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술로 자연계에 있는 주름 만든다?

일반입력 :2012/10/04 12:27    수정: 2012/10/04 13:25

송주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로마신화에 나오는 야누스의 두 얼굴에서 착안한 고분자 나노벽을 구현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주름을 모방하는데 성공했다.

4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 차국헌 교수(54세), 서강대 이원보 교수(39세), 서울과학기술대 윤현식 교수(39세)의 연구가 재료 및 응용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지 최신호(9월 11일자)에 내부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자연계에는 피부 노화로 인한 주름 등 여러 종류의 주름이 존재한다. 피부는 부드러운 내피와 상대적으로 단단한 표피로 구성된 적층구조로 이뤄졌다. 표면주름은 여러 개로 적층된 구조에서 그 중 어느 한 층이 극도로 빠른 팽창(또는 수축)이 일어날 때 그 불안정성으로 나타나는 구조다. 필름이 아주 얇을 경우(박막) 표면적이 증가 될 때도 주름이 생긴다. 김치가 대표적이다. 배춧잎은 가운데 부분이 두껍고 단단하지만 가장자리 부분은 유연하며 얇고 많은 주름이 잡혀 있다. 주름현상은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구겨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또는 소자)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지금까지 박막의 주름연구는 막의 두께가 매우 얇은 경우(예, 나노크기) 단단한 기판 위에 붙어있지 않으면 이것을 자유자재로 다루기에 매우 힘들었다.

원하는 조건에서 마음대로 생기는 주름의 크기와 높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주름의 메커니즘도 복잡하여 주름을 직접 만들거나 이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연구팀은 얇은 막 위에 주름을 만들기 위해 반도체 공정으로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얇은 벽(Nanowalls)을 제작했다. 이 틀을 이용해 바닥에 고정시킨 고분자 나노벽(100~300나노미터 폭, 1.5마이크로미터 이상 높이)을 구축했다.

고분자 나노벽의 한 쪽에만 알루미늄을 코팅해 ‘야누스 나노벽(Janus Nanowalls)’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알루미늄과 고분자의 반응으로 부피팽창이 일어나고 나노벽이 바닥에 붙어있는 상태에서 표면적이 증가돼 얇은 나노벽의 윗부분이 구부러지면서 주름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기존에 할 수 없었던 기판이 없는 얇은 막(Free Standing Film)의 휘어짐(주름)을 직접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나노벽이 두꺼우면 주름의 주기도 그만큼 길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알루미늄처럼 금속이 반응성이 있는 경우 부피팽창에 의해 주름이 생기지만 금처럼 반응성이 없는 경우 부피수축으로 주름 없이 필름이 휘어진다는 것(Wrinkle이 아닌 Bending)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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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구조(주름 등)의 발생 원리를 물리학적․생명공학적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밝혀낸 결과이다.

차국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주름의 구조화, 패턴화를 이해하는데 기여하고, 주름이라는 자연발생적인 구조물을 파악하고 직접 제어해 연꽃잎의 초소수성(물과 친하지 않는 성질) 등 생체 및 자연계 모방기술 발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