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뿐

RIA, 액티브X 등 플러그인 기술 역할 감소추세

일반입력 :2013/03/27 09:02    수정: 2013/03/27 09:04

웹기술이 스스로 동적인 사이트를 움직일 수 있도록 진화하면서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과 액티브X같은 플러그인 기술의 역할이 꾸준히 감소 추세다. 이는 남용되던 기술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현상으로 비친다. '사망선고' 보다는 일종의 정제 과정으로 이해된다.

MS 실버라이트, 어도비 플래시, 오라클 자바FX가 대표적인 RIA다. RIA의 과거 역할을 보면 웹 안에서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오프라인 브라우징, 실시간 양방향 통신, 3D 또는 2D 벡터그래픽, 운영체제(OS) 로컬 파일시스템 접근 등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1년말 실버라이트5 정식판 공개 뒤 이 기술을 더이상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해 윈도7과 비스타에서만 돌아가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9버전을 선보이며 HTML5 표준에 '올인'을 선언했다. 웹이 기존 플러그인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HTML5는 HTML4와 호환되면서 이를 발전시킨 웹문서표시언어 표준이다. 자바스크립트, CSS3와 함께 쓰여 일반 운영체제(OS) 수준의 기능과 성능을 요하던 프로그램을 웹기반으로 만들어 돌릴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가 애니메이션, 실시간 양방향통신, 3D그래픽, 영상과 음성 처리같은 PC 프로그램 기능뿐 아니라 화면 방향, GPS신호, 가속도계 등 단말기 센서 데이터 등 모바일기기 정보까지 인식 가능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실 실버라이트는 한때 데스크톱 RIA 플랫폼에서 윈도폰7 버전대 모바일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기 위한 기술로 변신을 꾀했다. 그 앱이 윈도폰8과도 호환되지만 새 플랫폼은 더 범용적인 언어를 지원해, 실버라이트의 입지를 확 줄였다.

어도비도 플래시 비중을 좁히면서 그 움직임에 동참했다. 안드로이드 내장 브라우저용 플래시 플레이어를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 이후 환경에 대응해 내놓지 않고 있다. 한때 애플이 iOS에 모바일버전의 플래시를 넣어주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던 과거가 무색하다.

대신 플래시플레이어는 데스크톱 브라우저인 최신 구글 크롬과 MS 윈도8용 IE에 기본 탑재된다. 웹에 플래시 기반 콘텐츠가 적잖이 남아있어 이를 즐기도록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사용자 편의 보장의 이면에 예전과 달리 그 역할을 잃어가는 플래시의 현주소가 보인다.

■플러그인의 보루, 디지털보안

다만 국내 주요 온라인콘텐츠 서비스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위해 RIA의 명맥을 잇는다. 아직 지상파 3사가 실버라이트와 플래시 기반의 주문형비디오(VOD)로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털업체 무료 동영상 서비스나 유료 음악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플래시를 없애는 추세라지만 네이버, 다음, 네이트 첫화면 광고에도 보인다.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의 애니메이션광고는 플래시를 설치하지 않은 기기에서 열면 HTML5와 CSS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 그런데 플래시를 설치한 기기에서 열면 똑같은 형태가 플래시 기반으로 제공된다.

여기서 플래시는 최신 웹기술을 못 돌리는 구버전 브라우저 사용자에게도 광고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그나마 일반적인 사이트에서 쓸데 없이 단순 웹페이지나 내비게이션용 사용자인터페이스(UI) 플래시나 실버라이트 기반으로 만들던 행태는 확 줄었다.

이와 더불어 전통적인 RIA를 브라우저 안에서 구동하기 위한 기술이던 액티브X와 브라우저 플러그인 역시 설자릴 잃는 분위기다. 하지만 액티브X와 브라우저 플러그인의 명맥을 금융, 공공, 교육기관과 웹하드 업체들이 잇는 상황이다.

사용자들에겐 여전히 공인인증서 또는 아이핀같은 사용자 인증체계와 방화벽 및 백신, 온라인 도표같은 부가기능을 작동시키느라, 또는 합법적인 콘텐츠 다운로드를 위해 숱한 플러그인 설치가 사실상 의무화됐다.

