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업의 담배는 흡연자와 금연자를 가르는 일종의 패거리 문화였다. 삼삼오오 흡연공간에 모인 흡연자들 사이에는 업무부터 사생활까지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이 자리에 끼지 못한 금연자들은 자리에 돌아온 흡연자들의 눈치를 살펴야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사무실 한 켠의 흡연 공간은 사라졌다. 지방자치단체의 금연구역이 확대로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담배 한 대 꺼내 피려면 눈치를 봐야 한다. 담뱃값 인상도 논의되는 형국으로 매일매일 “올해는 끊어야지”를 반복한다.
기업에도 금연 문화가 번지고 있다. 금연 상담 프로그램, 금연 보조제 지급은 기본이다. 다만 기업별, 업종별로 온도 차이는 있다. 제조업이 흡연문화에 대해 보수적이라면 서비스업종은 자율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금연의 삼성, 권 부회장도 안 핀다
우리나라 양대 기업인 삼성, LG그룹의 금연 문화도 다르다. 삼성그룹 IT 계열사들은 대부분 금연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사업장 금연을 의무화했다. 이와는 달리 LG그룹 IT 계열사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LG전자 외에는 사업장에서도 흡연공간이 마련됐고 금연 여부도 자율에 맡긴다.
금연을 강조하는 삼성전자는 전 사업장에서 흡연을 할 수가 없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기흥사업장의 경우 출입증이 필요한 내부 공간 외에 사업장 앞 길거리에서도 흡연이 금지됐다. 담배 한 대 피려면 15분을 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기흥 사업장 직원의 전언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기흥 사업장 애연가들은 상대적으로 감시의 눈길이 소홀한 주차장을 찾았다. 최근에는 CCTV가 달린 주차장에서도 흡연이 어렵게 됐다.
담배의 자유는 사업장을 완전히 벗어난 밖에서만 허락된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담배 한 대 피려고 나가는 과정이 귀찮아 출근하기 전과 퇴근한 후에만 흡연을 한다”며 “이제 서서히 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 등 경영진도 흡연에 대해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간부급들은 “승진하려면 담배 끊어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삼성디스플레이·SDS도 금연 합류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흡연공간을 없앴다.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사업장은 한때 금연을 실시했다가 흡연공간을 부활한 바 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담벼락 흡연을 막기 위해 허용됐던 흡연 공간은 사라졌고 탕정사업장도 이제 금연 사업장이다.
전 사업장 금연을 실시하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대신 사내 보건소에서 금연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보건소에서는 금연보조제를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금연상담도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금연에 대해 관대했던 삼성그룹 IT서비스 회사인 삼성SDS도 지난달부터 금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삼성SDS 금연 프로그램에는 ‘V캠페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금연에 성공해 담배를 쥔 두 손가락으로 승리를 의미하는 V자를 그리자는 의미다.
삼성SDS는 역삼동, 잠실사옥이 위치한 관할 보건소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각각 강남보건소, 송파보건소와 연계했다. 지역 구 보건소에서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상담 프로그램, 금연 보조제를 나눠준다. 6개월 동안의 금연에 성공하면 소정의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인사와 연계하지는 않지만 자율적인 금연은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LG그룹 IT계열사 중 LG전자만 적극적
LG그룹 IT계열사에서는 LG전자가 적극적이다. LG전자는 금연펀드, 금연강좌, 금연클리닉 등을 운영한다. 6개월 동안의 프로그램을 통해 흡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돕는다. 금연 보조제는 기본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별다른 금연 프로그램이 없다. LG그룹 여의도 트윈타워 뿐 아니라 파주, 구미사업장에도 흡연공간이 마련됐다. 동종업계의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문화다.
또 다른 LG그룹 IT계열사인 LG CNS도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는 분위기다.
삼성처럼 금연을 권장하는 그룹으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있다. 금호아시아나 계열 IT서비스 업체인 아시아나IDT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금연 서약서를 써야한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금연을 약속한다. 이 약속은 아시아나IDT에 근무하는 동안 꼭 지켜야 할 철칙이다.
아시아나IDT는 별도로 흡연 여부를 검사하지는 않지만 흡연 사실을 들키면 인사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흡연에 관대한 서비스업종
SK그룹은 계열사 별로 차이가 난다. SK C&C는 자율적인 금연을 권장하지만 SK텔레콤에는 금연 프로그램이 없다.
SK C&C는 지난 2006년부터 ‘금연 클리닉’을 운영했다. 일산화산소 측정, 니코틴 검사, 금연정보, 보조제를 제공하고 구성원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간호사 상담 등을 할 수 있다. 참여한 구성원은 금연서약서 작성을 통해 스스로의 의지를 다짐한다.
금연클리닉 프로그램 중에는 참가자가 직접 작성한 금연 서약서를 액자로 제작해 참가자의 가정에 배송하는 ‘가족 서포터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SK C&C는 금연 문화 조성을 위해 휴게실, 엘리베이터 등 회사 곳곳에 금연포스터와 경고성 사진을 배치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사업장 내 금연 정도가 전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야외 흡연 지정구역 외에 건물 내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담배를 필 수 없도록 했지만 그 외 별다른 금연 프로그램은 없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은 과거 금연 프로그램 열풍이 한풀 꺾인 분위기다. KT 관계자도 “과거에는 금연 펀드 등 일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별도로 캠페인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T서비스 업종은 흡연에 대해서 제조업종과 비교하면 관대하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NHN은 사옥에 흡연공간도 마련해 뒀다. NHN 관계자는 “흡연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별도로 캠페인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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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T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별도의 금연 프로그램은 없지만 포스코 빌딩에 입주해있어 사옥과 주변 거리에서도 담배를 필 수 없다”며 “흡연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자율에 맡기지만 과거의 담배 문화는 사라져간다. 과거 “임원이 바뀌면 직원들의 담배도 새로 온 상사의 기호에 따라 바뀐다”던 옛 모습은 이제 없다. 건강을 생각해 바뀌는 문화에 맞춰 금연자들은 늘어간다. 물론 담배문화는 기업에 따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