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기업' 지금은 뭐할까?

일반입력 :2012/10/25 14:15

남혜현 기자

상반기 아이스테이션 상장폐지는 IT중소기업들에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한때 국내 PMP 시장을 70%까지 차지했으나, 스마트폰으로 세대 교체 바람을 이기지 못했고 대기업과 경쟁에서 밀리며 사업을 접은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테이션 모기업인 케이디씨그룹은 일반 소비자(B2C)를 대상으로 하는 단말기 사업 대신 IT인프라와 3D 솔루션 등 기업(B2B) 제품에 집중하다는 전략을 세웠다. 여러 방향으로 펼쳐졌던 사업도 수익이 나는 6개 부문으로 줄이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케이디씨그룹 관계자는 출혈이 심해 사실상 B2C 사업은 안하기로 했다며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중소기업이 50억원을 마케팅비에 투자하면, 대기업은 500억원을 투입한다. 연구개발 인력도 부족해 대기업과 경쟁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IT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곳이 코원과 아이리버다. MP3플레이어와 PMP로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난 2010년 이후 지속적인 순익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제품 품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PMP와 MP3플레이어 시장 자체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코원과 아이리버의 경우 사업 방향을 재편하면서 재기를 노린다. 먼저 가장 크게 외형을 바꾼 기업은 코원이다. 코원은 최근 배우 엄태웅을 자사 블랙박스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기업 이미지 재정립에 나섰다.

코원이 찾은 타개책은 블랙박스다. 업계가 바라보는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3천억원 규모. 코원은 상반기 블랙박스로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제품이 예정된 하반기엔 10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블랙박스에도 PMP 등 IT 부문서 쌓아온 기술을 접목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그간 PMP 중심으로 꾸려졌던 조직도 블랙박스 위주로 재편했다. 제품의 경우, 8월 출시한 2채널 블랙박스 'AD1'를 시작으로 자체 보유한 기술을 채택한 신제품을 계속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코원 관계자는 블랙박스로 힘을 줘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한다라며 10월 이후 경쟁력 있는 블랙박스 제품을 내놔 적극적으로 마케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리버는 MP3플레이어에서 줄어든 매출을 사업 다각화로 되찾는다는 방침이다. 교보문고와 손잡고 e잉크 전자책 단말기인 스토리K를 개발하고, 어린이 교육용 로봇인 키봇을 KT에 납품하는 것도 B2B로 전환을 꾀한 결과물이다.

이 회사 상반기 매출도 전자책 단말기와 키봇이 속한 네트워크 사업군이 가장 컸다. 새 사업군 매출 증가에 힘입어 아이리버는 지난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539억4천만원, 영업익은 11억3천만원으로 2분기 연속 수익을 내며 연간 흑자전환에 한발짝 다가섰다.

장점을 가진 MP3플레이어의 경우, 마스터 퀄리티 사운드(MQS)까지 재생이 가능한 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어 '아스텔앤컨'을 선보이며 타 기업과 차별성을 보였다. 100~200MB의 고해상도 원음 음악 파일을 재생해주는 기기로, MP3 부문에 쌓인 노하우를 소비자들에 선보였다는 의미가 크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더 이상 MP3플레이어나 PMP를 주력으로 보긴 어렵다며 IT 시장 자체가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우선 순위 삼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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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업체 모두 아직까지 신사업 매출이 큰 편은 아니다. PMP가 잘 나가던 시절 코원은 분기 매출만 400억원을 기록했다. 아이리버도 MP3플레이어로 소니를 굴복시켰던 달콤한 기억을 가슴에 묻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탄탄히 성장해야 국내 IT시장도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들도 바뀐 상황에 발맞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