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업체의 혁신...CES를 점령하다

일반입력 :2013/01/10 21:48    수정: 2013/01/11 08:13

정현정 기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 출현해 새로운 모바일 기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고 혁신적인 모바일 부품과 솔루션이 그 변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3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던진 화두다. 새로운 모바일기기의 출현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부품과 솔루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CES에서는 상상에서만 존재했던 차세대 제품들의 현실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소개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부품은 올해 모바일 기기와 TV 등 가전 기기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모바일의 위상 변화가 느껴졌다. 데이터 처리속도는 높이면서 전력소비량은 낮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신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우남성 사장의 기조연설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대 CES에서 삼성전자 진대제 전사장, 윤부근 사장 등이 연사로 나선 적은 있지만 부품 분야 경영진이 연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최초다. CES 오프닝 기조 연설을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맡은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한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자리매김 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차세대 기술 경쟁이 한창이다. 공식 개막에 하루 앞서 초고해상도(UHD·4K)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깜짝 공개한 일본 소니를 시작으로 국내외 업체들이 초고해상도, 차세대 진화한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커브드) OLED TV를 나란히 선보이며 일본과 중국 업체들을 압도하는 기술경쟁력을 뽐냈다.

■스마트폰 성능은 UP 전력소비는 반으로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고성능과 더불어 저전력 경쟁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ARM의 코어텍스A15와 코어텍스A7를 혼합한 빅리틀 기술을 바탕으로 저전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경쟁이 예고됐다. 쿼드코어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제조사들은 배터리 성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성능과 전력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신기술이 화두가 됐다.

올해 CES에서 퀄컴,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 주요 제조사들은 고성능과 저전력 기술에 방점을 찍은 차세대 고성능 AP 신제품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 제품들은 ARM의 빅리틀 기술을 기반으로 28나노 하이케이메탈케이트(HKMG) 미세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전시회 개막 전인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간담회에서 ARM 코어텍스 A15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된 쿼드코어 ‘테그라4’를 선보였다. 72개의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를 장착해 풀HD를 넘어 4K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을 정도의 그래픽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2세대 배터리 세이버 코어와 CP(Computational Photography) 아키텍처가 적용돼 보다 저전력으로 향상된 성능을 구현한다. 테그라4는 일반 용도의 경우 기존 테그라3 대비 전력소비를 최대 45%까지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상에서 HD 동영상을 최대 14시간 동안 재생 가능한 수준이다.

세계 AP 시장 1위인 퀄컴은 지난 7일(현지시간) 차세대 프리미엄 모바일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AP 600과 800 시리즈를 발표했다. 두 모델 모두 기존 스냅드래곤S4 보다 향상된 성능과 전력효율을 자랑한다.

스냅드래곤 800은 하이엔드 모바일 기기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기존 퀄컴 스냅드래곤S4 프로 프로세서보다 최대 75%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스냅드래곤 600은 기존 스냅드래곤 S4 프로 프로세서보다 최대 40% 향상된 성능을 보다 낮은 전력소모로 제공하도록 개발됐다.

삼성전자는 9일(현지시간) 기조연설에서 8개 코어를 집적한 옥타코어(Octa-Core, 8개의 코어) 모바일 AP 엑시노스5 옥타를 최초로 공개했다. 엑시노스5 옥타는 암(ARM)의 최신 저전력 설계구조인 빅리틀을 적용해 뛰어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저소비전력을 구현한 제품이다.

빅리틀은 ARM 코어텍스A15와 코어텍스A7을 혼용해 모바일 기기에서 3D 게임 등과 같이 고사양이 필요할 때는 4개의 고성능 코어텍스A15 코어가, 웹서핑이나 이메일 등 저사양 작업에는 4개의 저전력 코어텍스A7 코어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초대형-고화질-유연 디스플레이 봇물

올해 CES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장이 됐다. 당초 예고됐던 대로 다양한 크기의 초고해상도(UHD) TV 제품이 전시됐으며 OLED는 4K급 해상도에 곡면(커브드) 및 플렉서블 디자인까지 발전됐다.

경쟁에 포문은 일본 소니가 열었다. 소니는 CES 공식 개막일 하루 전인 7일 오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세계 최대 크기와 최고 해상도를 자랑하는 56인치 UHD OLED TV를 깜짝 공개했다. 이 제품은 그 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였던 55인치 OLED TV 보다 1인치 크고 화질도 4배 가량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양끝이 오목하게 휘어진 곡면 OLED TV를 나란히 깜짝 전시하면서 일본과 중국 업체들의 허를 질렀다. 올해 CES에서 국내업체들이 특별한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양사가 선보인 곡면 OLED TV는 화면 가장자리가 오목한 형태로 휘어있어 마치 대형 아이맥스(IMAX)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에 내놓겠다”고 발표하자 LG전자는 “경쟁사보다 먼저 내놓을 것”이라고 응수하면서 올해 TV 시장에서 OLED TV에 이은 곡면TV 전쟁을 예고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이 화제다. 삼성전자는 유연하게 휘어지는 형태의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윰(YOUM)’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이 제품은 유리 기판 대시 플라스틱 소재를 채택해 접었다 피거나 360도로 구부려도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이밖에 샤프는 85인치 8K TV로 기존 풀HD보다 8배 이상 화질이 선명한 TV를 공개했고 하이센스, TCL 등 중국 업체들은 110인치 UHD TV를 공개하며 한국을 맹추격했다. 하이얼과 창홍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85인치 UHD TV를 전시하며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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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서 공개된 기술들이 대부분 차세대 기기에 적용될 미래 기술로 오랫동안 업계의 관심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우남성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디스플레이는 소비자가 모바일기기를 구동하기 위해 직접 접촉하는 부품으로 디스플레이의 진화가 인간과 모바일 기기 간 소통 방식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 삶의 방식까지 변화시킬 것”이라며 “혁신적인 부품과 솔루션이 상상과 가능성에 남아있던 영역을 현실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