”며 “통신사 매출액에 타격을 준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차단하는 것을 허용하는 부분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나 트래픽 관리 기준안에서 다룬 적 없다”고 강조했다.
■옛 방통위-공정위 “m-VoIP 제한 문제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이통사들이 저가요금제에서도 m-VoIP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제한이 소비자 편익을 크게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으며, 경젱제한 사유가 되느냐에 대해서는 통신 당국이 망중립성과 관련해 명확한 정책적 판단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m-VoIP 차단 판단은 인터넷에 내재한 개방성과 이를 무시한 대기업들의 소비자 이익 저해 행태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옛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요금제에 따른 m-VoIP 제한은 이용 약관에 명시된 것인 만큼 이통사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계철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망 사업자는 이용약관을 통해 요금제별 m-VoIP 수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이용 약관에 따른 서비스는 사업자 자율이며 방통위는 약관을 위반했을 때 처벌토록 돼있다”고 언급했다.
■m-VoIP ‘골머리’…미래부 선택은?
다만 현재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아직까지 정책 방향을 확정하지 않았다. m-VoIP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경만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경제적 트래픽 관리 부분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은데,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트래픽 관리기준은 요금제 등과는 무관한 기술적 트래픽 관리”라면서도 “문제는 요금제와 관련된 m-VoIP인데 솔직히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 과장은 “미래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나온 모든 요금제에는 m-VoIP가 허용되고 최근에는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에도 m-VoIP를 허용했다”며 “남은 것은 34, 44요금제 부분인데 여기에는 우리 통신시장이 경쟁적이냐, 아니냐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이용자 편익을 생각하면 34, 44 요금제에서 제한하는 것보다 허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망 운용자 입장에서는 투자비용에 대한 생각이 분명히 있다”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자원배분, 감독과 관리의 시기 등을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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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가 당장은 m-VoIP와 관련된 정책 결정은 유보했지만, 연내 트래픽 기준안을 확정할 예정인 만큼 경제적 트래픽 관리에 대한 논의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석한 정부, 학계, 업계 관계자들은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안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데에 모두 공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쳐 오면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했고 서로 간의 접점을 찾기도 했다”며 “한 번에 완벽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는 없으므로 우선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놓고 차근차근 보완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아닌가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