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 이름짓기 백태

일반입력 :2013/05/29 13:59    수정: 2013/05/29 15:36

게임 타이틀(이름)은 있는 그대로 그 게임의 얼굴이다. 이름만 들어도 장르를 점칠 수 있고, 타겟 이용자를 가늠할 수 있기 마련이다. 타이틀이 게임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게임사들은 게임명을 고를 때 상당한 고심을 기울인다. 개발 단계에선 예컨대 ‘프로젝트 A’와 같이 진행하다 출시나 사전 테스트를 앞두고 게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는다.

이 때 내부 공모전이나 사업팀의 연이은 회의가 이어진다. 브레인스토밍을 거치고 이용자에게 각인될 수 있는 타이틀을 내놓기 전까지 거듭 수정된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는 다른 플랫폼 게임과 비교해 이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하루에도 수십종씩 쏟아지는 신작 게임 가운데 이름으로 튀고 기억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남다른 뒷이야기를 가진 스마트폰 게임이 즐비한 편이다.

■히어로가 도대체 몇 명이야?

히어로(Hero).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T스토어 등에서 검색할 때, 게임 이름으로 가장 많이 쓰인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영웅이란 뜻의 히어로를 쉽사리 안 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히어로는 주로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이용자 자신만의 캐릭터를 강화시키고 전투에 투입하는 등 히어로 이미지와 맞닿아 잇기 때문. 그러나 스마일게이트 모바일 게임 전문 자회사인 팜플은 히어로 단어를 출시 예정작 게임에 쓰지 않기로 했다. 한글로 영웅을 내세운 것이다. 이는 경쟁사 게임이 모두 히어로를 사용한 이유 탓이다.

예컨대 핀콘의 ‘헬로히어로’, 쿤룬의 ‘암드 히어로즈’, 컴투스의 ‘히어로즈워’ 등 최근 유행 중인 모바일 RPG 게임들이 모두 히어로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영웅이란 단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인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빗댄 영웅의 품격이 탄생하게 됐다.

■일단 달리고, 부딪히고~

지난 28일 출시된 따끈따끈한 네오위즈의 신작 게임 ‘가속 스캔들’. 얼핏 들어선 영화 제목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인기 배우 박보영을 주목하게 만든 과속스캔들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한 글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가속 스캔들’은 팜플의 ‘영웅의 품격’보다 더욱 기존 드라마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인기 영화 제목을 베낀 것은 아니다.

사연은 이렇다. 가속스캔들은 레이싱 게임 장르로 앞차를 치고 나가는 재미를 극대화한 게임이다. 네오위즈는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초고속 속도’와 ‘충돌’로 꼽았다.

이에 따라 빠른 속도를 뜻하는 ‘가속’과 충돌을 뜻하는 ‘사고(스캔들)’를 사용하기로 했고, 이를 조합하다보니 영화 제목으로도 익숙한 가속 스캔들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희귀 도롱뇽이 게임 타이틀로

NHN 한게임이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처음 선보인 ‘우파루마운틴’. NHN과 카카오가 맞손을 잡았다는 내용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 게임은 타이틀 선정 작업도 남다르다.

자연을 관장하는 신화 속 동물을 소재로 하는 소셜네트워크게임(SNG)으로 순수함과 자연을 지켜나가는 콘셉트의 이름을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결국 검색 포털 회사답게 ‘우파루파’라는 단어를 검색을 통해 찾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우파루파는 1980년대에 일본인에게 알려진 뒤 인기를 모은 도롱뇽으로 산지는 멕시코다. 현지어 발음이며 영문명은 아흘로틀(Axolotl). 일생을 거의 물속에서만 살고 새의 깃털처럼 생긴 6개의 겉아가미로 숨을 쉬는 등 특이 생명체다. 이 우파루파가 우파루마운틴의 게임 이름의 배경이 됐다.

실제 캐릭터 이미지와 우파루파의 모습도 제법 닮은 편이다. 비범한 이름 탓에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너는 어떤 야구 게임이니?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서 가장 각광받는 장르는 단연 스포츠 가운데 야구 장르다. 퍼블리싱(배급) 게임사 별로 모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프로야구의 꾸준한 인기와 고정된 야구 게임 마니아 층 덕분이다.

스마트폰 이전 피처폰에도 인기였다. 컴투스와 게임빌은 이에 따라 ‘컴투스 프로야구’, ‘게임빌 프로야구’처럼 회사 이름을 내세운 시리즈물을 선보였다. 비슷한 네이밍은 넵튠이 개발한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이 넥슨을 통해 출시된 ‘넥슨프로야구마스터’에서도 볼 수 있다. 어느 회사의 야구 게임이란 뜻이 명확해진다.

반면 이후에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기 시작한다. 최근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넷마블의 ‘마구마구 2013’. 이미 브랜드 이미지가 구촉된 온라인 게임 타이틀을 그대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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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빌이 최근 선보인 실사형 게임 ‘이사만루’는 실제 야구의 급박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이름이다. 네 글자를 넘어서지 않으면서도 실제 게임 특징을 그대로 드러냈다.

컴투스의 홈런배틀(홈런왕)과 9이닝스베이스볼도 각각 홈런 타석만을 도려낸 것과 메이저리그 라이선스를 사용한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작명이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