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사퇴회견 “백지신탁 이해...”

일반입력 :2013/03/18 17:21    수정: 2013/03/18 17:31

정현정 기자

“중소기업청장직을 수행하려면 제 인생을 걸고 창업해서 지금까지 일궈온 회사의 경영권을 영원히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중기청장이 자신의 회사를 붕괴시키고 고객과 주주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 이러한 철학을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8일 돌연 사퇴를 표명한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직접 사퇴의 변을 밝혔다. 황 내정자는 이날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윤리법과 백지신탁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면서 “이는 전적으로 저의 불찰로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 중소기업인들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는 “청와대에서 내정 소식을 듣고 주식을 1개월 내 처분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한다고 통보받았지만 영원히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백지신탁을 하기 위해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게 되면 회사가 공중분해될 수 있어 사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 윤리규정에 의해서 만들어진 법을 존중하지만 경영권이 있는 주식을 2개월 내에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경제 시장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주식 시장에서 쓰레기 처분하는 식으로 경영권과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고객들과 주주 여러분을 비롯해 지금까지 고생하며 저를 믿고 따라와준 직원들에게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꼼꼼하게 챙기고 챙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법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청장을 수락한데 대해서 실수가 발생했다”면서 “저를 믿고 중소기업와 미래 창조경영을 함께 하자고 믿어주신 대통령께 송구하고 중소기업 여러분들과 목숨을 걸고 하루 생계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소상공인 여러분들께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 제14조 4항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자 또는 금융위원회 소속 4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본인 및 이해관계자 보유주식이 3천만원을 초과할 경우 보유지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한다. 또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금융기관은 이를 60일 내에 처분해야한다.

이해관계자 범위에는 배우자 및 본인의 직계존비속이 포함된다. 황 내정자는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25.45%(약 695억원)를, 부인 김재란씨는 지분 1.78%(약 48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청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지분을 전량 처분하게 되면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27%에 달하는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점도 사의 표명에 배경으로 꼽힌다. 주성엔지니어링 역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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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 출신인 그는 1977년 동양공고를 졸업하고 공업전문대에 재학 중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에 입사해 주경야독을 해가면서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에 편입했다. 이후 1995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하면서 한국에서 불가능에 가까웠던 반도체 전공정 장비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중견기업 반열로 키워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황 내정자는 지난 15일 새 중기청장에 발탁됐지만 내정 3일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는 이후 회사 경영에 온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