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을 나는 그림...TV의 발명⑪탄생의 순간

일반입력 :2013/02/07 06:00    수정: 2014/05/23 17:48

이재구 기자

13■TV문명의 탄생 순간 ...샌프란시스코 그린 스트리트 202번지

판즈워스의 삶의 속도는 급가속되고 있었다. 그와 아내 펨은 챈들러에 자신들의 모든 소지품을 싣고 석양빛에 물든 안경(Rose Colored Glasses)을 부르며 서부해안을 향해 달렸다.

펨의 오빠 클리프 가드너는 오레곤에 있다가 판즈워스와 펨이 TV발명을 지원할 후원자를 찾았다는 전보를 받고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1926년 9월 당대의 인기복서 뎀프시가 터니와 한창 복싱매치를 벌이던 날 밤이었다. 필과 펨은 은행가들이 마련해준 돈을 가지고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만을 건너 버클리로 향했다. 은행가들이 마련해 준 돈의 절반을 들여 입주하기로 한 곳은 그린스트리트202번지였다.

판즈워스는 이 곳에 도착하는 순간 이 건물이 자신이 발명하게 될 텔레비전의 탄생지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이 건물 2층을 세팅해 자신의 새로운 연구실로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클리프 가드너는 공식적으로 속이 빈 긴 유리봉으로 초창기 브라운관을 불어 만들어 내는 책임자가 됐다. 고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의 작업은 이전까지는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엘렌마이어(Erlenmeyer)플라스크, 즉 원통뿔의 끝에 수직으로 관이 꽂힌 형태의 작은 진공관(브라운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가 만들 유리관은 장차 오실라이트라는 인류 최초의 TV브라운관이 될 것이었다.

1927년 1월 7일. 판즈워스는 자신의 TV시스템에 대한 최종 계획을 마치고 자세한 그림을 그리고 나서 자신이 만든 발명품으로는 최초의 특허출원을 했다. 그리고 이들 출원서는 작동할 수 있는 기기의 발명에 대해 공개하고 있었다. 이 날은 텔레비전의 아이디어가 공식적으로 구체화된 날이었다.

하지만 이 출원서에 대한 특허를 주는 조건에는 전제가 따라 붙었다.

“구체적인 고안품이 나와서 작동하거나, 실용적일 될 때(reduced to practice)특허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미특허청은 1930년에야 판즈워스에게 최초의 특허를 부여했다.

몇 달 후 클리프는 유리전구처럼 뜨거운 유리를 불어서 필의 새로운 고안품을 만드는 기본적인 기술을 마스터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전자식 텔레비전 카메라용 진공관(이미지 디섹터와 오실라이트)을 만들기 시작했다. 판즈워스는 이미지를 촬영하는 관(촬상관)을 '이미지(像)를 잘게 분해해 전송하는 진공관'이라는 의미로 해상관(解像管), 즉 이미지 디섹터(Image Dissector)라고 불렀다. 또 수신관을 오실라이트(Oscilite)로 불렀다.

실제로 이 진공관 변형 유리관인 브라운관은 동영상의 각 이미지를 한번에 한줄의 개별요소(individual elements), 즉 개개의 주사선으로 잘개 쪼개어 맥박치는 전류로 만들어주었다.

이 마법같은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광전(photo-electric)효과를 갖는 표면을 만들기 위해 사용됐고 이 물질은 매우 희귀한 세슘이었다.

이들이 충분한 세슘을 얻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공관에서 모든 가스를 제거한 후 남아있는 가스를 흡수토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작은 세슘덩어리를 사용하고 있는 라디오 진공관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진공관 안에 있는 세슘을 모으면 될거야.

이들은 시장에서 멀쩡한 진공관을 사다가 이들을 부수어서 세슘을 얻을 수 밖에 없었다.

필은 TV카메라용 전파수신을 위한 진공관을 만들기위해 필은 원뿔형 유리통 꼭대기 위로 속이 빈 가는 기둥이 삐어져 나온 플라스크를 사용하고 싶어했다.

그가 사용한 세계최초의 전자식TV용 화상관(Picture Tube)은 고등학교때 화학시간에 배웠던 에렌마이어 플라스크형태의 것이었다. 그는 이 수신용 TV진공관 이름을 이미지 오실라이트(Image Oscillite)라고 이름붙였다.

1927년. 이들은 이 기본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 이미지를 TV카메라로 보내 수신기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 시작했다.

초기 테스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수신용 브라운관인 이미지 오실라이트는 전류가 음극선관(CRT 브라운관)을 통과할 때 약간 밝게 빛났을 뿐이었다.

마침내 이 해 9월 7일. 개선을 거듭한 후 자신감을 얻은 판즈워스는 시스템을 다시 한번 테스트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자신의 '날아다니는 영상'이 전송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지 에버슨과 펨을 연구실로 불러 들였다.

이날의 시험을 위해 판즈워스는 유리 슬라이드 판에 두꺼운 흰직선으로 칠을 했다.

세계 전자TV역사의 첫장을 여는 실험치곤 다소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었다. 하지만 판즈워스에게는 '이 가장 단순한 실험의 성공'이 정말 절실했다.

수신기 브라운관에서 수직 또는 수평으로 된 이 굵은 선을 볼 수 있다면 이미지가 전송됐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그는 이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또다른 방에서 클리프 가드너가 이미지디섹터카메라와 뜨겁고 밝은 탄소아크 램프사이에다 희고 굵은 선을 그린 유리슬라이드판을 놓았다.

그 순간 다른 방에 있던 필,펨 그리고 조지 에버슨 세사람이 수신관의 전면이 반짝이면서 한순간 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탄성을 질렀다.

보인다.

시스템이 안정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곧바른 직선 이미지가 판즈워스가 만든 원추형 플라스크를 닮은 마술같은 진공관의 가장 넓은 앞부분에 뜬 대담하게 깜빡거림을 보았다. 그들은 전자의 흐름이 전송해 낸 기괴하면서도 번쩍이는 색이 진공관(오실라이트)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리프가 흰색칠을 한 유리슬라이드를 이미지디섹터로 된 TV카메라 앞에서 천천히 흔들었다. 그러자 옆방에 있던 사람들은 오실라이트 수신관으로 된 TV수상기 화면에 그 이미지가 따라 움직이는 것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TV수신용 브라운관인 이미지 오실라이트는 이날 이들에게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유리관을 통해 ‘움직이는 이미지가 공중을 통해 한 장소에서 다른 쪽으로 전송되고 있음’을 명확히 깨닫게 해 주었다.

이날 저녁 파일로 판즈워스는 하나의 단순한 과학적 설명을 자신의 실험노트에 적으면서 진정한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림(동영상)의 도래를 알렸다.

“이번에는 수신된 선의 사진이 뚜렷했다.

마침내 TV로 대변되는 정보시대가 열렸다.

이를 확인하는 자리에 있던 조지 에버슨은 LA에 있는 레스 고렐에게 전보를 치면서 아주 간결하게 이를 요약해 보냈다.

“그게 돼!(The damned thing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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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엔지니어 콘스탄틴 페르스키(Constantin Perskyi)가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제 1회 국제전기총회(International Congress of Electricity)에서 텔레비전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이래 27년만에 진정한 TV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1927년 가을. 파일로 판즈워스와 그의 친구들은 인류 최초로 번쩍이는 전자식 TV를 본 사람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