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로 쏘아올린 나침반, GPS ①KAL007 피격

일반입력 :2013/04/16 04:32    수정: 2013/04/17 20:48

이재구 기자

1■KAL007, 사상 최악의 민항기 참사...왜?

“소련 전투기, KAL007기를 격추, 탑승자 269명 전원 사망”

1983년 9월1일 세계는 경악했다.

전세계 주요 신문과 방송의 첫머리를 장식한 것은 사상 초유의 민간항공기의 미사일 피격 소식이었다.

소련 전투기들은 항로를 이탈해 직선으로 줄곧 소련영공으로 비행해 오던 KAL007기를 2발의 공대공미사일로 격추시켰다.

전날 밤 10시 앵커리지를 떠난 이 비행기는 캄차카반도 아래로 비행해야 했지만 웬일인지 캄차카반도 위쪽 소련영공으로 계속날면서 서쪽으로 향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앞서 9월 1일 오전 2시 7분(현지시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007기는 일본 나리타 관제소에 정상루트로 비행중이다라는 교신을 해 왔지만 착오였다. 이때 이미 정상항로에서 100마일이나 벗어나 북쪽으로 날고 있는 중이었다.

소련 방공망에 비상이 걸렸다.

KAL007이 캄차카 해안에서 80마일 떨어진 곳에 도달했을 때 4대의 미그23기가 앞뒤로 날면서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연료가 떨어지면서 곧 돌아갔다. 캄차카반도를 지난 KAL기는 운명의 사할린과 오츠크해를 향해 날고 있었지만 기수를 바꿀 줄 몰랐다.

사할린 섬을 가로지른 KAL기 뒤에 다시 2대의 소련 전투기가 나타났다.

오전 3시 12분. 레이더에 나타난 KAL기를 추적하던 소련 전투기조종사가 육안으로 비행기를 확인했다.

그리고 14분 후인 오전 3시 26분(동경표준시) 2대의 소련 수호이(SU-15) 전투기가 KAL기로 다가갔다. 꼬리날개에 항행등(Navigation Light)이 켜져 있었다. KAL이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그러나 비행기 주파수를 이용한 교신도 안됐고 불빛신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겐나디 오시포비치 소령은 “꼬리에 KAL 표시가 있다. 군용기가 아니라 민항기다”라고 지상관제소에 전했다.

“격추하라.”

“내 말을 못알아 듣는군. 민항기다.”

그가 다시 소리쳤다.

그러나 지상의 관제사는 또다시 격추 명령을 내렸다.

수호이전투기(SU-15)가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1일 오전 3시 27분 나리타 관제소와 KAL기의 교신은 두절됐다.

미군은 알래스카 근처 레이더기지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또 사건현장에서 가까운 일본 자위대 와카나이 감청기지가 KAL기를 격추시킨 소련 전투기와 지상 관제사 간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인 오전 3시 29분. 일본 항공자위대 레이더에서 KAL007기는 사라졌다.

일본 자위대원이 이를 나카소네수상의 비서에게 전달하면서 말했다.

“민간항공기가 격추된 것 같아.”

워싱턴으로도 긴급히 소식이 전해졌다. 31일 밤 9시(미동부 표준시)였다.

비무장여객기에 대한 전투기의 요격 및 격추는 사상초유의 사태였다. 비행기는 사할린 인근 모네론섬 인근바다로 추락했다. 269명의 승무원과 승객전원 사망했다.

미국은 소련의 민항기 아에로플로트의 미국내 기착협상을 중단하고 캐나다는 60일간 자국내 착륙금지 조치를 내렸다. 전세계가 소련의 야만적 행위를 규탄하고 있었다.

9월5일 레이건 미대통령은 피해국가들에게 보내는 긴급연설문에서 자국이 확보한 소련방공사령부와 전투기조종사간의 교신음성테이프를 공개했다.

국제 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소련은 결국 사건 발생 8일 만에 KAL기 격추를 인정했다. “항로를 이탈해 소련 영공을 침범한 KAL기가 떠나지 않아 적기가 출현한 것으로 오인했다.”

니콜라이 오가코프 장군은 2시간짜리 기자회견에서 결국 이런 변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제법상 민항기는 영공을 침범해도 발포하지 않도록 돼 있는 상황에서 그의 말은 허공을 맴돌았다.

후일 겐나디 오시포비치소령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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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켜진 두 개의 창문을 봤다. 나는 이것이 민항기라고 생각했다. 군용 화물기는 그런 창문이 없다. 나는 이게 무슨 비행기일까 의아해 했다. 하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할 일이 있었다.”

도대체 KAL007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