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IT가 만났을 때…그야말로 찰떡궁합

일반입력 :2013/04/16 08:54    수정: 2013/04/16 09:00

전하나 기자

런던패션위크 쇼를 보다가 버버리 코트를 주문했다. 몇일 후 집으로 옷이 담긴 선물 상자가 배달됐다. 이 옷을 아이폰으로 스캔했더니 나만을 위한 고유의 제품이 제작되는 과정이 화면에 나타난다.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 프로섬이 지난 2월 ‘2013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시도한 실험이다. 버버리는 이 패션쇼에서 공개된 모든 옷과 가방을 주문한 고객에게 특별한 칩을 부착한 제품을 배송했다. 해당 칩을 아이패드나 아이폰 등에 갖다 대면 버버리의 장인정신과 디자인 소개, 런웨이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이 나온다.

이는 매년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로 패션쇼를 생중계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진행해온 버버리가 올해 선보인 이른바 ‘스마트 개인 맞춤(Smart Personalisation)’ 서비스다.

버버리가 이처럼 IT 친화적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명품 소비를 이끌고 있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들이 IT 트렌드세터(유행선도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기민하게 파악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에 관심 많은 10대 후반부터 2·30대 모두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데다 전 연령을 통틀어 IT기기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고 잘 수용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패션 브랜드가 IT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IT기업이 패션을 서비스에 접목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현재 실리콘밸리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 ‘핀터레스트’는 대표적인 예다. 미국 내에서만 매달 평균 방문자수가 5천만명에 달하는 이 서비스에선 패션 정보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최근 기업가치가 25억달러(약 2조2천700억원)로 산정돼 화제를 모았다.

얼마 전 국내서도 핀터레스트와 같은 골자의 모바일 서비스가 나왔다.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이 출시한 ‘워너비(WANNA B!)’가 그것. 이 서비스로는 최신 패션 아이템 정보, 브랜드 정보, 유명 연예인의 스타일링 정보 등을 공유하고 취향이 비슷한 사용자끼리 실시간으로 패션에 대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이지은 NBP 주제형서비스기획실 차장은 “패션은 정보 특성상 유통 주기가 매우 짧고 해당 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 소비하는 층이 매우 두터운데다 이를 매개로 삼아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워너비 개발 이유를 밝혔다.

이런 배경에서 IT와 패션이 더해지면 파급력이 커진다. 지난 7일 신촌에선 패션 SNS 앱 ‘스타일쉐어’에서 활동하는 한 이용자의 자발적 제안으로 ‘플리마켓(벼룩시장)’이 개최됐다. 온라인에서만 패션정보를 나눴던 사용자들이 오프라인에서 트렌디한 아이템을 직접 사고팔며 교류하는 장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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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 개최 소식을 들은 스타일쉐어 사용자들은 당일 개장 세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매장 앞부터 선 줄은 신촌역까지 다다랐다. 플리마켓이 개장한 뒤에는 본격적인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신촌 일대가 마비,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날 현장을 찾은 방문객은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는 “재미있는 점은 스타일쉐어 인기피드에 올라왔던 아이템들이 실제 구매로 가장 많이 연결됐다는 것”이라며 “온라인 상에서의 패션 정보 공유 영향력과 활발한 바이럴(입소문) 효과가 입증된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