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이 BI를 춤추게 한다

일반입력 :2013/08/26 12:02

“물건만 대량으로 찍어내면 돈을 벌던 시대는 끝났다. 남이 만들지 않고,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성공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학적 판단에 대한 관심이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뜨거워졌다.”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전문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코리아의 이혁구 지사장은 “무한 경쟁 시장에 편입된 한국에 새로운 BI가 도입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혁구 지사장이 밝힌 새로운 BI는 ‘기업 스스로가 가야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 BI'다. 표준BI란 일종의 플랫폼을 말한다. BI를 특정 용도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보지 않고, 기업의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의 토대로 BI를 설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BI는 정형화되고 케이스바이케이스, 혹은 템플릿 형태로 제공돼 활용된다. 때문에 BI를 단순히 복잡한 데이터를 보기 좋게 포장한 시각화툴 정도로 취급하는 게 다반사다.

이혁구 지사장은 이같은 형태의 BI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한국 경제가 3단계를 거쳐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해방 이후 1997년 IMF사태 이전까지를 1단계, 1997년 IMF 이전부터 까지 200년대 후반까지를 2단계, 2010년 이후 최근이 3단계다.

산업이 막 생겨나던 때의 한국경제는 무조건 만들어 내놓기만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세밀한 전략에 신경쓰지 않았고,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도 비교하지 않았다. 당연히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그렇게 해도 큰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혁구 지사장은 “과거엔 MBA에서 숲을 보는 경영을 중요시 여겼고, 레버리지란 게 인기를 끌었다”라며 “빚을 내 투자하는 게 얼마든지 수익을 냈고, 리스크란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IMF사태를 맞이하면서 기업들이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함께 보기 시작했다. 전문경영, 프로세스 혁신과 전략 컨설팅이 유행했다. 그러면서 경영자를 위한 리포팅툴로 BI가 도입됐다. 기업들은 외부 업체에 회사의 미래를 맡겼다. 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별로 없었고, 외부에 의존하면 끝이므로 활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2009년 즈음 한국에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됐다. 이 작은 스마트폰의 출시는 한국의 기업 환경 급변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삼성전자가 흔들렸다. LG전자는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을 반복했다. 한국 기업들은 모르는 사이 세계 경제 한복판에 서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이 다 하는 것’, ‘어느 것과 똑같은 것’이란 콘셉트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이 하는 것의 뒷받침인 정형화된 리포팅툴은 별무신통이다. A란 회사가 사용한 BI 템플릿을 B란 회사가 똑같이 사용한다고 해서, B가 A처럼 되지 않는다. A는 A다워야 하고, B는 B다워야 한다.

이혁구 지사장은 “이제 베스트프랙티스란 건 아무 의미가 없다”라며 “남이 하지 않는 걸 찾아야 하는 시점이고,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자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므로, BI도 회사 내부 사람이 스스로 배워가면서 활용하는 자생적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BI란 표준 BI를 플랫폼처럼 만들어놓고, 필요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는 형태다. 데이터 역시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모여야 한다. 데이터는 방대한 클라우드에 모아놓고, 필요한 사람이 분석이든 리포팅이든 개별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함으로써 데이터에 근거를 둔 통찰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유일한 BI는 없다. 경영진이 원하는 BI, 현업이 원하는 BI 등이 찾는 데이터가 다르고 관심사와 필요성, 방법도 다르다”라며 “이런 상황에선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구하거나 만들어 붙이는 게 정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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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다. 전사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고, 현업이 엑셀 대신 BI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는 게 이혁구 지사장의 견해였다. 그는 ”BI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 다음 지속적으로 데이터 품질을 개선해가면서 BI 시스템을 활용방안을 확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후장대형 사업은 생명력을 잃어버린 시대다”라며 “시간적으로 나열된 데이터를 공간적으로 나열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BI 관점이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