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두산-한화...전자소재 '총력'

일반입력 :2013/09/12 14:11    수정: 2013/09/13 09:05

이재운 기자

국내 대기업 화학 계열사들이 석유화학·건축자재 등 기존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자소재 부문 강화에 나섰다. 성장이 정체된 기존 사업부문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은 물론, 기업 체질 자체도 IT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기업 이미지 쇄신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화학 계열사들이 최근 전자소재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소재 사업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주요 소재를 개발, 공급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화학 업체들도 속속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부터 전자소재를 개발해 공급해오고 있던 것을 더욱 강화, 주요 사업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두 시장 모두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 시장과도 문화적·지리적으로 가까워 국내 화학 업체들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기존 사업부문이었던 석유화학이나 건축자재 부문은 시장이 정체되며 위기를 맞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자소재 사업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건자재 업체로 유명한 LG하우시스는 가전 표면재와 IT 관련 소재 등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특히 고기능 점착필름 제품군에서 필름더블테이프(FDT), 산화인듐주석(ITO) 필름 등을 생산하며 LG그룹 내 관계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의 경우 소재부품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43%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점차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또 다른 건자재 업체인 한화L&C는 터치스크린패널(TSP)용 소재 개발로 모바일 기기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잡았다. 대부분 건자재 기업으로 알고 있는 이 업체는 사실 10여년 전부터 전자재료 및 태양광 소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TSP 개발에 뛰어든 이 업체는 핵심소재인 ITO글라스와 ITO필름 개발에 성공해 시장 공급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및 2차전지 전문업체 SK이노베이션은 연성회로기판(FPCB)의 주요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개발, 오는 2020년까지 이 분야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산의 박용만 회장은 지난 6일 열린 채용설명회 강연에서 ‘2개 정도의 전자 관련 업체를 인수합병(M&A)해 전자소재 사업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산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관련 기업 독일 노바LED(Novaled) 인수전에 뛰어들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결렬되는 등 제휴나 M&A를 통해 전자소재 분야 강화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오석유화학과 한화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은 탄소나노튜브(CNT)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CNT는 탄소동소체(탄소로 구성됐으나 물질적·화학적 성질이 다른 물질)의 일종으로, 강도는 철의 약 100배, 전기 전도성은 구리 대비 약 1천배 높다. 반도체, 전지, 콘덴서,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전자 소재 이외에도 자동차 내외장재, 태양광 관련 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본격화한 상태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관련기사

또 기업 이미지에 있어서도 기존 산업계의 다소 정체된 이미지보다 IT 관련 업체라는 변화의 이미지를 줄 수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학 분야 시장 성장세가 다소 정체된 느낌이 있었고, 특히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관련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를 고민해왔다”며 “원래부터 해오던 전자소재 사업이 모바일 기기 수요의 폭증과 함께 효자 노릇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