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한 법정 공방에서 바운스백 특허에 이어 핀치투줌 특허를 무력화하는 시도로 오는 11월 예정된 피해배상규모 산정 심리 일정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특허전문블로그 포스페이턴츠는 1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지방법원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법정공방에 대한 중심적 역할을 다시 맡게 됐다며 최근 양측으로부터 제출받은 공동사건관리진술 문건을 근거로 이같이 전했다.
블로그 운영자인 독일 특허전문가 플로리언 뮬러는 삼성전자는 회사쪽이 제출한 공동사건관리진술에서 오는 11월 열릴 피해배상규모 산정 심리를 겨냥해 애플 쪽을 불리하게 만들만한 공격들을 시도했다고 묘사했다.
해당 블로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오는 21일 열릴 사건관리심리를 통해 대면하게 된다. 양측은 이를 위해 지난 14일 공동사건관리진술을 서면 제출했다. 공동사건관리진술 문건은 소송 당사자간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주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담긴 삼성전자 측의 주장들은 심리를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내년 3월31일 배심원 심리로 시작될 2차 특허침해 본안소송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려는 전략으로 평가됐다.
■바운스백 이어 핀치투줌 특허 유효성 흔들기
삼성전자의 공격 하나는 최근 이의를 제기한 애플측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달 초순 삼성전자는 애플이 오는 11월 예정된 심리에서 손해배상규모를 부풀리려고 담당 판사의 명령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는 루시 고 담당판사가 지난 4월말 애플에게 배상을 산정할 제품을 기존 28종에서 13종으로 줄이라 한 내용을 가리킨다.
삼성전자의 시도처럼 이달 하순 열릴 사건관리심리에서 연말께 예정된 손해배상규모 산정에 관련된 특정 증언을 내놓는 조치는 재판 일정을 어그러뜨릴 수 있다. 애플은 이 점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인 듯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손해배상규모 산정 기일은 앞서 삼성전자가 '바운스백 특허(美 7469381번)'의 효력을 물고 늘어지는 시비의 향방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회사는 지난달 10일 법원에 해당 특허의 침해 여부를 다루는 별도 재판을 청구했고, 애플은 지난달 23일 그같은 삼성전자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며 기존 재판 일정의 속개를 촉구했다.
삼성전자는 바운스백 특허외에 새롭게 '핀치투줌 특허(美 7844915번)'를 활용해 재판 일정에 영향을 주려는 모습이다. 이 특허는 지난해 8월 재판에서 삼성전자가 12종의 제품을 만들며 애플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을 이끌어낸 기술이다.
미국 특허청은 지난해 12월 예비 판정에 이어 지난달 최종 판정에서도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재판에서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권리 중 하나였던 핀치투줌 특허를 무효로 결정했다. 하지만 애플은 특허청의 무효 판정 이후에도 2개월 이내에 유효성을 입증해 삼성전자로부터 받아낼 손해배상규모를 보호할 수 있다.
■'애플 특허 익명 재심사 청구, 삼성 계획대로…'?
플로리언 뮬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을 진행하는 도중에 침해여부를 가리는 특허들에 대해 익명의 재심사 청구가 접수됐고, 일부는 실제로 재심사를 통해 무효 판정을 받기도 했다는 점에 주목해왔다.
일례로 지난 6월 14일 미국 특허청은 애플의 자동완성기능을 가리키는 '낱말추천(美 '172번)' 특허와 '전화통화관리(美 '760번)' 특허, 2건에 대한 익명 재심사 청구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1일 미국 특허청은 2건 가운데 '172번 특허에 대한 여러 주장을 재심사하기로 결정했다.
이 특허들은 애플이 캘리포니아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진행한 2차 소송에서 침해를 주장한 것들이다. 재심사 청구의 주체를 명시적으로 드러낼 근거는 없지만, 정황상 삼성전자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5월에도 미국 특허청은 애플 특허 가운데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 2건에 대한 익명 재심사 청구를 접수했다. 당시 애플과 소송을 이어온 모토로라가 재심사를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삼성전자가 향후 애플로부터 공격당할 수 있는 특허를 미리 무력화하는 시도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애플은 양사 소송 초기 삼성전자를 상대로 해당 특허의 침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애플측 대응 전망…반독점 소송 준비?
2차 본안소송을 앞둔 시점에 삼성전자의 공격에 대한 애플측 향배는, 그레웰 판사가 사건을 맡기 이전 캘리포니아 지방법원 판결에 관한 양측의 분위기에서 짐작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 3일 ITC 최종판정에서 삼성전자 표준특허를 침해당한 댓가로 아이폰4와 아이패드2의 미국내 수입 금지를 당할뻔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구제를 받았다. 표준특허 침해로 인한 소송에 관련된 제품 수입을 막는 건 과도하며 피해에 따른 배상은 당사자간 합의가 알맞다는 게 미국 정부측 입장이었다.
애플은 이런 규제당국의 분위기를 활용해 삼성전자가 자사를 상대로 표준특허권자의 의무로 알려진 프랜드 조항, 즉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이는 애플과 특허로열티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그 의무를 다했다는 삼성전자의 입장과 정면 대치된다.
프랜드 조항 위반은 현지 실정법상 불공정거래 혐의에 따른 피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소송 과정에서 이를 계산에 넣고 있었던 듯 보인다. 다만 최근 움직임은 소송 일정을 원활히 진행하려는 차원에서인지 기존 주장을 유보하는 모양새다.
그간 애플은 삼성전자가 '셔먼반독점법'의 2절과 캘리포니아주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폈는데, 양측은 지난 12일 그에 대한 편견 없는 기각에 합의한다는 서면을 제출했다.
이에 주목한 플로리언 뮬러는 양측의 해당 움직임에 대해 애플이 (삼성전자가 표준특허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어겼다던) '프랜드' 조항 관련 주장을 뒤집는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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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루시 고 담당판사가 맡은 재판 과정에서 양측은 (소송 규모) 축소 압력을 받았고 애플은 해당 주장으로 승소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반독점 관련 조사와 최근 판결은 프랜드 의무위반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이어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애플은 영원히 이 주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별건의 반독점소송같은 새로운 법정공방이 벌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프랜드 의무 위반에 대한 애플측 주장이 재현될 수 있고 어느 시점엔 삼성전자에 대한 규제당국의 조치가 현안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