지금도 모든 시중은행이 기본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윈도와 IE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액티브X 기반으로 제공한다. 몇몇 곳이 다른 브라우저도 지원한다지만 이는 '윈도'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맥이나 리눅스같은 타사 OS를 지원하지만 개별 브라우저의 각 버전에 매번 대응할 수 없다.

■비표준은 죽지 않는다

국민신문고나 국세청같은 대국민 사이트, 주요 대학 등 교육기관의 학사정보시스템도 사정은 비슷하다. 민원을 제출하거나, 세금계산을 해보려거나, 강의시간표를 열람하는데도 윈도에 IE 아니면 플러그인을 깔란다.

이제는 어느정도 양성화된 웹하드업체들의 서비스 구현기술도 마찬가지다. 이쪽은 최소한의 투자로 윈도와 IE만 지원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최신기술에 둔감하다보니 지원하지 않는 OS나 브라우저 환경으로 접근하는 방문자들에게 서비스가 미지원된다는 안내를 당연스레 내보낸다.

웹 환경에서 비표준 기술을 쓰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 몰아갈 수는 없다. 저작권관리나 기업용 솔루션 구현은 표준 방식으로 불가능한 영역에 당장 서비스를 가능케 하느라 적용된 경우도 있어서다.

플래시나 실버라이트같은 RIA 플러그인 기술은 아직 DRM 영역에 보완이 필요한 HTML5 표준보다 안정적인 방식으로 간주된다. 이는 향후 콘텐츠저작권 보호기능도 온라인 동영상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와 MS, 구글같은 회사들의 노력을 통해 확산될 여지가 있다.

RIA를 기관이나 기업 안에서 웹리포팅이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UI를 구현하기 위해 써온 환경도 단기간에 사라지진 않을 듯하다. 실버라이트가 새로 나올 기미는 없지만 MS는 그 마지막버전의 기술지원 시한을 오는 2021년 까지로 잡았고, 어도비는 데스크톱용 플래시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특정 기술에 대한 구현을 정책이나 제도로 강요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정부가 어떤 기술요소를 구현하라고 제도적으로 명시하면 경쟁력을 잃어 퇴출돼야 하는 기술이 시장에 남아 물을 흐리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시 깔리는 키보드보안, 암호화, 방화벽 플러그인이 그런 사례다.

■웹기반 공인인증서 처리기술 개발 한창…갈 길 먼 표준화

이와 별개로 공인인증서와 암호화 관련 부분은 국내서 정부지원을 통해 '웹크립토그래피API'를 비롯한 관련 표준 제정이 추진되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 실정법에 맞춰 기존 서비스에 구현할 수 있을 만큼 표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4월 웹크립토그래피API 표준화 과제를 추진하고, 그 내용에 빠졌던 공인인증서관리프로토콜(CMP) 부분 개발을 포함하는 '웹기반공인인증서관리기술개발' 용역과제에 대한 제안요청서를 9월 내놨다.

해당 과제는 3개월내 완료 목표였던 만큼 연말께 마무리가 됐지만 CMP만으로는 상용화된 플러그인이나 액티브엑스기반 공인인증서관리기술을 웹환경에 담아낼 수 없었다.

26일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 인터넷정책과의 김도환 행정사무관은 국내서만 쓰는 CMP에 더해 글로벌표준으로 쓰일만한 부가요소를 갖추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관련기술을 개발중이라며 오는 4월 W3C 담당그룹 대면회의를 통해 표준화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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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표준화를 주도하는 W3C 웹크립토그래피API 워킹그룹이 오는 4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대면회의를 진행한다. 표준화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그때까지 개발된 공인인증서 관리기술을 소개하고 시연을 통해 실용성을 검증받는다.

ETRI 진성호 팀장은 현재 플러그인과 액티브X에 의존했던 인증서 발급, 갱신, 폐기 등 기본 관리기능을 CMP 기반으로 구현중이며 각 브라우저마다 상이한 표준 인증서 저장 및 접근 기술보다 간소화된 방식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