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스마트폰 "빙하기에도 꽃은 피었다"

일반입력 :2013/06/28 09:29    수정: 2013/06/28 11:12

정현정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한 마디로 '빙하기'라는 말로 표현된다. 전반적인 제품의 성능은 상향평준화 됐지만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규제로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가격은 내려갔다. 그럼에도 시장이 좀체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썩 좋은 판매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성능 면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5인치 대화면에 풀HD 화질은 이제 고사양 스마트폰에 필수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쿼드코어를 넘어 옥타코어 프로세서까지 등장했다. 눈동자 인식, 음성 인식, 스마트카메라 등 사용자경험(UX)의 진화도 함께 이뤄졌다. LTE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고사양 일색이던 LTE 스마트폰 시장에도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가 봇물을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단속 의지와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에 따른 성장률 둔화, 하반기 스마트폰에 대한 대기수요 등 요인으로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올 초 예상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보조금을 풀지 못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게릴라식 마케팅에 나섰고 제조사들은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신제품을 내놓고 잇따른 출고가 인하로 대응했다.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 3사는 전략 스마트폰을 앞세워 경쟁에 나섰다. LG전자와 팬택이 일찌감치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했고 상반기 최고 기대작인 삼성전자 갤럭시S4와 이에 맞선 팬택 베가 아이언 출시로 경쟁이 본격화됐다.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은 역시 갤럭시S4였다. 전작인 갤럭시3가 전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만큼 전작의 성과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갤럭시S4는 최초로 8개의 코어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는 상징성에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 최초로 풀HD 화질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다양한 소프트웨어 신기능도 눈에 띄는 점이다.

갤럭시S4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는 1천만대 판매고를 기록하며 빠른 판매속도를 보였지만 국내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강력한 보조금 규제 분위기에 갤럭시S3와의 차별성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LG전자 옵티머스G 프로의 약진은 눈에 띈다. LG전자는 지난해 옵티머스G를 내놓은 이후 옵티머스G 프로로 강세를 이어가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반전시켰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했지만 LG전자 점유율이 25% 가까이 오르면서 최근 60% 전후로 떨어졌다.

옵티머스G 프로는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사양을 앞세워 인기 몰이에 나섰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대화면 스마트폰 중 가장 큰 편에 속하지만 3mm의 얇은 베젤과 키패드 크기 조정 등을 통해 그립감을 개선했고 3천14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채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갤럭시S4 출시에 대응해 눈동자 소프트웨어 기능을 추가한 밸류팩 업그레이드를 시행하며 대응했다.

LG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 프로는 판매 40일만에 국내 판매 50만대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역대 LG전자 휴대폰 가운데 최단기간인 4개월 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두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팬택은 6인치 풀HD 스마트폰인 '베가 넘버6'와 내구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메탈 프레임의 '베가 아이언'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했다. 베가 넘버6는 국내 첫 풀HD 스마트폰 타이틀을 차지했고 베가 아이언은 일체형 금속 테두리(Endless Metal)와 인셀(In-Cell) 디스플레이를 첫 적용하는 등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보급형 LTE 스마트폰 시장의 개화도 올 상반기 시장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점이다. 보조금 규제 분위기로 전반적인 가격 인하 경쟁이 이어지면서 중저가의 보급형 제품이 주목받았고 제조사들도 올해 들어 앞다퉈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2의 보급형 모델 격인 '갤럭시 그랜드'와 갤럭시S3의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 팝'을 올해 초 잇달아 내놨다. 프리미엄 모델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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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역시 하이엔드 모델로 옵티머스G 프로를, 보급형 모델로는 '옵티머스 LTE3'를 내놨다. 팬택 역시 보급형 제품인 '베가S5 스페셜'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LTE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서 고사양 스마트폰 일색이던 LTE 시장에도 보급형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면서 정부 보조금 규제로 스마트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제조사들이 제품 출시 가격을 낮추고 출고가를 재차 인하하면서 직접 대응에 나선 것도 상반기 주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