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업계에선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야후코리아가 지사 철수에 대비해 국내 데이터센터를 미국으로 통합 이전할 예정이라는 설이었다. 하지만 야후코리아는 얼마 전까지도 디지털 영화를 독점 공개하는 이벤트를 열거나 대선특집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야후는 19일 한국 사업을 전격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일환의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본사에서 갑자기 통보했다”며 “연말까지 사무실과 인력을 모두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닷컴 열풍’ 이끌던 야후, 아디오스
야후코리아도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검색 시장의 왕좌 자리는 야후코리아 차지였다. 검색은 물론 로컬 광고, 이메일 등 지금의 국내 포털사이트 골격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들은 모두 야후가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야후코리아는 2002년 한국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더불어 ‘지식 검색’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들고 나온 네이버에 자리를 빼앗기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른다. 최근까지 야후코리아는 0.25%라는 검색 시장 점유율을 근근히 유지했다.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야후는 90년대 초창기 ‘닷컴’ 붐을 이끈 주역이지만 구글에게 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이후 등장한 페이스북 등에 완전히 밀리면서 퇴물 취급을 받고 있다. 현재 2천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구글 출신 신임 여사장을 영입하는 등 쇄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진통은 여전하다.
■포털업계 부익부 빈익빈…네이버 천하?
야후의 한국 철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 인터넷 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현재 국내 포털은 네이버 다음의 ‘1강1중’ 구도로 평가된다. 3위 포털사업자인 SK커뮤니케이션즈도 최근 인력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7월에는 KTH가 포털 ‘파란’ 사업을 접었고, 지난해에는 원조 커뮤니티 포털 ‘프리챌’이 파산했다. 이제는 추억의 뒤편으로 사라진 ‘엠파스’와 ‘네티앙’도 각각 다른 서비스에 흡수되거나 폐업한지 오래다.
업계에선 머잖아 ‘네이버 1강체제’가 굳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9월 기준으로 네이버의 국내 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30.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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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야후코리아 지사 철수도 네이버의 독주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년째 야후코리아의 적자를 메워왔던 오버추어코리아가 지난 2010년 네이버와 결별한 이후 맥을 못추리면서 한국 광고 시장에서 완전히 입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NHN비즈니스플랫폼을 통해 독자적으로 검색 광고 영업에 뛰어든 이후 이 시장을 거의 독식해오다시피 했다.
국내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지금 포털 시장은 네이버 천하“라며 “네이버가 모바일 시장까지 빠르게 점유하면서 다른 사업자들은 시장에 설 기회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