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력위기가 고조되며 데이터센터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추가절전이 요구되는데다, 365일 가동해야 하는 데이터센터를 순환정전에 따라 중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단시간 내 절전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고민을 더 깊게 한다.
최근 영광 원전 3호기마저 가동을 멈추면서 겨울철 전력대란이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제2의 블랙아웃(전국단위 정전사태)'을 막기 위해 고강도의 절전대책을 내놓으며 산업계의 동참을 강제했다.
정부는 7기의 원전이 가동을 멈춤에 따라 1~2월 예비전력이 30만kW대 미만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전국적인 정전사태 재발도 우려되는 상황. 이에 전국적 순환정전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절전대책은 산업계 전력소비 의무감축과 예고제 확대, 선택형 피크 요금제, 강제단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320만kW 가량의 전력수요를 감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3천k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6천여개 사업장에 대해 3~10% 절전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170만kW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 '발등에 불' 데이터센터...IT서비스 중단되나?
국내 데이터센터의 연간 소비전력은 100억Kwh를 훌쩍 넘는다. 전체 산업용 전기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양이다.
서버 등 인프라 장비를 가동하는 전력뿐 아니라 장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각에 사용된다. 냉각과 UPS 전력 소비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더구나 국내 데이터센터 대부분은 전력소비량이 계절에 따라 변동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철에도 실내 장비 냉각을 위해 냉각장비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정부 방침에 데이터센터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절전을 위한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당장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를 줄이는 방법은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장비의 전원장치를 직류(DC)로 바꾸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기도 더 뜨거워져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냉각장비 추가 가동이 필요해진다.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 가동 중단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순환정전이 실행될 경우도 문제다. 국내 데이터센터 80%가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 순환정전 시 최악의 경우 데이터센터 가동 중단에 따른 IT서비스 중단사태까지 예상된다.
■'특별한 조치 없다'...안일한 대처 비난
반면 데이터센터업계의 안일한 대처도 비판의 대상이다. 정부의 절전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절전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인상에 따른 전력소비 절감대책에 대해 데이터센터업체들은 고객사에 전기요금인상분을 전가하며 절전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에 인색했다.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조치가 필요했지만, 투자를 차일피일 미루다 현 상황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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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든 기업이 IT시스템과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IT체계가 멈추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 대책이 어려운 일이라 해도 블랙아웃이 발생했을 때 피해는 더 크기 때문에 절전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