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이나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두 대 이상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이른바 '세컨드폰족'들이 늘고 있지만 적당한 '세컨드폰'을 찾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심플한 기능의 3G 피처폰을 구입하려고 해도 일반 이동통신사를 통해 구입할 경우 기본 2년 약정에 할부원금이 40~50만원에 이르기 일쑤다.
지난해 5월부터는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행되고 자급제 전용 휴대폰도 속속 등장하면서 세컨드폰이나 실버폰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확인됐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제품 라인업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자급제용 3G 피처폰은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다.
단말기 자급제는 이용자가 스스로 구입한 단말기를 이용해 희망하는 통신사와 요금제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중고폰이나 할무가 만료된 자기단말기 역시 자급단말기에 포함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급제 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휴대폰 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사용하던 휴대폰을 분실해서 대체 제품을 찾거나 업무용으로 두 대 이상의 휴대폰을 사용하려는 경우, 적당한 가격의 사용이 손쉬운 실버폰을 찾는 노년층,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복수의 휴대폰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특성상 터치스크린이 포함된 스마트폰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손쉬운 사용이 가능한 피처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편의점 등을 통해 유통되는 피처폰의 경우 2G 전용모델이거나 중고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급제 시장을 겨냥해 나온 3G 피처폰은 프리피아 세컨드(2nd)폰, 베가텍 베타 등 일부다.업계에서는 3G 피처폰 라인업이 부족한 이유로 우선 가격 경쟁이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프리피아가 판매하는 세컨드(2nd) 폰의 경우 8만4천900원에, 일명 '고3폰'으로 잘 알려진 베가텍의 베타는 오픈마켓 등에서 8만7천원에 판매된다.
중국 지역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되는 이 제품들은 2G GSM 모델의 경우 2~3만원대에 제작이 가능하지만 3G 모델의 경우 보드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단가가 더 높아진다. 물량을 늘린다고 해서 단가가 크게 싸지지 않기 때문에 원가를 줄이기가 힘들다. 반면 약정을 통한 '공짜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8만원대 가격에도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2G용 피처폰이나 '편의점 중고폰'은 또다른 경쟁자다. 머천드코리아가 세븐일레븐을 통해 판매하는 아이스크림폰, 쏘쏘폰, 바닐라폰, 웹파이폰, 시크폰, 마하폰 등 제품은 2만원~5만원대에 판매된다. 심카드코리아가 중고 단말기를 선별해 세척, 수리, 검수 등 과정을 거쳐 재상품화한 '리하트폰(Re-Heart)'폰은 편의점 통해 2만9천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G 피처폰의 경우 LG유플러스 계열 MVNO로만 가입이 가능해 3G 유심 개통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고 중고폰의 경우 AS나 제품보증 등에서 제도화가 미비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남아있다. 구형 모델의 경우 평소 사용하는 휴대폰과 충전잭 등이 호환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만든 신제품에 비해 대기업 브랜드가 달린 2G 피처폰이나 중고폰이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익숙한 경우가 많아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자급제 단말기 제조사들은 브랜드 인지도 확보와 가격, 사후서비스(AS) 문제 해결 등에서 포지셔닝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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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급제폰 업체 관계자는 자급제폰의 경우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아도 8~9만원대의 원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소비자들은 이조차도 비싸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많아 2~3만원대 중고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급제 피처폰과 중고폰은)고객군이 정확히 겹치기 때문에 자급제 단말기 제조사의 신제품 개발 의욕을 상실시키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AS에 대한 기대수준이 워낙 높고 관련 부품을 4년 동안 보유해야 하는 등 관련 제도가 있어 비용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소 업체들은 사업을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