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블링크, 웹킷 생태계 지각변동

일반입력 :2013/04/21 08:59    수정: 2013/04/21 09:04

구글이 브라우저 핵심기술로 웹킷 대신 '블링크'를 씀에 따라 웹킷을 활용해온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의 내부 개발팀이나 협력사 등 스마트기기 업계 전반에 진폭이 예상된다.

블링크는 애플 웹킷에서 갈라낸 오픈소스 브라우저 렌더링 기술이다. 구글은 웹킷에 기반했던 자사 브라우저 기술에 앞으로 블링크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PC용 크롬브라우저와 크롬OS,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브라우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글이 애플 웹킷에서 독립을 선언한 이유는 기술에 대한 주도권 때문으로 설명된다.

그간 구글은 애플 웹킷을 상당부분 개조해 썼다. 회사가 지향하는 브라우저 기술의 핵심역량이 애플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이 웹킷 핵심내용에 대한 변경 권한을 독점하다시피해 구글의 브라우저 개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간단히 말해 참여사들이 뭔가 고쳐서 만들어놓으면 애플이 iOS나 맥OS 새버전 공개시 '불필요한 부분'으로 날려버리곤 했다. 스마트카, TV, 모바일기기 제품 개발을 위해 웹킷에 투자해온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제조사들의 기여분도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보장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표준화기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하위조직인 HTML5 대한민국관심그룹(KIG)의 이원석 의장은 구글이 최근 애플보다 웹킷에 많은 기여를 해왔는데도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기는 어려웠다며 지금까지 구글에서 사용한 웹킷은 애플이 주도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에 따르면 구글은 독자적인 브라우저를 개발할만큼 우수한 기술과 인력을 이미 갖고 있기에 블링크를 통한 독립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구글의 결정에도 전략상 부담이 없지 않다. 당분간은 블링크가 애플 웹킷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비슷하지만 앞으로는 구글이 원하는 방향으로, 웹킷과는 다른 기술로 발전해나갈 전망이다.

우선 이미 웹킷 기술에 기반해 형성된 웹킷 전문기술 생태계가 블링크 쪽으로 따라와줄 것인지 관건이다. 초반 분위기는 구글에게 유리해 보인다.

일단 오페라소프트웨어가 구글을 따라 블링크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웹저작도구와 모바일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패키징기술을 보유한 어도비도 블링크 지원을 예고했다. 이들은 원래 구글처럼 애플의 웹킷을 지원해온 업체들이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4가지로 요약된다.

■웹킷과 블링크, 제갈 길로…?

첫째는 구글 엔지니어가 빠진 상황에서 웹킷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얼마나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인지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 웹킷 프로젝트의 흐름에 기존 구글 엔지니어의 기여도가 적잖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애플이 구글, 어도비, 오페라같은 파트너들의 움직임에 따라 빠져나간 웹킷 엔지니어를 더 많이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지 미지수다. 회사는 이미 윈도 PC용 사파리 브라우저 개발을 중단하는 등 브라우저 관련 투자를 줄여왔다.

둘째는 나머지 웹킷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구글의 블링크 프로젝트로 얼마나 갈아탈 것인지다. 애플 소속이 아닌 여러 외부 기여자들이 어느쪽에 기여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은 업계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초기엔 비슷한 양쪽 기술에 '한 발씩 걸친' 형태가 되기 쉽다. 2개 프로젝트의 방향이 차이를 보일수록 이는 참여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쪽을 매개하는 활동 자체가 사업모델로 형성되는 경우를 논외로 하면 한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로 구글 블링크에 대응되는 애플 웹킷의 발전이 주목된다. 사실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 단기간내 혁신을 예상하긴 어렵다. 웹킷은 단말기에 필요한 웹 처리성능과 기능만 지원하면 족했다. 브라우저 점유율같은 개별 제품으로서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이는 구글이 웹킷의 취약점 개선과 크롬브라우저 점유율과 사용자 지분 확대를 위해 많은 투자를 지속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구글은 블링크를 통해 웹킷의 문제점을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강력한 렌더링 엔진 개발을 추구할 전망이다.

■웹기술 전문업체 향배도 관건

이밖에 스마트폰, 태블릿, TV와 셋톱박스, IVI 등 임베디드 시스템용 제조사 제품용 브라우저 기술에 투자해온 업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피처폰이나 블랙베리나 바다같은 제3의 플랫폼을 적용한 모바일 기기, 스마트TV나 셋톱박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등 웹콘텐츠 표시기능이 필요한 여러 단말기 제조사들도 웹킷을 널리 써왔다.

일단 이들이 보유한 기술 노하우는 애플보다는 구글이 개조한 웹킷에 기반한 성격이 컸다. 해당 조직 안에서 브라우저 엔진을 개조하거나 최적화하는 활동을 하는 엔지니어나 아웃소싱 형태로 웹킷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 등이 모여 '웹킷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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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애플의 웹킷 생태계에 머무를지, 구글 블링크 쪽으로 무게를 옮길 것인지 기로에 설 듯하다. 대기업에 개별 솔루션 공급 위주의 사업모델을 취해온 입장에선 운용 인력 규모에 부담이 크다. 이 경우 2개 기술이 이질적으로 바뀌어갈수록 모두 지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구글 블링크에 올인하기로 작정하기도 어렵다. 구글이 블링크가 오리지널 웹킷과 격차를 벌려갈 경우 그에 기반한 솔루션이나 기술 노하우가 구글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탓이다. 블링크에 대한 기술 주도권을 쥔 구글이 애플처럼 움직이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