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세대갈등’이 온라인서 불붙고 있다. 이전까지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의 정치 대립이 진보-보수의 구도로 드러났던 것과 달라진 양상이다.
지난 2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누리꾼은 “우리나라 노인분들께서 가시고 계신 복지에 대한 개념이란 빨갱이와 같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분들께서는 국민 복지에 대해 꽤나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시니 서울 등 대도시와 천안 일부 지역 노인들이 즐겨 이용하시는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전면 폐지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몰표를 몰아준 노년층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반감을 가지고 이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게시글은 24일 오전 10시 현재 당초 서명목표인 8천888명을 훌쩍 넘긴 1만134명이 서명했다. 이후 같은 내용의 청원도 줄을 이었다.
“기초 노령 연금제도 폐지를 원합니다”라는 서명 제안도 올라 왔다. 이 글에는 “투표에서 보듯이 노인들은 다들 살 만한 재력가임이 분명하다”며 “복지는 포플리즘이라고 하는 분들에게 그 혜택을 거둬들여야 할 때가 왔다”고 쓰였다.
현재 여기에는 “버스·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자리 양보할 필요 없다”는 덧글까지 달리는 등 달궈진 온라인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자 “현대판 고려장이 따로 없다”는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자신을 50대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eyt***)은 “이 나라 복지 세금은 50~60대가 거의 부담하고 있다. 누가 누구에게 신세지고 있는가”고 비꼬았다.
주말 사이 SNS에는 진보진영의 패배에 대한 허탈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젊은 지식인과 유권자들의 글도 끊이지 않았다. 이들의 글은 비단 노인층만이 아니라 보수 성향을 지닌 같은 세대에 대한 공격성까지 띄고 있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친한 친구로부터 ‘트위터 블럭(차단)’을 당했다”, “페이스북 들어가기 무섭다” 등의 글들도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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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대간 이념 갈등이 계속해서 극단적으로 치닫자 “어느 쪽이든 한 쪽에 대한 일방적 비난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shan***)는 “진보개혁진영 외연을 넓히기 위해선 5060을 비난만 해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런 온라인 여론 움직임을 단순히 세대갈등의 프레임에만 가둬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누리꾼(leno***)은 “20대들의 어르신들 무임승차 거부운동은 정말 그 승차권을 뺏기위함이 아니다. 세대갈등이라 표면적 해석만 해선 안된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ite***)은 “고령화 사회에서 세대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여기에 매몰되서는 진정한 국민통합 시대를 열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