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대형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에서 토종 DBMS ‘큐브리드’가 눈부신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큐브리드가 국내 17만여건, 해외 3만6천여건 등 2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넘어서며 외산 자본의 벽을 차츰 허물어가고 있다.
큐브리드는 인터넷 서비스에 최적화된 국내 유일의 무료 DBMS다. NHN이 지난 2008년 32억원에 인수했다.
이처럼 큐브리드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외산 SW들이 유료로 판매하는 엔터프라이즈급 기능(백업, HA, 샤딩, 고성능, 도구)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산 오픈소스인 마이에스큐엘(MySQL·2009년 오라클이 인수)의 경우 엔터프라이즈용은 유료로 판매되고 있고 서비스 확장 시 비용이 추가 발생된다.
특히 단순히 프리웨어(무료 소프트웨어)로 풀거나 소스코드를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소스코드 수정은 물론 재배포 권리도 함께 보장 받는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채택하는 등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지난 2008년부터 큐브리드를 적용해온 언어과학의 조연웅 개발팀장은 “과거 비용적인 문제로 MySQL을 도입했었지만 MySQL 개발사가 오라클에 인수되면서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불안감과 국내 기술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계속 이어졌다”며 “특히 기술지원 비용이 적잖은 부담이 돼 오픈소스 기반의 DBMS를 찾다가 큐브리드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이 중소기업들이 큐브리드를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네이버 서비스를 통해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것도 한 몫했다. NHN 내에서도 네이버 서버 모니터링 시스템·메일·캘린더·주소록 등의 도구형 서비스, N드라이브·사전 등 전체 서비스의 50% 이상이 이미 큐브리드로 대체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외산 SW 선호 의식이 팽배했던 정부통합전산센터·외교통상부·국방부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속속 큐브리드 진영으로 옮겨오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큐브리드는 해외 주요 SW 관련 컨퍼런스에서까지 주목받고 있다. 내달 열리는 ‘더 페르코나 라이브 마이에스큐엘 컨퍼런스 엑스포(The percona Live MySQL Conference Expo)’에 초청된 것. 적진에 들어가 기술력을 자랑하게 된 셈이다.
■진은숙 NHN 서비스플랫폼개발센터장 인터뷰-“수많은 시행착오, 그럼에도 국산 시스템SW 경쟁력 키우기 위한 도전과 장기적 투자한 것”
“큐브리드 인수 이후 지난 몇 년은 네이버 스스로 테스터가 돼 척박한 국내 SW시장을 지켜낸 시간이었죠.”
진은숙 NHN 서비스플랫폼개발센터장은 큐브리드 도입 이후 지난 5년을 이렇게 정리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걸핏하면 발생하는 오류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절반은 온 것 같다”고도 했다.
진 센터장은 KT 공채 출신으로 입사 이후 13년 동안 DBMS엔진 개발에만 매달려오다 2006년 NHN으로 자리를 옮겼다. NHN이 큐브리드를 인수한 건 2008년이지만 국내 기업으로서 국산 DBMS를 써야 한다는 일념 하에 큐브리드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바로 2006년이다.
그는 “당시 경영진들은 외산 SW 종속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NHN은 네이버라는 포털 서비스와 게임 등의 콘텐츠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가지고 있지만 그 기반이 되는 플랫폼 기술에선 뒤쳐져 있어 외산 SW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진 센터장은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맹점은 한번 깔아놓으면 다시 뒤집기 어렵다는 종속성이 생겨 버리는 것”이라며 “최근에도 외산 SW업체로부터 라이선스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NHN과 같은 대기업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고 말했다.
큐브리드 인수는 원천기술 확보라는 차원에서 결정한 투자였다. 그는 “큐브리드가 수익사업 모델이 아님에도 경영진들이 인수 이후에도 연간 4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온 것은 외산 DBMS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전사적 의지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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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리드를 오픈소스로 개방한 것은 큐브리드를 쓰는 사람들과 파트너 업체가 많아질 수록 SW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플랫폼은 20%의 개발 노력과 80%의 사용자 피드백이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진 센터장은 큐브리드가 우리나라 SW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쪽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IT강국이 되기 위해선 큐브리드와 같은 국산 DBMS가 꼭 성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