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사업 의사 결정이요? 이제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가부를 결정합니다.”
“그룹 채팅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굳이 시간만 빼앗기는 회의는 없어졌죠.”
이는 달라진 게임업계의 풍경이다. 각 게임사가 무한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의사 결정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에 탄력을 준 것. 이 중심에는 스마트폰 그룹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 게임사는 생존과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게임사는 생존의 위기를 업무 효율 극대화로 대처, 기업 성장을 이끌었을 정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선택한 것은 카카오아지트 앱. 이 앱은 경영진부터 말단 직원까지 사용한다고 전해졌다. 스마트 시대에 맞춰 빠른 업무 처리 방식을 도입한 셈이다. 카카오아지트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요약된다.
위메이드는 프로젝트팀, TFT, 대외협력 등 여러 부문의 진행상황과 함께 실시간 업무 처리, 부서간 업무 지원 등에 카카오아지트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이미 카카오아지트를 소통의 장으로 인식했다.
특히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을 비롯해 남궁훈 대표 등이 카카오아지트를 통해 빠른 의사 결정을 하면서, 업무 추진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알려졌다. 여러 부문별 대표의 승인이 필요한 간단한 일의 경우 카카오아지트 앱을 통해 경영진의 의사를 물어보면 곧바로 결정되는 식이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업무 방식을 도입한 이후 더욱 완벽한 모바일 게임 사업 진출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 게임 개발 명가로 유명한 위메이드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터치파이터, 활, 윈드러너 등은 이미 국내 엄지족이라면 한번쯤 즐긴 국민 게임이 되 버렸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중장기 사업을 결정할 때에는 채팅 보다 얼굴을 마주보며 오랜 시간 회의를 진행한다”면서 “빠른 결정이 필요하거나 급하게 처리해야할 부분은 회의가 아닌 카카오아지트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방식은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자유롭게 의견을 서로 공유하고 보안하면서 일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온라인 게임사에서 성공적인 모바일 게임사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메이드는 다수의 모바일 게임을 흥행에 성공시키면서, 글로벌 모바일 마켓 매출 1위에 오른 상태다. 시장 트렌드를 잘 맞춰간 것이 주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복수의 게임 관계사도 그룹 채팅 앱을 활용하고 있었다. 카카오톡 외에 여러 채팅 앱으로 일일보고나 시장 이슈를 실시간으로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메일로 업무 보고를 하거나 일일업무 보고서를 작성해 프린트하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전용 채팅 앱을 통해 일부 업무 처리를 하면서 큰 효과를 봤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메일을 통해 주로 업무 보고를 하거나 의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각 부서에게 각각 답 메일을 보내고 이를 취합하다 보면 하루의 반나절이 소요되는 등 효율성이 떨어졌다”면서 “모바일 그룹 채팅 방식을 도입한 이후 업무 처리 시간이 단축됐고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반면 이 같은 업무 개선은 꿈도 못 꾼다는 게임사도 있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게임사 A는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업무 효율성 개선에 대해선 의지가 없다고 전해졌다. 이 때문에 기업 성장이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내부 지적도 있었지만 윗선이 무시했다고 한다.
또 이 회사의 실무진들은 경영진들의 눈치만 보다 회의만 길어지고, 이 때문에 사업 추진도 늦어지는 일이 상당히 많았다고 하소연 했다. 급하게 추진해야할 사업도 차일피일 미뤄져 결국 타 게임사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대형 게임사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조직이 대형화되면서 대기업 조직 방식을 얹이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하는 게임사의 경우 대기업화된 조직문화는 자칫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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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를 다니다 퇴사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사업 검토를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 창구 없이는 이런 부분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이라며 “벤처 구조에서 대기업 구조로 바뀐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게임사는 벤처 구조가 유리하다는 우수개소리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대기업화된 딱딱한 분위기에선 직원들이 수동적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게임사와의 경쟁에서 밀린 큰 이유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