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슬러 HP 부사장 "매출보단 수익"

일반입력 :2012/11/14 16:57    수정: 2012/11/14 17:02

남혜현 기자

서울로 출장 간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싸이를 만나 사인 받아달라고 흥분하더군요

14일 디온 와이슬러 HP 프린팅퍼스널(PPS)그룹 아태·일본 지역 총괄 부사장이 한국을 찾았다. 아태지역 6개국 1천여개 협력사를 상대로 연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수영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던 그는 '강남스타일'을 이야기 하며 한국 사람들이 더 많이 알려졌다고 반가워했다.

와이슬러 부사장을 이날 오후 타임스퀘어 코트야드 메리어트에서 만났다. 이 자리엔 온정호 한국HP 부사장이 동석했다. 레노버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HP가 가야할 길을 와이슬러 부사장에 물었다. HP에 합류하기 전, 그는 레노버에서 일했다.

레노버가 중국 시장에서 잘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HP PC 사업부문이 어려워졌다고 하는건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수치를 보면, HP PC 출하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전체적으로 PC 시장 자체가 축소하긴 했어도 HP 위치가 낮아진 것은 아닙니다

HP 입장에서 레노버 성장은 달갑지 않다. 신흥국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서 PC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줄어드는데, 레노버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무섭게 성장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레노버가 유사한 성능의 PC를 HP보다 저렴하게 내놓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본다.

와이슬러 부사장은 레노버의 성장은 인정하면서도, HP의 수익성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돈을 벌지 못하면 소용 없다는 논리다. HP가 인텔 기반 PC 회사로선 가장 수익성이 좋다는 점을 앞세웠다. 점유율을 올리려 단기간에 경쟁사보다 가격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온 부사장도 말을 보탰다. 그는 타사의 가격 움직임을 유심히 보고 있지만, 굳이 HP가 레노버의 가격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며 경쟁사 가격보다는 HP 제품 가치가 고객들에 인정 받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레노버에는 없는 것, 즉 PC와 프린터를 연계하는 통합 솔루션을 HP의 강점으로 꼽았다. 오전에 열린 유통 협력사 간담회에서도 강조한 부분이다. PC와 프린터 조직을 통합한 만큼, 효율적으로 소비자 요구에 맞도록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통합,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시장 접근법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최근 HP가 조직 통폐합과 강도높은 체질 개선에 나선 가운데 한국HP도 사옥을 매각하고 인력을 줄이는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지원이 대폭 줄어든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터였다.

이와 관련해 와이슬러 부사장은 HP가 부동산 개발 회사가 아닌만큼 메시지를 오해하지 말아달라며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투자 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부동산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 선을 그었다.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순 있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성숙시장으로 분류되면서 지사를 이에 맞는 규모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달리 말해 한국 시장에 대한 본사 차원의 자본 투입이 줄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대신 중국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는 암시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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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 시장엔 기존보다 출시하는 제품 가짓 수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자본 투자는 줄었지만 소비자 선택 폭은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기존엔 한국서 출시하지 않았던 제품들, 예컨대 태블릿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나 프린팅 솔루션 등을 계속해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와이슬러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 예전에 가져올 수 없었던 제품을 이제는 들여와 보여줄 수 있다라며 한국 시장서 제품을 늘리는 것을 주목해 달라. 폭 넓은 영역의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한국만을 위한 프린팅 시스템도 열심히 준비 중이다. 혁신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