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한 치킨배달점에서 처음으로 파닭을 시켜 먹은 뒤 일주일이 지나 또 한번 배달을 주문 전화를 했다. 그런데 배달점에서는 이미 그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고 있었다.
#동네에 새로 개업한 미용실에 방문한 B씨는 사은품을 준다는 말에 고객기록카드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를 적었다. 며칠 지나 B씨는 헤어펌을 50% 할인해 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C씨는 무료 커피 교환권을 준다는 말에 한 포털사이트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와 거주지 주소를 입력했다. 다음 날 그는 보험회사로부터 새로 나온 보장성 보험을 추천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된 뒤에도 이 같은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했다며 해당 회사를 고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위 사례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개인정보에 대한 정확한 법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고소를 남발하겠다는 등의 대응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보안업계 및 법조계 전문가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상 소매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습득 사례는 사용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만큼 '민감한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법에 위배되는 않는다.
다만 인터넷 상에 주민등록번호는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포털, 게임, 쇼핑몰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은 내년 2월부터 인터넷 상 주민등록번호를 신규로 수집하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테크앤로 구태언 변호사는 개인정보는 확정된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라며 음식배달점 등 소매점에서 배달을 위해 고객들의 휴대폰 번호와 주소 등을 저장하는 정도로는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름, 휴대폰 번호 등이 금융정보 탈취와 같은 쪽으로 악용되지 않고, 단순히 고객들을 분류하고 빠른 업무처리를 위한 것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C씨의 사례에서는 당사자가 제3자 정보제공에 동의했을 경우에만 합법이다. 예를 들어 옥션이나 지마켓 등에서 1만원 할인 쿠폰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제 3자에 대한 정보제공에 동의하면 이는 합법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쿠폰 제공 사업자에게 판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정보이용권한을 갖게 된 쿠폰 제공 사업자는 다시 보험회사에 이 정보를 더 비싼 값에 판매한다. 자신의 정보가 보험회사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려면 개인이 이 같은 안내 사항을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 상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도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본인들의 마케팅 수단 이외의 분야에 사용한다면 이는 처벌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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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안전정책팀 오용석 팀장은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 사이에는 아직까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이에 대한 안전성 확보조치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KISA측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공동으로 연초부터 중소기업중앙회, 한국학원총연합회, 대한약사회, 대한미용사회, 한국일반여행업협회 등을 대상으로 자율규제를 위한 협조를 요청해왔다. 또한 직접 방문해 개인정보보호법 내용에 대해 알리는 작업을 수행했다.
결국 개인정보를 수집한다고 해도 본인이 명확하게 이를 인지를 했으면 법 상 문제가 없다. 다만 앞으로 사용자들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되며, 제 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내용 등을 고지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