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개인용 기기 영역에 있어서 우리는 오픈소스 운영체제 세상에 살고 있다. 스마트 기기가 유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개인용 기기 영역에서 리눅스는 미래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러던 것이 스마트폰, 태블릿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는 리눅스에 뿌리를 둔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리눅스 기반 오픈소스 플랫폼들은 호기심 많은 이들에 의해 점점 더 우리 일상으로 파고 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파급력을 생각해 보면 리눅스는 현재 전세계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운영체제가 아닐까 예상해 본다.
■큐비보드와 라즈베리파이의 매력
필자는 최근에 큐비보드를 구매했다. 원래는 라즈베리파이를 사려했는데, 성능 면에서 조금 더 나은 큐비보드로 마음을 돌렸다. 큐비보드와 라즈베리파이는 PCB 기판에 이런 저런 칩과 인터페이스가 달려있는 ARM 코어 기반 보드이다. 이 보드를 가지고 무엇을 하나?
필자의 경우 집에 있는 동영상을 재생하는 거실용 PC를 대체하기 위해서 구매하였다. 앙증맞게 작고 전기도 덜 먹는다. 그리고 TV의 USB 포트에 전원을 연결해 두면 TV를 켜고 끌 때 자동으로 함께 동작하게도 할 수 있다. 리눅스에 XBMC를 설치하고 블루투스 동글을 달고 마우스 대신 무선으로 조정이 가능한 위리모트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프트웨어적으로 궁합이 잘 맞지 않아 이것저것 시행 착오를 많이 겪고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기기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매력은 상당하다. 큐비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필자는 조립 PC 시절이 떠올랐다.
■조립 PC 시절의 추억
PC 시장이 급성장 한 이유 중 하나는 표준화를 통해 저렴한 IBM 클론 PC가 마구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놀 수 있는 저렴한 하드웨어가 흔해지면서 자신만의 조립 PC 또는 서버를 앞에 놓고 리눅스를 올려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다양한 기기 및 장비 영역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제품으로 탄생했다.
이제는 PC가 가전제품화 되어 조립 PC보다는 예쁘게 포장된 일체형 PC나 노트북으로 시장의 발전 방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추이를 놓고 보면 특정 영역의 시장은 사라지지만 발전 패턴은 유행처럼 돌고 도는 게 아닌 가 싶다.
똑같지는 않지만 최근 스마트 기기 시장을 통해서 과거 초기 PC 시장 때와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루팅 기법과 튜닝이 성행해 왔다. 심지어 조립형 스마트폰이 나왔으면 바라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폐쇄된 환경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물건을 가질 수 있는 개방된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립형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기는 힘들겠지만 조그만 DIY형 기기를 만들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이는 스마트폰의 급성장에 힘입어 고사양의 저렴한 ARM 기반의 보드가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무료로 배포되는 리눅스가 그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또 다른 형태의 조립 기기 시장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큐비보드와 라즈베리파이와 같은 보드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보드들은 확장이 가능하도록 USB 포트와 GPIO 등을 내장하고 있어 원한다면 다양한 형태로 자신만의 기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하드웨어적 자유와 함께 리눅스에 올릴 수 있는 수많은 패키지들을 생각해 보면, 예전의 조립 PC 때와 같이 자신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이전에 없던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DIY를 한번쯤 시도해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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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상상력의 나래를 펴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 볼 수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누구에게나 창조의 기회가 주어진 이 시기를 맞아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소프트웨어 패키지나 소스 코드 그리고 주변의 기기들을 엮어갈 수 있는 능력 즉 상상력이 많이 중요해 진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패키지들이 깔끔하게 블록처럼 맞아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잘 맞는 짝을 찾아 갈고 다듬어 정 안되면 접착제를 써서라도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능력보다 열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2013년 새해가 시작된다. 누구나 한가지씩은 계획을 생각해 본다. 물론 한 두 달 지나면 희미해져 버리지만 말이다. 자신이 재미있고 유익할 만한 DIY 기기를 만드는 것을 올해의 취미로 계획해 보면 어떨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