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델 x86 연합, 심상치 않은 이유

일반입력 :2013/06/12 09:01    수정: 2013/06/12 15:42

이달초 오라클은 델과 x86서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오라클 자체 x86서버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OEM 파트너를 찾은 것이다. 이는 향후 하둡SW 사업을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이다.

오라클과 델은 x86서버 파트너십 체결의 이유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에 특화된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연합은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델 엔터프라이즈포럼에서 발표됐다. 델은 오라클과 함께 '조인트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DB 전용 델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및 지원서비스는 델에서 제공한다.

오라클은 지난 2009년 썬 인수로 x86서버 라인업인 '썬파이어'를 보유했다. 작년까지도 인텔의 최신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제품을 쏟아냈다. 때문에 델과 연합은 의아하게 보일 정도다.

■델-오라클 “새로운 시장을 노린다”

델과 오라클은 새로운 시장에 델과 오라클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연합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마리우스 하스 델 엔터프라이즈솔루션 부사장은 이번 발표가 모든 것이 아니라, 이 시장에 두 회사가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것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오라클과 델의 연합은 단순히 오라클의 x86서버 사업 포기로 풀이하기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시장이란 언급 때문이다. 이는 '빅데이터' 혹은 '하둡'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IT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하둡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이다. 하둡은 저가의 x86서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대용량 병렬처리 아키텍처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하둡은 고가의 데이터웨어하우스(DW)나 유닉스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 처리,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기업의 빅데이터 관련 예산규모가 크지 않다.

하둡 인프라를 공급하는 업체의 입장에선 고객사의 한정된 예산 속에서 이익률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오라클에게 마진 적은 저가 x86서버를 직접 판매하는 건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용만 높이는 직접 영업보다 외부의 파트너에 하드웨어를 맡겨버리는 게 이익이다.

오라클은 썬의 하드웨어 중 스팍칩에 대해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x86서버 단품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엔지니어드 시스템'에 주력하고 있다.

■오라클-델 연합, 빅데이터 깜짝쇼의 서막인가

델과 오라클은 DB에 특화된 어플라이언스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DB 전용장비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DB전용장비란 말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이미 오라클의 엑사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이란 단어로 짐작하면 오라클이 비정형데이터를 위한 전용 어플라이언스를 내놔야 한다.

공교롭게도 델과 오라클은 모두 하둡에 대한 SW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회사다. 두 회사는 클라우데라, 호튼웍스, 맵R 등 하둡SW 전문업체와 협력관계를 체결하며 빅데이터 시장에 대응해왔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델과 오라클의 연합은 힘을 잃는다. 하지만, 업계는 오라클이 하반기 대형 사고를 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바로, 오라클의 하둡 전문업체 인수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는 클라우데라다. 클라우데라는 올해들어 하둡배포판(CDH) 자체보다 DW를 대체하는 하둡 내 SQL 쿼리엔진 임팔라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엔 루신을 이용한 하둡 검색 기술까지 공개했다. 엔터프라이즈에 하둡을 공급하기 위한 준비를 하나씩 마쳐가는 모습이다.

위키본의 최근 빅데이터 시장 보고서(2012~2017)에 따르면, 클라우데라의 작년 매출은 6천100만달러였다. 2011년 1천800만달러에서 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굳이 오라클이 하둡전문업체 중 클라우데라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최근까지 나타난 현상에서 비롯된다. 올해 상반기 IBM, MS, EMC, 테라데이타 등은 비정형 데이터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하둡 배포판 개발, NoSQL 투자, SQL온하둡 기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유독 오라클은 비정형 데이터에 대응하는 독자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함에도,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해 클라우데라의 기업시장 공략은 갈수록 적극적이다. 비약일 수 있지만, 마치 오라클이 자신의 시장이 아닌 곳에서 미래의 식구에게 전권을 준 듯한 느낌까지 준다.

오라클이 클라우데라를 인수하면, 델-오라클 연합은 막강한 파괴력을 갖게 된다. 관계형DB와 함께 하둡에 관한한 업계 선두 기술력과 인력을 모두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델은 주력 사업인 x86서버 사업의 전환점을 갖게 된다. x86서버 자체 판매는 클라우드 및 대형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로 점차 한정되는 가운데, 새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있다.

하둡을 통한 x86서버 사업은 델의 미션크리티컬 시장 진입의 선봉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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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허드 오라클 사장은 델은 비즈니스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 배포에 통합되고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막대한 시장점유율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의 오라클DB 전용장비는 올해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일정상 가을 열리는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