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객이 급증세다. 지난달에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331만7천306명으로 개항 이래 월 평균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었다.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로밍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루 1만원의 무제한 데이터 로밍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알뜰 여행객 수도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휴가철동안 이동통신사들의 로밍이용객은 3~4배 가까이 증가키도 했다.
이런 가운데 로밍 서비스 자체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해외 로밍은 어떻게 서비스되고, 또 내가 낸 로밍요금은 어떻게 처리될까 하는 궁금증이다.
■로밍요금, 해외에 지불…국내 이통사는 과금대행
우선 해외로밍은 각국 통신사간 계약에 따라 현지의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국내 이통사 가입자가 해외에서 국내로 전화를 걸 경우 현지 발신-현지 이통사망-국제전화 사업자망(해저케이블)-한국 이통사망-한국 착신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지 이통사망을 이용한 요금이 발생한다. 국내 이통사는 고객이 현지 망을 이용한 대가로 요금(IOT, Inter Operator Tariff)을 지불하게 되는데, 우리가 내는 해외로밍 요금의 대부분이 바로 이 IOT다. 사업자별 계약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중간에 신호망사업자, 과금사업자 등에게 지불하는 금액을 빼면 거의 현지 이통사에 대부분을 주게 된다.
즉, 우리가 해외에서 쓴 로밍요금은 현지 이통사에게 지불되며 이 사이에서 국내 이통사가 과금 대행을 하는 식이다. 통상 1~2개월 후 현지 이통사가 과금 내역을 만들어 전달해 주면 국내 이통사가 정산을 한다.
반대로 SK텔레콤, KT는 한국에 들어온 해외 여행객의 로밍요금(인바운드 수익)을 받게 된다. 우리가 내는 로밍요금이 모두 해외 이통사에 지불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이용객 수의 차이로 인해 로밍 인바운드 수익은 해외에 지불하는 로밍요금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주파수 및 방식의 차이로 인바운드 수익 없이 로밍요금을 지불하기만 한다.
■해외로밍, 요금인하 어려운 이유?
해외로밍 요금은 IOT에 의해 결정된다. IOT 요율은 나라별, 혹은 현지 이통사별로 과금 기준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에 나라에 따라 로밍 요금이 차이 나는 것이다. 요율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를 통해 공시되며, 이를 토대로 이통사간 계약을 맺고 로밍 요금제를 설계하게 된다.
문제는 IOT 요율이 대부분 국내보다 높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내 고객은 해외로밍 요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이유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내 이통사가 요금인하를 요구하더라도 상대 이통사가 IOT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로밍요금을 인하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품질 문제도 있다. 나라별로 통신 인프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통사들은 로밍서비스를 위해 현지 이통사에 가장 좋은 네트워크 사용을 요구한다. 회선 품질이 담보돼야 국내와 비슷한 수준의 통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사실 지구 2바퀴를 돌아 통화하게 되면 요금은 떨어지지만 전화번호가 안 뜨고 통화가 끊어지는 등 중간 유실이 많다”며 “이통사가 로밍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유실을 줄이고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베스트 회선, 다이렉트 회선을 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제한 데이터 로밍 정액제, 어떻게 나왔나
그렇다면 국내 이통사들이 제공 중인 데이터 무제한 로밍 요금제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해당 요금제는 일 9천원~1만원 정도의 요금을 내면 해외에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국내 이통사는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데이터 로밍요금 폭탄 방지를 배경으로 내세웠다. 예상치 못한 데이터 로밍요금 폭탄을 막기 위해 정액제를 도입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해외에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쓸 경우 데이터가 사용된다는 점을 모르는 고객들도 많아 간단한 상품 개발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에서는 이통사들 사이의 로밍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모두 데이터 무제한 로밍 요금제를 서비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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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무제한이라고 해도 국내 이통사가 해외 이통사에 정산해주는 요율은 여전히 종량 기준이다. 고객이 정액 요금을 초과해 쓰는 사용량에 대한 요금은 국내 이통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들은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무제한 로밍요금제 사용시 초과 발생하는 사용요금에 대해서는 통신사가 모두 부담하고 있다”며 “해외 사업자들에게 무제한 로밍요금제를 서비스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 놀란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